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도 헬마우스도 이런 뉴스 앞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네('베팅 온 팩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엄마, 왜 허락 없이 올렸어?"... 육아 블로그 고소한 자녀 승소.' 자녀 동의 없이 어린 시절 사진과 영상을 온라인에게 게시해 온 부모의 행위에 대해 법원이 사생활, 초상권 침해 책임을 인정했다는 뉴스 앞에서 출연자들은 고민한다. 이건 과연 진짜 뉴스일까 아니면 가짜뉴스일까. 전 국민의힘 강전애 대변인은 변호사 출신으로 이 뉴스에 들어 있는 '위자료 700만 원'이라는 액수에 주목해 꽤 신빙성 있는 진짜 뉴스라 판단했다.
하지만 그 뉴스는 해외사례를 모티브로 재가공한 '가짜뉴스'였다. 문제를 틀린 강전애는 이 문제를 틀리고 "멘털이 굉장히 많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자신이 변호사 출신인데 법적 판단 관련된 뉴스를 틀린 것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군 복무 경력, 주택청약 점수에 반영되나... 정부 "검토 단계"'라는 헤드라인의 뉴스에 대해서 진중권과 한 팀인 헬마우스는 남성 청년 층 공략을 위한 그런 공약을 봤던 것 같다고 주장해 이를 진짜 뉴스로 판단했다. 하지만 정답은 '가짜뉴스'. 이전에 나왔던 공약을 현 정부에서 검토 중인 것처럼 재가공한 가짜뉴스였다.

이것은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베팅 온 팩트>의 세계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출연자 8인이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생활하며 뉴스의 진위를 가리는 리얼리티 뉴스 게임쇼다. 출연자의 면면으로 보면 진중권 교수나 정치 유튜버 헬마우스 같은 비평가들이나,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성민, 전 국민의힘 대변인 강전애 같은 정치인들이 유리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라운드 게임으로 진짜와 가짜를 판별해내는 게임을 보면 한 팀이 된 진중권과 헬마우스 그리고 박성민과 강전애는, 장동민과 가수 예원, 이용진과 방송인 정영진을 이기지 못했다. 이용진의 말을 빌리면, 저들이 너무 깊게 생각해서 문제를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들을 본 시청자들도 도무지 그 진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을 게다. 너무나 그럴 듯하게 재가공된 데다, 그 뉴스들이 갖고 있는 내용들이 저마다의 '성향'을 건드리고 있어 믿고 싶은대로 믿는 '확증편향'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쇼지만 가짜뉴스가 진짜로 둔갑하는 이유를 <베팅 온 팩트>는 이처럼 흥미로운 게임을 통해 보여준다. 진중권이나 헬마우스도 가짜뉴스 앞에서는 별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두 팀으로 나눠 1대 1 토론을 벌여 익명의 청자들을 얼마나 설득시키는가를 보는 2라운드 게임 '프로파간다: 여론을 잡아라!'에서는 더 흥미로운 전개가 엿보였다. '학생이 교권침해를 하면 생활기록부에 기재해야 한다'는 주제에 대해 '반대'를 선택한 팀에서 박성민이 그 논거를 뒷받침해줄 설문조사 결과를 가져왔을 때 팀장인 장동민은 수치를 과장 조작해서 설득하자고 주장한다. 그것이 가짜이긴 하지만 이건 서바이벌 게임이기 때문에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장동민의 주장이다.
이 주장에 대해 같은 팀인 박성민과 강전애는 반대하지만 또 같은 팀원인 헬마우스는 장동민의 주장에 동조한다. 그래서 실제 스피치로 익명의 청자들을 설득할 때 조작된 수치를 꺼내놓는다. 그런데 이처럼 게임을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 설득해야 한다는 건 반대팀에 있는 정영진이나 진중권, 이용진도 같은 생각이다. 이것이 '프로파간다'이기 때문에 게임에 이기기 위해서는 가짜나 조작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게임은 그래서 결과적으로 가짜뉴스가 왜 탄생하는가를 실험적으로 보여준다. '이기기 위해서'라는 이 게임의 논리는 저 현실에서는 '살아남기 위해'라는 명분과 그리 다르지 않다. 좀더 많은 조회수를 올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가짜뉴스의 유혹에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저 게임의 차원이기 때문에 이기기 위해 뭐든 선택할 수 있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살아남기 위해 뭐든 선택하는 현실과 다를 게 뭔가.
<베팅 온 팩트>가 흥미로운 건 이런 사고실험을 서바이벌 예능의 형식으로 가져왔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실험은 과거 웨이브가 오리지널로 내놨던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에서도 보여준 것들이다. 서바이벌 예능의 틀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과연 서로를 설득하고 하나의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는가를 하나의 사고실험의 형태로 보여준 바 있다. <베팅 온 팩트>는 그래서 이러한 웨이브표 서바이벌 예능의 계보를 잇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갖가지 주제와 접근방식을 담은 서바이벌 예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저 도파민을 자극하는 치고받는 게임에 머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보면 웨이브가 연달아 내놓고 있는 사고실험 서바이벌 예능은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그저 재미의 차원을 넘어서 그 실험이 보여주는 결과들을 통해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준다는 점이 그것이다. <더 커뮤니티>에 이어 <베팅 온 팩트>의 서바이벌이 어떤 결과들을 보여줄지 그 귀추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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