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프트웨어, 가장 강력한 시대에 진입하다

이미 이러한 변화는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AI는 기업 운영 전반에서 두 자릿수대의 효율 개선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실제로 SAP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클라우드 계약 중 3분의 2 이상 고객이 AI 기능을 포함하는 옵션을 선택했다. 또한 제조 기업들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견적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응답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있으며, 컨설팅 팀들은 주당 업무 시간의 4분의 1을 확보해 보다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실제 기업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거대한 플랫폼의 전환은 언제나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컴퓨팅, 모델, 인프라 등 기술 스택의 최하위 계층에 가치가 집중된다. 골드 러시 시대에 금맥보다 곡괭이가 돈이 됐던 이치와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속가능한 가치는 기술이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되는 상위의 애플리케이션 계층으로 이동한다. 인터넷이 이를 증명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이 재확인했다. AI 시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시대는 저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본격적인 막을 올렸을 뿐이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가 곧 AI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산업이나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고객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자사 비즈니스를 깊이 이해하면서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된 애플리케이션, 조화롭게 관리되는 비즈니스 데이터와 명확한 통제 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반이 없다면 AI는 비즈니스 현실과 동떨어진 채 아무런 맥락 없이 표류하게 된다.
재무와 조달의 연계 방식, 공급망과 제조 공정의 상호작용, 거래에 적용되는 규제, 예외 상황의 처리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는 AI는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없다. 낡고 불완전하며 부정확한 데이터로 인한 사소한 오류 하나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잘못된 의사결정과 거래 오류로 이어지고, 나아가 막대한 손실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AI는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업무를 조율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오히려 선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그만큼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일 자체는 갈수록 쉬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완벽한 규정 준수와 감사 추적을 기반으로, 엔드 투 엔드(End to End) 공급망이나 재무 마감 프로세스 전반에 에이전트를 실제 배포하는 데 훨씬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오케스트레이션, 정책 시행, 워크플로우의 확실성은 신뢰를 담보하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자율 에이전트를 더 많이 도입할수록, 이를 통제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의 가치는 한층 높아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미 전 세계 핵심 비즈니스를 운영해온 플랫폼들이 진가를 발휘한다.
그렇다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AI는 소프트웨어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한다. 거대언어모델(LLM)은 점차 범용화될 것이며, 소프트웨어 사용 주체가 사람에서 에이전트로 전환되면서 비즈니스 모델도 진화할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등장해 사용자들은 복잡한 애플리케이션 화면 대신 AI와 직접 대화하게 될 것이며, 사용자 화면은 실시간으로 동적 생성될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관리되는 시스템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다. AI는 안전한 업데이트, 원격 측정 기반의 개선과 공유 제어 기능에 대한 기준을 높이는데, 이는 모두 완성도 높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핵심 강점이다. 즉 AI 에이전트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결국 최종 승자는 더 나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한 기업이 아니라, 깊이 있는 도메인 전문성을 토대로 부서 간 기능을 통합하고 대규모 배포를 위한 강력한 거버넌스를 갖춰 애플리케이션 계층에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이제 신뢰할 수 있는 자율성을 구현하는 운영체제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간파한 기업들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시스템에 AI를 내재화할 것이다.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더 많은 실험과 프로토 타입을 양산하면서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 앞에서 여전히 “왜”를 되물을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시대는 계속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정년연장 대신 퇴직후 선택적 재고용" - 매일경제
- [단독] 이란대사 “미국과 거래많은 한국선박, 호르무즈 못나간다” - 매일경제
- [속보] 트럼프 “앞으로 2∼3주 이란 극도로 강하게 타격할 것” - 매일경제
- [속보] 코스닥 이어 코스피도 매도 사이드카 발동 - 매일경제
- 이 대통령 “민생경제 전시상황…촌음 아껴 ‘빚없는 추경’ 편성” - 매일경제
- 노인 무임승차 제한 시사한 이 대통령…“출퇴근 혼잡도 낮출 방안 마련하라” - 매일경제
- “당시 대선 출마 의사 없었다”…‘식당 기부’ 혐의 부인한 한덕수 - 매일경제
- “2~3주 이란에 강한 타격”…트럼프 발표 속 미군이 내린 ‘중대 결단’ - 매일경제
- 급매 소진에 서울 아파트값 다시 ‘꿈틀’…강북은 상승폭 가팔라 - 매일경제
- ‘홍명보호’ 기다려! 체코, 승부차기 혈전 끝 ‘강호’ 덴마크 꺾고 20년 만에 월드컵 진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