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278야드·그린 적중률 83%…김효주 ‘육각형 골퍼’ 진화 [정문영의 데이터 골프]
올해 드라이브 평균 278야드…지난해보다 20야드 ‘쑥’
작년 버디만 25개, 올핸 이글 3개·버디 27개로 폭발력↑
4라운드 평균 그린 적중률도 72.2%서 83.3%로 상승해
더 멀리 치고, 더 자주 올리고, 더 폭발적으로 타수 줄여

‘스코어카드에는 경기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No pictures on the scorecard).’
골프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 문구는 단순한 타수 기록만으로는 라운드의 흐름과 경기력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드 챔피언십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김효주의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스코어만 보면 지난해와 같은 우승이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경기 내용은 완전히 달랐다. 김효주가 포드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1년 사이의 변화를 데이터로 들여다봤다.
김효주는 지난달 30일(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월윈드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대회에서 최종 합계 28언더파 260타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릴리아 부(미국)와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던 그는 같은 코스에서 다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LPGA 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2연패를 달성했다. 우승이라는 결과는 같았지만 데이터를 뜯어보면 김효주의 골프는 분명 한 단계 발전했다.

지난해와 올해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드라이브 샷 평균 비거리다. 김효주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4라운드 평균 259야드를 날렸다. 그런데 올해는 드라이브 평균 278야드를 기록해 약 20야드 가까이 더 멀리 날렸다. 멀리만 치지 않았다. 이번 대회 페어웨이 적중률도 82.1%(46/56)로 정확도도 좋았다. 올 시즌 전체 드라이브 샷 정확도 역시 83.04%로 이 부문 2위를 달릴 만큼 안정적인 드라이브 샷을 구사하고 있다.
드라이브 샷 비거리 증가로 파5 홀에서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지면서 이글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김효주는 지난해 이글 없이 버디 25개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이글 3개와 버디 27개를 쓸어 담았다. 이글 3개 가운데 2개가 파5 홀에서 터졌다. 단순히 버디 수가 조금 더 늘어난 수준을 넘어, 한 번에 두 타를 줄이는 이글이 추가되면서 스코어의 폭발력이 한층 더 강해졌다. 이는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로 이어졌다. 김효주는 6개 대회까지 진행된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이글 5개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엔 시즌을 통틀어 이글 2개로 이 부문 120위에 그쳤다.
드라이버 거리 증가의 가장 큰 효과는 더 짧은 클럽으로 더 정확하게 그린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아이언 샷 데이터로 증명된다. 김효주는 지난해 같은 대회 72개 홀 가운데 52개 홀에서 그린을 적중시켜 그린적중률 72.2%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60개 홀에서 그린 공략에 성공하며 그린적중률이 83.3%로 10%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단순 수치로는 8개 홀 차이에 불과하지만, 경기에서는 버디 기회를 그만큼 더 만들었다. 실제 올해 대회에서 버디를 2개 더 잡았고, 이글은 지난해 0개에서 3개로 늘었다.

아이언 샷이 정확해지면서 그린 주변 벙커에 볼을 보내 위기를 맞는 일도 사라졌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그린 주변 벙커에 6번 볼을 빠뜨렸지만, 올해는 아예 벙커에 볼이 들어가지 않았다. 볼이 그린 주변 벙커에 빠졌을 때 파를 잡아내는 샌드 세이브가 지난해에는 83.3%(5/6)였지만, 올해는 이런 위기가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이다. 김효주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드라이버 샤프트 교체와 꾸준한 근력운동으로 드라이버 거리가 늘어나니 세컨·서드샷을 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퍼트 수다. 총 퍼트 수는 지난해 105개에서 올해 110개로 오히려 늘었다. 표면적으로는 퍼트가 흔들린 듯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해석은 다르다. 그린 적중률이 높아지면서 그린 위에서 플레이하는 횟수 자체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올해 대회에서 두 차례 61타를 쳤던 1·3라운드 때는 퍼트 수가 각각 24개와 25개에 불과할만큼 ‘짠물 퍼팅’을 보여줬던 김효주다. 올해 대회 그린 적중시 퍼트 수 1.63개로 5위에 올랐고, 시즌 전체 그린 적중시 퍼트 수는 1.65개로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포티넷 파운더스컵에 이어 포드 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우승 경쟁을 펼쳤던 넬리 코르다(미국)와의 비교에서도 김효주의 퍼트 감이 돋보인다. 포티넷 파운더스컵에서 김효주에 밀려 1타 차 준우승했던 코르다는 이 대회에서 총 123개의 퍼트를 기록했다. 반면 김효주는 코르다보다 14타 적은 109개의 퍼트를 했다. 2타 차 준우승했던 포드 챔피언십에서도 코르다의 퍼트 수는 114개로, 110개의 김효주보다 4타 더 많았다. 결국 그린에서 김효주가 완승을 거둔 셈이다.
지난해와 올해, 김효주가 보여준 1년 간의 변화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더 멀리 치고, 더 자주 올리고, 더 크게 줄인다.’ 같은 선수가 같은 코스에서 같은 우승을 했지만, 데이터가 말하는 골프는 전혀 달랐다.

정문영 기자 my.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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