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프트웨어, 가장 강력한 시대에 진입하다

고민서 기자(esms46@mk.co.kr) 2026. 4. 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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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클라인(Christian Klein) SAP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임원
인공지능(AI)은 인터넷 등장 이후 가장 중대한 기술적 전환점이자,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SW)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동인이다. AI가 소프트웨어를 위협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AI 자체가 소프트웨어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추론 능력, 코드 생성, 자율형 에이전트 분야에서의 혁신은 이미 현실이 됐으며, 이는 모든 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다.

이미 이러한 변화는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AI는 기업 운영 전반에서 두 자릿수대의 효율 개선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실제로 SAP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클라우드 계약 중 3분의 2 이상 고객이 AI 기능을 포함하는 옵션을 선택했다. 또한 제조 기업들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견적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응답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있으며, 컨설팅 팀들은 주당 업무 시간의 4분의 1을 확보해 보다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실제 기업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거대한 플랫폼의 전환은 언제나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컴퓨팅, 모델, 인프라 등 기술 스택의 최하위 계층에 가치가 집중된다. 골드 러시 시대에 금맥보다 곡괭이가 돈이 됐던 이치와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속가능한 가치는 기술이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되는 상위의 애플리케이션 계층으로 이동한다. 인터넷이 이를 증명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이 재확인했다. AI 시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시대는 저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본격적인 막을 올렸을 뿐이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가 곧 AI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AI 혼자서는 아무런 비즈니스도 바꿀 수 없다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AI의 역량과 생산성 면에서의 실제적인 혁신에 이끌려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이를 전사적 차원의 측정 가능한 성과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파편화된 데이터, 단절된 프로세스, 일관성 없는 거버넌스, 그리고 노후화된 레거시 시스템에 단순히 덧붙인 방식의 AI 도입 때문이다.

산업이나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고객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자사 비즈니스를 깊이 이해하면서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된 애플리케이션, 조화롭게 관리되는 비즈니스 데이터와 명확한 통제 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반이 없다면 AI는 비즈니스 현실과 동떨어진 채 아무런 맥락 없이 표류하게 된다.

재무와 조달의 연계 방식, 공급망과 제조 공정의 상호작용, 거래에 적용되는 규제, 예외 상황의 처리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는 AI는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없다. 낡고 불완전하며 부정확한 데이터로 인한 사소한 오류 하나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잘못된 의사결정과 거래 오류로 이어지고, 나아가 막대한 손실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AI는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업무를 조율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오히려 선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그만큼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일 자체는 갈수록 쉬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완벽한 규정 준수와 감사 추적을 기반으로, 엔드 투 엔드(End to End) 공급망이나 재무 마감 프로세스 전반에 에이전트를 실제 배포하는 데 훨씬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오케스트레이션, 정책 시행, 워크플로우의 확실성은 신뢰를 담보하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자율 에이전트를 더 많이 도입할수록, 이를 통제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의 가치는 한층 높아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미 전 세계 핵심 비즈니스를 운영해온 플랫폼들이 진가를 발휘한다.

AI는 소프트웨어를 대체하지 않는다
에이전트가 실질적인 성과를 안정적으로 창출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에이전트가 맥락과 관계 및 엔드 투 엔드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시스템에 내재화된 깊이 있는 도메인과 산업 지식이다. 둘째,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정확하고 의미 있는 비즈니스 데이터다. 셋째, 자율성을 안전하게 담보하기 위한 유효성 검사, 규정 준수 확인, 결재 절차, 신원 확인과 감사 추적 등 엔터프라이즈급 거버넌스다. 단순한 데모 화면에서 눈길을 끄는 데 그치는 AI와 실제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진정한 AI를 가르는 기준이 바로 이 세 가지다.

그렇다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AI는 소프트웨어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한다. 거대언어모델(LLM)은 점차 범용화될 것이며, 소프트웨어 사용 주체가 사람에서 에이전트로 전환되면서 비즈니스 모델도 진화할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등장해 사용자들은 복잡한 애플리케이션 화면 대신 AI와 직접 대화하게 될 것이며, 사용자 화면은 실시간으로 동적 생성될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관리되는 시스템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다. AI는 안전한 업데이트, 원격 측정 기반의 개선과 공유 제어 기능에 대한 기준을 높이는데, 이는 모두 완성도 높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핵심 강점이다. 즉 AI 에이전트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결국 최종 승자는 더 나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한 기업이 아니라, 깊이 있는 도메인 전문성을 토대로 부서 간 기능을 통합하고 대규모 배포를 위한 강력한 거버넌스를 갖춰 애플리케이션 계층에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이제 신뢰할 수 있는 자율성을 구현하는 운영체제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간파한 기업들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시스템에 AI를 내재화할 것이다.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더 많은 실험과 프로토 타입을 양산하면서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 앞에서 여전히 “왜”를 되물을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시대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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