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현실적 해법, 건강보험공단 사무장병원(약국)특사경 도입

최은희 2026. 4. 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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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은 한국 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한 대표적 사회 안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불법개설기관 수사 평균 소요기간이 약 11개월 수준이라고 설명했는데, 이 수개월의 공백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다.

공단 사무장병원(약국)특사경 도입은 국민의 안전과 사회적 연대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 수단이며, 합리적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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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은 한국 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한 대표적 사회 안전망이다. 질병의 위험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함께 분담한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지불제도를 넘어 사회적 연대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제도든 신뢰와 재정 안정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 이미 수년간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불법개설기관 문제는 바로 이 두 기반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이른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으로 불리는 불법개설기관은 의료기관의 외형을 갖추고는 있으나, 그 본질은 의료가 아닌 수익에 맞춰져 있다. 2009년부터 2025년까지 불법개설기관으로 적발된 기관은 1,800여 개소, 환수결정금액은 무려 2조 9,162억 원에 이른다. 이는 일부의 일탈로 치부할 수준이 아니라 제도 전반의 신뢰를 잠식하는 구조적 손실로 봐야 한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저조한 환수율이다.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수사 착수의 지연이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불법개설기관 수사 평균 소요기간이 약 11개월 수준이라고 설명했는데, 이 수개월의 공백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다. 이러한 수사기관의 수사 장기화로 불법개설기관은 적발 이후 폐업과 명의변경, 재산은닉을 시도하고, 결국 이는 지급할 필요가 없는 보험재정 누수로 귀결되어 환수율은 8.79%('2025년 12월 기준)에 불과하다. 결국, 적발은 했으나 이미 지급한 보험재정은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제재의 강도가 아니라 속도에 있다. 현행 체계에서 건보공단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실태조사 업무를 위탁받아 행정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수사는 수사기관에 의존하다 보니 그 사이 증거인멸과 자산이 증발해 버리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이 공단 특사경 도입을 지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는 수사권한을 무제한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불법개설기관이라는 특정 대상에 대해 신속한 사실 확인과 증거 확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 공단은 이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상 징후 탐지와 현장조사 경험을 축적해 왔다. 다만 이를 실효적 조치로 연결할 제도적 권한이 제한되어 있었을 뿐이다.

일부 의료계에서 '진료 자율성위축'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나 특사경은 사법통제 하에 법률이 정한 직무범위 제한으로 의료법 또는 약사법 상 불법개설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다. 논의의 초점은 '모든 의사, 모든 병원'이 아니라 애초에 법적요건을 갖추지 않은 '불법개설기관'뿐이다. 이를 일반 의료현장에 대한 규제로 해석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과도하게 확장한 오해일 뿐이다.

오히려 불법개설기관의 조기 차단은 대다수 성실한 의료인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왜곡된 경쟁 환경을 바로잡고, 의료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는 곧 국민의 부담과 연결된다. 재정누수가 커질수록 보험료 인상 부담은 커지고, 필수의료 강화에 투입할 재원은 줄어든다. 따라서 '사무장병원(약국)특사경' 도입 논의는 처벌 강화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낸 보험료를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함이라는 관점에서 재평가되어야 한다.

건강보험의 주인은 국민이다.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허점을 보완하는 일은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책무에 가깝다. 공단 사무장병원(약국)특사경 도입은 국민의 안전과 사회적 연대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 수단이며, 합리적 장치이다.

최은희 을지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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