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크롱, 아내에 학대당해” 조롱... 마크롱 “대답할 가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이란 전쟁 지원을 거부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아내에게 학대받는 남편’으로 조롱한 사건이 미국과 프랑스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마크롱에게 이란 공격 지원을 위해 전화를 걸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마크롱의 아내는 그를 학대한다(whose wife treats him extremely badly)”며 “마크롱은 (아내에게) 정통으로 턱을 얻어맞고 회복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5월 마크롱 부부가 베트남을 방문할 때 전용기 내에서 마크롱의 얼굴에 아내 브리지트 여사의 손이 날아든 사건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백악관 내 청중은 트럼프의 이 발언에 웃음을 터뜨렸고 트럼프 역시 피식 웃으면서 발언을 이어나갔다. 트럼프는 자신이 마크롱에게 “에마뉘엘, 우리가 기록을 세우고, 악당들을 제거하며 탄도 미사일을 격추하고 있지만, 그래도 도움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즉시 함선을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 다음 프랑스어 억양이 섞인 마크롱의 영어 성대 모사를 하며 “노노노, 우린 그럴 수 없다, 도널드, 우린 전쟁이 끝난 뒤에야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한 트럼프는 “나는 ‘전쟁이 끝난 후에는 필요 없다’고 답했고, 이번 일을 통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백악관은 트럼프의 마크롱 조롱을 유튜브에 잠시 게시했다가 삭제했지만 영상은 이미 전세계로 퍼져나간 뒤였다. 프랑스 정치권은 2일 “트럼프가 프랑스 국가 원수를 조롱했다”며 정파를 떠나 일제히 격분했다. 야엘 브론피베 프랑스 하원 의장은 프랑스앵포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는 세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건 수준 이하의 발언”이라고 했다. 그는 “이란 상황은 수백만 명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전장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그런데 미국 대통령은 웃고 있고, 다른 사람들을 조롱한다”고 했다.
한국을 국빈 방문 중인 마크롱은 트럼프의 조롱 발언에 대해 2일 “우아하지도 않고 품위도 없는 발언”이라며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나토나 중동 전쟁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에도 “말이 너무 많다. 이야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건 쇼가 아니다. 우리는 평화와 전쟁, 각국의 상황과 각국이 직면한 위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모두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그러니 진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지해지고자 한다면, 전날 말한 것과 정반대되는 말을 매일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어쩌면 매일 말할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며 트럼프를 저격했다.
마크롱은 트럼프가 나토 탈퇴 위협을 가하는 것에도 “매일 같이 참여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면, 그 실체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사 작전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려는 트럼프의 구상에도 “이는 우리가 선택한 적이 없는 방안이며, 비현실적”이라면서 이런 작전은 “끝없는 시간이 걸리고 수많은 위험”을 수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의 급진 좌파 정당인 불복하는 프랑스(LFI)의 마뉘엘 봉파르 조정관(당대표 격)은 BFM-TV에서 “저와 공화국 대통령(마크롱)과의 견해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 것”이라며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가 그런 식으로 마크롱과 부인에게 말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에도 미국의 그린란드 ‘무력 병합’에 반대하는 마크롱의 문자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해 ‘동맹국 정상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마크롱은 트럼프를 ‘내 친구’라고 부르며 그린란드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자고 제안했었다. 트럼프는 마크롱을 향해 “곧 자리에서 물러날 사람”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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