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라 읽어라, 로마서가 이렇게 읽힌다고?[신간]

김형중 저자가 쓴 이 책은 성경을 교리 지식의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로마서를 오래된 텍스트로만 남겨두지 않고, 오늘을 사는 독자의 삶과 관계 안으로 다시 데려온다. 복음이 현실과 어떻게 만나는지, 익숙하게 읽어온 문장이 왜 지금 다시 와닿는지를 차분하게 묻는 책이다.
성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에게 어렵고 부담스러운 책이기도 하다. 자주 인용됐고 익숙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막상 삶 가까이에서 다시 펼쳐 읽기에는 망설여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집어라 읽어라’는 바로 그 거리감을 좁히는 데 시선을 둔다. 더 잘 알라고 재촉하기보다, 다시 집어 들고 천천히 읽어보자고 권한다.
책의 중심에는 로마서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이 향하는 방향은 교리의 정교한 정리나 신학 용어의 나열이 아니다. 저자는 신앙의 본질을 내가 얼마나 해냈는가에 두지 않고, 이미 주어진 은혜를 믿고 받아들이는 데 둔다. 성취와 비교가 익숙한 시대일수록 이 메시지는 더 크게 다가온다.
저자는 신학생 시절 처음 로마서를 읽었을 때 칭의, 성화, 영화, 예정론과 자유의지, 율법과 은혜의 관계 같은 개념들로 이 책을 받아들였다고 밝힌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는 가까이 오지 않았던 로마서가 목회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다고도 전한다. 새벽마다 눈물로 기도하던 자매님, 사업 실패 뒤 교회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청년, 암 선고를 받고도 찬양하던 성도님의 삶에서 로마서의 문장들이 살아 움직였다는 고백은 이 책의 출발점이 됐다.
그렇게 태어난 ‘집어라 읽어라’는 신학 강의가 아니라 일상의 묵상에 가깝다. 교리 해설보다 삶의 이야기로 독자를 이끈다. 1장부터 16장까지 로마서 전체를 빠짐없이 해설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본문이 오늘의 독자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지에 집중해 33편의 묵상으로 엮었다. 아침 커피를 마실 때, 퇴근길 버스 안에서, 지친 하루 끝에서 읽을 수 있도록 썼다는 저자의 말도 책의 결을 보여준다.
제목에 담긴 ‘Tolle lege’는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 이야기에서 가져왔다. 밀라노의 정원에서 방황하던 그가 들은 “집어라, 읽어라”라는 어린아이의 목소리, 그리고 그가 집어 든 로마서가 삶을 바꿨다는 이야기는 오랜 시간 기독교 역사에서 널리 회자돼 왔다. 이 책은 그 오래된 외침을 오늘의 독자에게 다시 건넨다. 거창한 변화를 약속하기보다, 작은 깨달음 하나와 위로 한 조각, 다시 힘을 내는 용기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집어라 읽어라’가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 책은 교회를 완벽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그리지 않는다. 실패와 연약함을 드러낼 수 있는 관계에서 진짜 교제가 시작된다고 말하며, 바울이 로마서 16장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대목에 주목한다. 초연결 시대를 살면서도 여전히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이름을 불러주는 관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가 강조하는 자유의 의미도 인상적이다. 자기 권리를 크게 외치고 자기 뜻을 앞세우는 데서 자유가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뜻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타인의 유익을 바라볼 때 사람이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책 전반에 담았다. 신앙서로 읽히면서도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인문 에세이의 분위기를 함께 지니는 이유다.
독자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출간 직후 교보문고 종교 분야 베스트셀러 6위에서 10위권을 기록하며 관심을 모았고, 독자들 사이에서는 “오늘날 종교인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호평이 퍼지고 있다. 기존 신앙서와는 다른 읽기 경험을 전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로마서를 익숙한 책으로만 여겼던 독자에게는 다시 펼칠 이유를, 처음 가까이 가보려는 독자에게는 부담을 덜어주는 입구를 마련한 셈이다.
추천사도 책의 성격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조정민 목사는 “이 책은 신앙을 더 잘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복음 앞에서 다시 겸손해지라고 초대한다. 그 초대는 놀라울 만큼 자유롭다”고 적었다. 또 “그러니 웬만하면 이 묵상집을 ‘집어라 읽어라’ Tolle lege!”라고 권했다.
저자 김형중은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로, 설교와 글을 통해 삶 속에서 성경이 어떻게 다시 읽힐 수 있는지를 꾸준히 고민해왔다. 이번 책은 목회 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로마서를 ‘가르침의 텍스트’가 아니라 ‘함께 읽는 텍스트’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책은 바른빛에서 펴냈고, 3월 16일 발행됐다.
‘집어라 읽어라(Tolle lege)- 일상을 흔드는 로마서’는 성경을 설명하려고 앞서기보다 성경 곁에 다시 서게 만든다. 신앙에 지친 사람, 질문을 안고 머물 곳을 찾는 사람, 익숙한 말씀을 새롭게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조용하게 오래 남는 한 권으로 다가온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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