어른들이 만든 기후재앙, 아이들이 들이마셨다[책과 삶]
데브라 헨드릭슨 지음 | 노지양 옮김
흐름출판 | 356쪽 | 2만2000원

소아과 의사가 체감한 기후위기
관련 질병 90%, 5세 미만서 발생
동일한 수준 대기오염·더위라도
몸집 작은 어린이들에겐 치명적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문제제기
“우리 어른들이 광기로 만들어낸 세계를 그들의 작은 폐와 심장과 정신으로 온전히 견디고 있었다.”
저자인 데브라 헨드릭슨은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서 근무하는 소아과 의사다. 고지대 사막 지형에 위치해 기후변화에 민감한 리노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는 도시’로 불린다. 기후변화는 저자가 일하는 진료실에도 찾아온다. “한 엄마는 딸이 사시사철 알레르기 비염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어떤 아빠는 보통은 선선해지던 9월 말에 아들이 미식축구 연습 도중 일사병으로 쓰러졌다며 놀란다. … 올해 여름에만 진드기에 물린 환자들이 지난 10년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병원을 찾아왔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햇빛과 예측할 수 없는 폭우,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산불까지. 일상이 된 기후 재난 앞에서 이상 기후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을 붙잡는 관심사가 되지 못하는 듯하다. 에어컨과 보일러가 돌아가는 실내에서 지내다보면 날씨를 감각하는 것조차 무뎌진다. 지난 십여 년간 어쩌면 어른들은 이런 재난 상황에 ‘적응’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떨까. 점점 더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해가는 지구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낸 고통의 세계에 무방비하게 던져진 피해자는 아닌가. <아이들이 쉬는 숨>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2013년 8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에 접한 시에라네바다산맥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 극심한 가뭄 상황에서 일어난 산불은 오랜 시간 지속되며 저자가 사는 리노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불의 잔해가 바람에 실려 도시를 떠돌았고 바깥에 잠시라도 나갔다 온 이들은 모두 기침을 달고 살아야 했다. 미성숙하고 작은 폐를 가진 아기들은 그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기의 폐에서는 사포로 긁는 듯한 거친 숨소리가 나다가 마지막에는 속삭이는 듯한 바람 소리가 들렸다 … 바깥에는 마치 눈발처럼 재가 날리고 있었다.”
온난화가 지속되며 가뭄은 더 심해졌고 2010년대 이후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사상 최악’의 산불은 연례행사처럼 일어난다. 폐가 아픈 아이들은 그만큼 더 늘어났을 테다. 책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위기 관련 질병의 약 90%가 다섯 살 미만의 아이들에게서 발생한다. 어른에게 맞춰진 약의 용량이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것처럼, 동일한 수준의 대기오염이나 더위를 겪어도 큰 몸집의 어른보다 아이의 작은 몸에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산불처럼 특별한 사건이 있을 때만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도 앗아간다. 지난해 한국의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기상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후 가장 뜨거웠다.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는 오존주의보 알림은 과거엔 봄이라 생각했던 5월 초부터 쉬지 않고 울려댄다. 봄엔 미세먼지 때문에, 여름엔 폭염 때문에, 겨울엔 더 길어진 혹한 때문에 아이들은 바깥에 나가지 못한다. 단순히 바깥에서 ‘뛰어놀지 못한다’를 넘어서 외부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저자가 만난 한 아이는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과제를 하다 걱정에 빠져 잠도 제대로 들지 못한다. “과연 이런 세상에 새로운 생명을 내놓는 게 옳은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이는 말했다. 국내에서도 극심한 기후변화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기후 우울증’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이들이 느끼는 무력감은 단순히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상황 인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렇게 만든 어른들이 자신들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배신감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책은 우리에게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묻는다. 우리는 화석연료 사용과 육류 섭취를 줄이며 친환경적인 정책을 내는 이들이 사회 제도를 정비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에 가깝게 줄여야 한다. 그렇다면 ‘아직은’ 희망이 있다. 어쩌면 모두 알고 있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책은 아이들이라는 존재를 통해 진부해 보이는 경고와 해결책을 새롭게 전한다. 저자는 세계를 망가뜨린 것도 어른들이지만, 아이들에게 회복된 세계를 물려줄 이도 어른들이라며 한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얘야, 너희들을 걱정하는 게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이야.”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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