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만에 20만원 썼어요"…2030 불교에 열광한 이유 [현장+]

박수빈/이수 2026. 4. 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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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2030 '밈 소비'로 젊어졌다
박람회 입장 전부터 입구 앞 채운 2030 인파
염주보다 티셔츠 집은 2030 "유쾌해 좋다"
천주교인까지 방문…종교 개방성으로 흥행
2일 오전 10시경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2030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박수빈 기자

2일 오전 10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불교박람회에서 가장 먼저 줄이 늘어선 곳은 염주 등 법구 부스가 아니라 티셔츠 부스였다. 불교 굿즈를 파는 '해탈컴퍼티' 부스에는 박람회가 개장한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약 50m에 달하는 대기 줄이 생겨났다. 권유빈 씨(20)는 "불자는 아니지만 인스타에서 티셔츠랑 굿즈가 눈에 띄어서 왔다"며 "지난해부터 불교박람회가 재밌는 곳으로 유명해서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30분도 안 돼 '20만원' 결제…힙한 불교 굿즈에 '열광'

불교가 2030 사이에서 콘텐츠 지식재산권(IP)처럼 소비되고 있다. 불교 철학을 유쾌한 '밈'으로 풀어낸 굿즈가 대표적이다. '깨닫다'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비롯해 '번뇌 닦이는 수건·안경닦이', '중생아 사랑해' 등 유머 메시지를 담은 키링, 모자 등에 2030은 지갑을 열었다. 수행과 깨달음을 상징하는 불교 단어가 웃음을 유도하는 캐치프레이즈로 재해석됐다.

2일 오후 2시경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정유진(37) 씨와 함께 온 친구들이 구매한 굿즈를 보여주고 있다. / 사진=박수빈 기자

이날 박람회에 방문한 지 30분도 안 돼 20만원을 쓴 소비자도 있었다. 정유진 씨(37)는 "두 군데를 돌아다니며 굿즈를 샀다"며 "주로 키링, 부적, 티셔츠 등을 선물용으로 구매했다"고 이야기했다. 정씨와 함께 온 서영정 씨(34)는 "불교박람회는 종교 행사장이라기보다 베이커리, 일러스트 페어 같은 느낌"이라며 "종교는 무거운 느낌이 있는데 그런 게 덜하다. 의미 있는 메시지도 복잡하게 풀기보다 쉬운 언어로 풀어서 친구랑 같이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와 친구들 손에는 굿즈가 담긴 봉지 4개가 들려있었다.

2일 오전 10시경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티셔츠 등 굿즈를 파는 부스에 결제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 사진=박수빈 기자

불교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대중적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불교 철학이 일종의 '밈'으로 소비되면서 '힙하다'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경닷컴이 인공지능(AI) 트렌드 분석 전문 기업 뉴엔AI의 분석 서비스 퀘타아이를 확인해보니 불교 언급량은 지난 2023년 55만1848건에서 지난해 69만2759건으로 약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긍정평가도 29%에서 38%로 꾸준히 높아졌다. 반대로 지난 2023년 10.2%를 기록한 부정평가는 지난해 7.9%까지 떨어졌다.

특히 불교 주요 평가어로 2023년 당시 '지루하다', '어렵다', '별로다', '평범하다' 등이 다수 언급된 것에 비해 지난해는 '힙하다' '자연스럽다' '주목받다' '인상 깊다' 등의 키워드가 대부분 집계됐다.

불교박람회 방문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박람회 방문자는 지난 2023년 7만 명, 2024년 10만 명, 2025년 20만 명으로 2년 사이 185% 급증했다. 1030 방문자 비율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1030 방문자는 23.3%▷ 70.1%▷ 77.7% 비중으로 증가했다. 불교가 신앙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소비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천주교인이지만 왔어요"…개방성으로 2030 사로잡는 불교

2일 오전 10시경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입장객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 영상=이수 기자

2030은 불교가 가진 '개방성'을 선호 이유로 꼽았다. 불교를 믿지 않아도 편히 문화를 즐길 수 있고, 종교를 강요하지 않아 접근하기 쉽다는 의미다. 티셔츠 굿즈를 사기 위해 부스 줄을 선 홍모(37) 씨는 "예전에도, 지금도 불자는 아니다"며 "2~3년 전부터 템플스테이를 해왔다. 가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계속 가게 되더라. 믿지 않아도 불교가 가진 매력 때문에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불자들은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박람회를 찾은 김미량 씨(62)는 "지난해에 며느리가 행사를 소개해줘서 처음 와봤고 이번엔 딸과 함께 왔다"며 "(2030이 불교에 관심을 가진) 이런 적이 없었다. 오랜 기간 불교를 믿었는데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딸인 한성민 씨(34)는 "젊은 친구들이 관심을 갖는 게 신기하다. 이전에는 종교별로 갈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박람회 또한 콘텐츠가 많아져서 종교 활동을 하기보다 엄마랑 놀러 오는 기분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불교박람회는 종교적 특성이 강조되기보다 콘텐츠 공유의 장처럼 여겨졌다. 천주교인도 박람회를 방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30대 신유민 씨는 "종교와 상관없이 친숙하게 다가오는 게 인상 깊어서 왔다"며 "다른 교인들도 접할 수 있게 열려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얼른 들어가서 박람회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스님들은 2030의 참여가 긍정적이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앙적인 접근으로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어서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연화사에서 부처님 생일카페 등 2030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운영하는 묘장스님(53)은 "젊은 친구들은 성공에 목매거나,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을 싫어하는 데 불교는 이와 반대여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본인 세대의 삶과 연결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가치, 이른바 '따뜻한 무관심'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동안 젊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는데 근래 들어 관심을 받으니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묘장스님은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새로운 낯선 문화를 넘어 깊이 들어오기 바라는 마음도 있다"며 "재밌는 건 일시적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이런 만남이 귀의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불교회화 체험하기 부스를 연 설민스님(60) 또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불교박람회를 서울, 부산 등 4번 나가봤는데 불교적인 것보다 굿즈 접근이 많다"며 "다음에는 조금 더 불교 문화에 깊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다. 한쪽 측면만 보여지기보다 여러 불교가 합쳐질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이수 한경닷컴 기자 2s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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