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새 역사 '붉은사막',…펄어비스, 시총 3위
초기 진입 장벽 등 해결 과제도 남겨

|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펄어비스의 오픈월드 어드벤처게임 '붉은사막'의 초반 흥행이 심상치 않다. 붉은사막은 출시 첫날 200만장을 판매한데 이어 4일 만에 300만장 그리고 12일만에 400만장 판매를 달성하며 역대 한국 게임 중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붉은사막 출시 전 연내에 보수적으로 300만장~600만장 정도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낙관적인 증권사에서는 최대 1000만장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놨지만 출시 직후 기대 이하의 평점을 받으며 낙관적 전망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출시 12일 만에 400만장을 돌파하면서 이제는 이러한 낙관적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오픈월드 콘텐츠가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 동시접속자, 이용자 평가 등 모든 지표에서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것도 향후 장기 흥행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 국산 패키지 게임의 새 이정표
국산 패키지 게임 중 공식적으로 400만장 이상을 판매한 게임은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네오위즈의 'P의 거짓' 그리고 붉은사막뿐이다.
콘텐츠 뉴스 소셜미디어 컬처크레이브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의 누적 판매량은 7500만장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일 타이틀로는 전 세계 비디오게임 중 역대 6위에 해당한다. 다만 현재는 무료화로 전환돼 추가 판매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해양 탐사 어드벤처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는 지난달 800만장 판매를 돌파했으며 지난 2023년 출시돼 국산 콘솔 패키지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P의 거짓도 지난달 본편과 DLC를 합쳐 400만장 판매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는 지난해 6월 콘솔과 PC를 합쳐 300만장 판매를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부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스텔라 블레이드의 누적 판매량이 최대 600만장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공식으로 확인된 수치는 아니다.
이처럼 붉은사막 이전에도 판매량 400만장을 넘어서거나 근접한 패키지게임은 있었지만 붉은사막처럼 빠르게 달성한 게임은 없었다. 약 7개월 만에 1800만장을 판매했던 배틀그라운드도 300만장 돌파에는 두 달 이상이 소요됐으며 데이브 더 다이버도 약 1년 2개월 만에 400만 판매를 달성했다.
▲ 붉은사막이 남긴 과제
업계에서는 이번 붉은사막의 초반 흥행 돌풍이 그동안 글로벌 콘솔·PC 패키지 시장의 변방에 머물렀던 국내 게임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 올려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은 팬데믹 이후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면서 장기 침체에 빠진 상황이다. 게임업계는 그동안 주력으로 삼았던 모바일과 PC온라인을 벗어나 콘솔·PC 패키지 중심의 서구권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으며 앞서 살펴본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 스텔라 블레이드 등이 유의미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여기에 붉은사막 흥행이 더해지면서 이제 국산 게임도 글로벌 콘솔·PC 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다. 더욱이 프랜차이즈 IP도 아니고 기존 포트폴리오도 없는 개발사의 첫 콘솔·PC 패키지 게임의 흥행은 잘 만들면 팔린다는 시장의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입증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물론 붉은사막의 흥행은 여러 과제도 남겼다. 붉은사막이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에는 몰입도가 떨어지는 서사 구조와 익숙하지 않은 조작 방식 그리고 불편한 UI/UX 등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붉은사막의 재평가는 장시간 게임을 플레이한 이용자들이 오픈월드 콘텐츠를 호평한 덕분에 가능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붉은사막의 재평가와 빠른 흥행이 경쟁작이 없었던 환경 덕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붉은사막의 초반 평가는 호평보다 혹평이 많았으며 만약 경쟁작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다면 재평가를 받기도 전에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최적화와 멀티 플랫폼 지원 능력은 지속적인 해결 과제다. 붉은사막은 높은 하드웨어 사양을 요구하는 고사양 그래픽을 지향하고 있다. 익숙한 PC 환경에서는 좋은 최적화를 선보였지만 PS5 등 기존 콘솔 환경에서는 기대 이하의 그래픽 품질이 비판 요소가 됐다. 이후 패치를 통해 개선하고 있지만 콘솔 환경에 대한 경험 부족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붉은사막은 현재 최고의 오픈월드 콘텐츠와 최악의 접근성이라는 양극단의 평가를 동시에 받는 상황에서도 빠른 흥행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며 "붉은사막이 남긴 여러 문제점들은 펄어비스뿐 아니라 향후 콘솔·PC 패키지 게임을 준비하는 다른 게임사들에게도 좋은 교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제는 펄어비스의 시간
붉은사막 출시 후 전후한 약 한 달간 개발사 펄어비스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롤러코스트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연초 4만 전후였던 펄어비스 주가는 게임 출시 직전 기대감에 6만5000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기대 이하의 리뷰 평점이 공개되면서 하루 만에 30%대의 폭락을 기록하기도 했다.
출시 후 3일차에는 여론이 반전되면서 23%대의 폭등이 발생했고 판매와 이용자 지표가 시간이 갈수록 개선되면서 2거래일 연속 15%대의 추가 상승이 이어지며 52주 신고가를 작성하기도 했다. 1일 기준 시가총액도 4조5000억원에 육박하며 넷마블을 넘어 게임업계 3위까지 올라섰다.
붉은사막의 판매량은 400만을 돌파하고 빠르면 이달 내 500만 돌파까지 예상되면서 당분간 펄어비스의 주가는 더 오를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더 이상 붉은사막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붉은사막으로 끌어 올린 주가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는 향후 펄어비스가 전략을 취햐느냐에 달렸다.
펄어비스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시프트업의 경우 작년 6월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까지 5만원 중반대의 주가를 유지했지만 출시 후 빠르게 하락하며 현재는 3만원 전후에 거래되고 있다. 펄어비스도 추가적인 주가 부양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다시 연초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 차원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적극 독려하는 만큼 붉은사막의 흥행에 맞춰 주주환원 정책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붉은사막의 DLC와 차기작 '도깨비'에 대한 빠른 정보 공개를 통해 지금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