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 김혜윤 "촬영장서 기묘한 경험… 연기는 내 일기장" [인터뷰]

2026. 4. 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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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윤은 히트작 '선재 업고 튀어'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김혜윤에게 연기는 기록에 가깝다.

"수인은 절제된 인물이에요. 김혜윤이라는 사람을 최대한 덜어내고 표현하려고 했어요. 공포감이나 초조함을 크게 표현하기보다는 안쪽에서 쌓이게 하려고 했습니다."

완성본을 보고 놀랐다는 김혜윤은 "예고편에 나왔던 물수제비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니 돌이 날아오는 줄 알았다. 촬영할 때는 보지 못했던 장면이라 더 놀랐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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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로 촬영 지연까지… 퇴치제 필수였던 현장
"수인은 절제된 인물, 나를 덜어내는 연기 시도"
김혜윤이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쇼박스 제공

배우 김혜윤은 히트작 ‘선재 업고 튀어’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의식적으로 자신을 깨고 있었다. 익숙한 이미지를 반복하기보다 매 작품마다 결을 바꾸는 쪽을 택했다.

2일 오후 본지와 만난 그는 “한 캐릭터에 국한되는 느낌이 들고 싶지 않았다. 안 해본 캐릭터를 계속 해보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작품 선택 기준도 명확하다. 단순히 시나리오의 재미를 넘어 지금의 자신이 할 수 있는 표현과 맞닿아 있는지를 본다. 그래서 김혜윤에게 연기는 기록에 가깝다.

“지금은 연기가 일기장 같아요. 이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감정과 표현을 영상으로 남기는 느낌이에요. 실제로 일기를 쓰냐고요? 하하. 그렇지는 않아요.”

오는 8일 개봉을 앞둔 공포 영화 ‘살목지’ 속 수인은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기보다 덜어내는 방식의 연기를 펼쳤다. 공포와 죄책감을 과장하지 않고 눌러 담아야 했다.

“수인은 절제된 인물이에요. 김혜윤이라는 사람을 최대한 덜어내고 표현하려고 했어요. 공포감이나 초조함을 크게 표현하기보다는 안쪽에서 쌓이게 하려고 했습니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는 스스로의 습관까지 바꾼단다. 작은 디테일을 쌓아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실제 성격과의 간극도 흥미롭다. 김혜윤은 스스로를 “T 성향”이라고 설명했다. 감정 표현이 크지 않은 점에서 수인과 닮았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표현 방식은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혜윤이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쇼박스 제공

촬영 현장은 어땠을까. 또래 배우들과의 작업은 즐거웠지만 벌레와의 싸움은 거의 생존에 가까웠다.

“제가 벌레를 정말 무서워해요. 특히 바퀴벌레요. 숙소나 집 같은 갇힌 공간에서 마주하면 공포가 커져요. 촬영 때 벌레가 너무 많아서 퇴치제를 호신용품처럼 들고 다녔어요. 한번은 날벌레가 급증해 촬영이 지연된 적도 있었어요. 극 중반부에는 땀을 흘리는 장면이 많은데, 그 위로 벌레가 달라붙는 상황까지 겪었죠.”

수중 촬영 역시 쉽지 않았다. 평소 겁도 없고 물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번 작품은 공포 장르 특성상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수조 세트가 어둡고 소품도 무서워서 물속에 들어가면 긴장이 됐어요. 눈을 떠도 잘 보이지 않으니까 사람인지 소품인지 구분도 안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현장에서 얻는 감각은 특별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분장과 세트가 주는 공포는 전혀 다른 차원의 자극이었다.

김혜윤이 맡은 캐릭터의 정서적 중심은 죄책감이다. 물에 대한 트라우마, 그리고 선배에 대한 미안함이 맞물리며 수인은 점점 무너진다. “죄책감 때문에 계속 눈치를 보는 인물이에요. 그 감정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작품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완성본을 보고 놀랐다는 김혜윤은 “예고편에 나왔던 물수제비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니 돌이 날아오는 줄 알았다. 촬영할 때는 보지 못했던 장면이라 더 놀랐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의 기묘한 경험도 있었다. 밤 촬영 당시 설명하기 어려운 소리를 들은 순간이다. “화장실 가는 길이었는데 돌 부딪히는 소리가 났어요. 스태프가 같이 가줬는데, 말하면 더 무서워질 것 같아서 아무 말도 못 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무대인사에서 만난 관객들은 “너무 무서워서 눈을 감았다”고 김혜윤에게 말했고, 일부는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극장을 나오기도 했단다. 그는 “무서움을 드렸다는 게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이라며 웃었다.

김혜윤은 여전히 다음을 고민하고 있다. 그가 두려워하는 건 실패가 아니라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는 순간이다.

“전 배움을 갈망하지 않는 순간이 제일 무서워요. 앞으로도 계속 배우면서 연기하고 싶어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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