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가 57년 전 갔던 달인데, 아르테미스가 다시 가는 게 더딘 이유
아폴로 때는 미ㆍ소간 체제 경쟁 속에 안전 무시하고 속도전
지금은 달 기지 구축을 위한 장기 체류 목적에, 엄격한 안전성 검증
아폴로 비용은 아르테미스 비용의 3배
우주인 4명이 탑승한 우주선 오리온 캡슐을 탑재한 나사(NASAㆍ미 항공우주국)의 우주발사시스템(SLS) 로켓이 1일 오후 6시35분(미 동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이 유인 우주선은 달의 중력을 이용해 달 뒤쪽을 지나(중력 플라이바이ㆍflyby) 지구로 돌아오는 열흘 간의 아르테미스 Ⅱ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나사는 아르테미스 Ⅱ 미션에 앞서, 2022년 11월에 인체 모형(마네킹)을 실은 무인 우주선을 달 궤도로 보내 우주 방사선과 가속(加速)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25일간 측정했다.
그러나 사실 나사는 이미 1968년 12월에 3인의 우주인을 보내 6일간 달 궤도를 10회 공전했다. 이때 처음으로 달의 앞면에서 지구가 떠오르는 모습(어스라이즈ㆍEarthrise)을 촬영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1969년 7월20일(한국시간 7월21일) 아폴로 11호의 우주인 2명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뎠다. 심지어 58년 전 아폴로 8호 때에는 사전에 인체 모형으로 달 궤도 환경을 직접 검증하는 별도의 무인 탐사 비행도 없었다.
나사가 실제 우주인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 Ⅲ 단계는 현재로선 빨라야 2027년이다. 아폴로의 달 도착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2년 9월 “달에 가겠다, 10년이 지나기 전에 먼저 해내겠다”고 선언하고 7년이 채 안 걸렸다. 2019년 5월 나사가 아르테미스 계획을 발표했을 때 달 도착 예정 시점은 2024년이었다.

인류는 반세기도 훨씬 전에 이미 달에 갔는데, 왜 다시 달에 가는 게 이리 오래 걸리고 힘든 것일까. 미국의 우주 전문가들은 그때와 지금은 우주 탐사의 목적, 적용 기술, 안전성, 예산 등 모든 면에서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반세기 동안 중단된 달 착륙 관련 기술 개발
인류의 마지막 달 도착은 1972년 12월 11일 아폴로 17호이었다. 이후 유인 우주 탐사의 주무대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있는 지상 400㎞의 저궤도(LEO)에 머물렀다. 50여년간 달 착륙과 착륙선 제작에 필요한 기술 개발은 중단됐고, 이후 나온 신소재의 응용 등 신기술과 접합돼 발전되지도 않았다. 당시 엔지니어들은 다 은퇴했다.
그리고 1976년 소련의 무인 탐사선 루나 24호 이후 약 37년 만에, 2013년 중국의 무인 탐사선 창어(嫦娥) 3호가 착륙했다. 유럽우주국(ESA)의 달 탐사 전문가인 니코 데트먼은 “아폴로 이후 달 착륙은 관심에서 멀어졌고, 수십년간 착륙선을 개발하지 않았다. 그런 기술은 다른 이로부터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지 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소의 스콧 페이스 소장은 “우리는 멈췄고 잊어버렸다. 50년 전에 올림픽 마라톤을 뛰었다고 해서, 내일 당장 다시 뛸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듯이, 2019년 이후 이스라엘ㆍ일본ㆍ미국의 주요 민간 달 착륙선은 연거푸 착륙에 실패했다.
◇완전히 다른 미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아폴로 2.0 버전이 아니다. 아폴로의 우선 목표는 사람을 단시간 내에 달에 보내 잠시 머물게 하는 것이었다. 아폴로의 달표면 최장 체류 시간은 17호의 75시간이었다.

반면에, 아르테미스는 달 남극에 영구 기지를 세우고, 그 기지를 앞으로 화성으로 가는 전초기지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폴로는 로켓 외에 사령선(Command Moduleㆍ우주인의 주생활공간)ㆍ달 착륙선(Lunar Module)ㆍ서비스선(Service Module, 엔진ㆍ생명유지ㆍ전력공급) 등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구성됐다.
그러나 아르테미스는 ▲SLS 로켓 ▲우주인 4명이 21일 머물 수 있는 오리온 우주선(capsule) ▲달 표면 탐사용 차세대 우주복 ▲기지 구축을 위한 장비를 별도로 달에 보내는 상업용 무인 착륙선들 ▲오리온 우주선과 달 궤도에서 도킹하는 루나 게이트웨이 ▲루나 게이트웨이와 달 표면 사이를 오가는 우주선 등 훨씬 많은 요소가 동시에 개발돼야 한다. 그만큼 어느 한 부분에서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1960년대엔 ‘안전’보다도 ‘속도’전
1960년대 미국은 소련과 ‘생존’을 건 우주 경쟁을 벌였다. 누가 먼저 달에 도착하느냐는 신생 독립국들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소프트웨어이자 체제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했다. 미국과 소련 모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했다.
아폴로 우주인들은 전투기 조종사 출신들로서, 마치 전쟁에 나가듯이 우주 임무를 수행했다. 당시 미국 사회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 감수는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꺼이 치러야 하는 대가로 간주했다.
최초의 유인 우주선 달 궤도 비행이었던 아폴로 8호는 원래 달 궤도까지 갈 계획이 아니었다. 새로 제작된 새턴 V 로켓의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달 궤도로 진입했다가 이탈해야 하는 서비스선의 엔진도 사전에 인체 모형으로 테스트한 적이 없었다. 단 한 번이라도 오작동이 발생하면 ‘승무원 전원 사망’이었지만, 소련이 먼저 달에 갈 수 있다는 압박감이 컸다.
심지어 최초의 달 착륙선이 된 아폴로 11호도 ‘모험의 연속’이었다. 달 고도 10.2㎞ 상공에서 착륙 5,6분을 앞두고 갑자기 착륙선의 컴퓨터 CPU 사용률이 85%에 달하는 과부하 상태가 됐다. 훈련에서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착륙 ‘진행’이냐, ‘포기’냐의 순간에서 단 몇 초 안에 ‘진행’을 택했다.
이어 애초 착륙 지점이 예상과 달리, 커다란 충돌구(crater)와 바위 지대인 것이 확인됐다. 선장인 닐 암스트롱은 급히 수동으로 착륙선을 조종하기 시작했지만, 연료가 거의 바닥났다. 20여초만 더 끌었으면, 연착륙을 못해 충돌할 뻔했다.
지금은 당시보다 안전 기준이 훨씬 높아졌고, 위험을 보는 미국 사회의 인식도 바뀌었다. 1960년대보다 훨씬 더 많은 계산과 시뮬레이션을 하지만,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파장은 프로젝트의 향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과학 탐사를 위한 ‘국제 협력’을 위해, 유럽우주국ㆍ한국ㆍ아랍에미리트ㆍ일본ㆍ캐나다 등 30여 국이 아르테미스 협정국으로 참여했다. 바이든의 결정이 트럼프에 의해 우선 순위가 바뀌기도 하고, 국가간 조율에서 계속 일정이 지연되기도 한다.
◇아폴로는 아르테미스의 3배 이상 돈 써
아르테미스의 발사로켓인 SLS를 개발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작년까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들어간 돈은 약 930억 달러(약 124조 원)에 달한다. 2028년까지 105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폴로 비용은 255억 달러였다. 지금 가치로는 아르테미스의 3배 이상인 3200억 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예산 감소가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조지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소의 존 로그스던은 “전쟁도 아닌데, 그렇게 많은 돈을 쓸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산이 적으면, 아르테미스 계획의 진행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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