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맘대로 탈퇴’ 못 한다…그런데도 밀어붙인다면

천호성 기자 2026. 4. 2. 15:4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밀어붙이면 법적 분쟁 불가피”
1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압박 수위를 날로 높이지만, 트럼프 마음대로 나토를 탈퇴할 순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트럼프 으름장에 아랑곳 않고 “이란과의 전쟁에 끼지 않겠다”고 못 박는다.

상원 3분의 2 동의받아야

미국 의회조사국은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의회는 행정부의 (나토) 동맹 참여에 대해 감독해왔다”며 “국방수권법 제1250A조는 상원의 승인 또는 법률에 따른 권한 부여 없이 대통령이 미국을 나토에서 탈퇴시키는 것을 금지한다. 이는 대통령의 일방적 조약 탈퇴를 금지하는 유일한 법률”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이 법령은 대통령이 “상원 출석 의원 3분의 2가 찬성하거나 (별도로 제정한) 의회 법률에 따른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토 가입을 “정지·종료·폐기 또는 탈퇴”할 수 없도록 했다. 이런 절차 없이 나토 탈퇴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지원”하기 위한 어떤 예산 사용도 금지했다.

이 조항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때인 2023년 의회의 국방수권법 개정으로 신설됐다. 이듬해 선거에서 트럼프가 재선돼 나토 탈퇴를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뤄진 개정이었다.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이었던 마코 루비오 현 국무장관과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의 나토 탈퇴 여부에 대해 상원이 통제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국가 이익과 민주주의 동맹국의 안보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원에선 여야 막론하고 나토 탈퇴를 막겠다는 목소리가 크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의원과 크리스 쿤스 민주당 의원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나토에 남을 것”, “나토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안보 동맹”이라고 밝힌 상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엑스(X)에 “트럼프가 자신이 선택한 전쟁에 동맹국이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이 나토를 떠나는 데 상원이 동조해줄 일은 없다”고 썼다.

3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과 함께 있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뒤). 루비오 장관은 지금은 트럼프 주장에 맞춰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수 있다’며 유럽을 압박하지만, 상원의원이던 2023년엔 대통령의 일방적인 나토 탈퇴 추진을 막는 법안을 발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무단 탈퇴하면 긴 소송전

트럼프가 의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나토 탈퇴를 밀어붙일 가능성은 있다. 프랑스 르피가로에 따르면, 미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2023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향후 대통령이 이 법적 장치를 문제 삼으면서, 헌법을 근거로 외교 정책에 대한 권한을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미군 최고사령관’이라고 규정한 헌법 제2조를 내세워, 국방수권법 1250A조가 위헌이며 자기 직권으로 나토를 탈퇴하겠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경우 법적 분쟁이 불가피하다. 상원이나 민주당 집권 주 정부, 나토 무단 탈퇴로 경제적 손해를 입은 개인 등이 탈퇴를 무효화 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낼 가능성이 큰 탓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현행법이 나토 일방 탈퇴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어 정부가 법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설령 트럼프가 상원 동의를 받더라도 탈퇴가 즉시 이뤄지는 건 아니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나토 규약상 탈퇴를 원하는 국가는 미국에 ‘탈퇴 통지’를 보내고, 미국이 이를 모든 회원국에 공유해야 한다. 이후 1년이 지나야 탈퇴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나토 탈퇴는 ‘말 뿐’이란 관측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탈퇴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는 정황은 없다”고 썼다. 나토 당국자도 트럼프 발언은 “프랑스·영국 등 나토 동맹국들로부터 (이란과의 전쟁을 돕는) 가시적인 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1일 일본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의장대 환영을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유럽은 요지부동

트럼프의 주된 압박 타깃인 유럽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인터뷰에서 “이 군사 작전(미·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대해 프랑스는 사전 협의를 받은 적 없고 여기 참여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의 참전 압박에 대해선 “새로운 일은 전혀 없다. (전쟁) 첫날부터 그랬으니 놀랄 일도 아니”라고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나토 탈퇴 주장에 대해 “나토는 지금까지 세계가 경험한 가장 효과적인 군사 동맹”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며 우리는 여기에 끌려들어 가지 않겠다”, “(나토 동맹인) 유럽과의 유대를 더욱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