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성장 명암"..한국 경제의 길, 다시 묻다 [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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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는 불과 반세기 만에 전쟁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로 도약했다.
저자는 한국 경제성장을 '정책의 성공 사례'로 환원하는 대신 역사·사회·정치·국제 환경이 교차하는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해석한다.
책은 한국 경제성장의 핵심 조건을 '천시·지리·인화'라는 틀로 풀어낸다.
특히 정책 결정의 내부를 경험한 인물이 바라본 한국 경제의 궤적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기존 경제사 서적과 결을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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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경제는 불과 반세기 만에 전쟁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로 도약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는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 서 있다.
이 간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조윤제 전 주미대사는 신간 '한국 경제성장의 정치경제학: 성찰과 교훈'을 통해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다.
이 책은 단순한 경제사 정리나 정책 연대기가 아니다. 저자는 한국 경제성장을 ‘정책의 성공 사례’로 환원하는 대신 역사·사회·정치·국제 환경이 교차하는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해석한다. 다시 말해 “무엇을 했는가”보다 “왜 가능했는가”를 묻는 책이다.
책은 한국 경제성장의 핵심 조건을 ‘천시·지리·인화’라는 틀로 풀어낸다. 냉전과 세계교역 확대라는 시대적 흐름, 분단이라는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의 국가 동원 체제, 교육과 근면성을 바탕으로 한 인적 자원의 결집이 맞물리며 고속성장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저자는 신분계급 질서의 붕괴와 기회의 확대가 ‘코리안 드림’을 가능하게 한 사회적 기반이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강점은 성장의 ‘빛’뿐 아닌 ‘그림자’까지 함께 짚는 데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개혁과 ICT 기반 산업 발전이 중진국 함정을 돌파하는 동력이 됐지만 동시에 경제력 집중, 노동시장 이중구조, 낮은 삶의 만족도와 같은 문제도 심화됐다는 것이다. 압축성장이 남긴 구조적 한계를 직시하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한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한다. 공정한 경쟁 환경, 교육에 대한 지속적 투자, 수출지향 산업정책, 이념보다 현실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그것이다. 동시에 과거 성장 과정에서 나타났던 국가 주도 성장과 관치 금융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분명한 경계선을 긋는다.
이 책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저자의 이력이다. 저자는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후 세계은행과 IMF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청와대 경제보좌관, 주영·주미대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역임했다. 국제기구, 정책 현장, 학계를 두루 경험한 그의 경력은 이 책을 단순한 이론서가 아닌 현장과 이론이 결합된 ‘종합적 해석서’로 만든다.
특히 정책 결정의 내부를 경험한 인물이 바라본 한국 경제의 궤적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기존 경제사 서적과 결을 달리한다. 성장의 이면에 있었던 선택과 제약, 그 결과까지 입체적으로 조망한다는 점에서다.
단순한 ‘성공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경제의 구조를 냉정하게 되짚는다.
또 이 책은 지금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게 하나의 중요한 기준점도 제공한다. 우리가 어디서 출발했고, 무엇을 통해 성장했으며,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묻는 책이다. 그 질문은 결국 미래를 향해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성장의 기억을 넘어 성장 이후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서 저자의 이번 신간은 그 출발점에서 읽히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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