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트럼프, 불 지르고 나몰라라… 알맹이 없는 연설, 종전 미궁 속으로
알맹이 없는 연설에 종전 선언 기대했던 시장은 실망
"석기시대로 돌려놓을 것" 더 과격한 발언 쏟아내
호르무즈도 "석유 수입 국가들이 해결하라"며 발 빼
이란도 "더 파괴적 공격할 것" 맞대응, 이날 공격 재개
후티, 언론 인터뷰 통해 "홍해 봉쇄도 선택지" 선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이란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을 했지만,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오히려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종전 구상은 제시되지 않았고, 강경 발언과 협상 메시지가 뒤섞인 '혼란한 신호'였다는 것이다. 전쟁의 향방은 다시 미궁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약 18분간 진행한 연설에서 "핵심 전략 목표가 완수에 가까워졌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시장과 국제사회가 주목했던 종전 시점이나 구체적 출구 로드맵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아주 빠르게 일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구체성 없는 낙관적 수사에 그쳤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연설이 "소셜미디어에서 그동안 해온 발언의 되풀이 수준에 가까웠다"고 지적하며, 실질적 정책 변화나 새로운 전략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과 다르게 대 이란 과격한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2~3주간 이란을 상대로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베트남전 이후 미국이 적성국에 경고할 때 주로 쓰여 온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는 표현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밝혔다. 다만 협상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협상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한 것은 군사적 압박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는 미군이 A-10 공격기 전력을 중동에 대폭 증강 배치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이는 지상군 작전 지원과 함께 이란 핵심 시설 타격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압박과 협상 병행' 전략은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자극했다. 연설 직전까지 종전 기대감에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발표 직후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때 배럴당 99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연설 이후 105달러를 넘어서며 4% 가까이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종전 신호 대신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 됐다. 시장에서는 "알맹이 없는 연설이 기대를 꺾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전황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에 대해 "미국이 아닌 석유 수입국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사실상 호르무즈 개방 노력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문제에서 미국이 책임을 떠맡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은 상당기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예멘 후티 군은 홍해 봉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티 고위 관계자는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도 선택지"라며 전선 확대 가능성을 경고했다. 호르무즈에 이어 홍해까지 막힐 경우 글로벌 물류와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이란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맞서 "더 참담하고 파괴적인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알자지라는 트럼프 연설 직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하며 양측 간 군사 충돌이 오히려 격화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이란군 당국이 "(미국이)항복할 때까지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전쟁 종식을 향한 분수령이 되기보다는, 불확실성만 키우는 불쏘시개가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짧고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군사력 증강과 추가 타격을 예고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외교적 해법과 군사적 압박 사이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정신승리'에 가까운 메시지만 반복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이번 연설이 악화된 미국 여론을 달래기 위해서 준비됐지만 결과는 거꾸로 나타나고 있는 분위기다.
유가 상승과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만과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성과를 부각하고 조기 종전을 암시하려 했지만 실질적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동전쟁은 여전히 출구 없는 국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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