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분 연설서 “위기·위협” 30번 언급… 민생대응 속도전 강조
입장 땐 與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
野도 끝까지 자리 지킨 후 인사
국회의장·여야 대표 사전 환담선
“개헌도 가능한 범위부터 했으면”
국힘 “지방선거 겨냥한 현금살포”
피해지원 등 20개 사업 삭감 촉구
이재명 대통령의 2일 국회 시정연설은 중동 위기상황으로 인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속도전’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회의 긴밀한 협조를 요청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중동전쟁이 34일째 이어지며 장기화 가능성이 커진 만큼 ‘민생경제 전시상황’에서 승부수로 던진 추경안이 이른 시일 내에 통과돼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현 상황을 ‘국가적 위기’와 ‘소나기가 아닌 거대한 폭풍우’로 진단한 이 대통령은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거듭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우리 또한 어렵사리 되살린 경제성장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추경안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이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하고도 단단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며 “비상상황에는 그야말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정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연단에서 내려와 연설이 이뤄지는 동안 자리를 지킨 국민의힘 의원들과도 악수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주호영·박충권 의원 등과는 따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관찰됐다. 지난해 11월에 진행됐던 이 대통령의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고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검은 마스크를 끼고 규탄대회를 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을 공동 발의한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포퓰리즘 법안이 아니고, 부산 발전을 위한 여야 협치의 성과로 만들어진 법안”이라며 특별법 통과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이뤄진 사전환담에서도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는 동시에 국민의힘을 향한 우호적인 언급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힘 대표님, (주호영 국회)부의장님도 계신데 어려운 점도 있긴 하지만 저희가 국정 운영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갈등이야 없을 수는 없는데, 가능한 범위에서 저희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인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사전환담에서 개헌에 대한 생각을 꺼내놓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질서의 근간이 되는 헌법은 시대 상황에 맞춰서 유연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는데, 우리 헌법이 너무 오래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18정신의 헌법전문 반영이라든지, 이번에 (12·3) 계엄 과정에서 생겼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계엄 요건의 엄격화 문제라든지 하는 부분은 누구도 이론이 없을 만한 부분이어서 충분히 합의될 수 있다고 보인다”며 “부분적으로라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뺀 여야 6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개헌안을 발의키로 했다. 이들은 6일에 개헌안을 발의할 계획이었으나 국무회의 일정을 고려해 시점을 사흘 앞당겼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추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20개 사업의 예산 삭감을 촉구했다. 이들은 삭감 대상 사업으로 고유가 피해지원금(4조8252억원), 신재생 에너지 금융지원(2205억원), 가정용 미니태양광(250억원) 및 태양광 보급(624억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706억원) 등을 제시했다.
이강진·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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