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31%에 잉글랜드 잡은 일본…같은 스리백, 한국에 빠진 건 ‘전술 디테일’

박효재 기자 2026. 4. 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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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평가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같은 3-4-2-1전형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6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A매치 기간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스리백을 가동하고 유럽 원정에 나섰다. 한국은 코트디부아르에 0-4, 오스트리아에 0-1로 패하며 2경기 무득점 5실점을 기록했다. 일본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상대로 각각 1-0 승리, 무실점이었다. 포메이션 숫자는 같았지만 그 안을 채운 전술 콘텐츠의 격차가 결과를 갈랐다.

그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경기가 잉글랜드전이다. 1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일본은 점유율 31%, 슈팅 7대 19이라는 열세 속에서도 전반 23분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의 결승골을 지켜내며 1-0으로 이겼다. 아시아 국가가 잉글랜드를 홈에서 꺾은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일본의 스리백은 수비 전환 시 양쪽 윙백이 수비 라인까지 완전히 내려와 수비수 5명, 미드필더 4명이 두 줄로 늘어서는 밀집 대형을 만든다. 페널티 박스 앞 위험 공간만 철저히 틀어막는 구조다. 잉글랜드전에서 점유율 69%를 내줬지만 상대의 결정적 찬스를 최소화하며 무실점을 지켰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도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깊이 내려앉은 5-4-1전형을 상대로 경기했다”며 “공격진에서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패인을 짚었다.

지난 1일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 하펠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오스트리아의 평가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계속되는 득점 실패에 아쉬워하고 있다. 빈|연합뉴스

한국은 같은 스리백이지만 수비 시에도 라인이 쉽게 무너졌다. 오스트리아전 실점 장면에서 페널티 박스 안에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 김민재(뮌헨), 이한범(미트윌란) 등 수비수가 있었는데도 컷백 크로스를 허용했다. 윙백이 높이 올라간 상태에서 뒤에 남은 수비수 3명이 상대 공격수들과 일대일로 맞서는 구도가 반복되면서, 한 명만 뚫려도 전체 수비가 무너지는 장면이 잦았다. 뒤에 숫자가 많아 보여도 실제로는 수적 우위를 만들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다. 김민재도 오스트리아전 뒤 “일대일로 안 되면 이대일로 수비해야 하는 팀”이라고 했는데, 현재 한국의 스리백에는 그 이대일을 만드는 장치가 빠져 있다.

일본은 볼을 따내는 순간 3초 안에 측면으로 전개하고, 미토마와 이토 준야(헹크) 같은 빠른 윙어가 상대 수비 뒤를 찌르는 역습 패턴이 체계화돼 있다. 결승골도 이 구조에서 나왔다. 자기 진영에서 콜 파머(첼시)의 볼을 빼앗자마자 3명이 동시에 전진했고, 나카무라 게이토(랭스)와 패스를 주고받은 미토마가 마무리했다.

일본의 2선 공격수 자리에는 미토마, 이토처럼 역습에 최적화된 윙어가 배치된다. 한국은 같은 자리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등 전방 압박과 패스 능력이 뛰어난 플레이메이커 유형의 선수를 둔다. 경기 조율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강팀 상대로 역습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빠른 전환보다 볼 소유에 치우치며 속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잉글랜드전에서 투헬 감독이 주포 해리 케인(뮌헨) 부상으로 꺼내든 4-2-4 포메이션은 중앙 미드필더가 2명뿐이었다. 일본은 중원에 4명을 배치해 수적 우위를 점하며 볼을 빼앗을 기회를 구조적으로 만들어냈다. 투헬은 BBC와 인터뷰에서 “역습 한 번에 벌을 받았다”고 했지만, 그 한 번은 우연이 아니라 일본이 치밀하게 설계한 덫에 빠진 결과였다.

지난 1일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 하펠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오스트리아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빈|연합뉴스

한국은 오스트리아전에서 선제 실점 후에도 뚜렷한 변화 없이 원톱 손흥민(LAFC)이 수비 뒷공간을 노리게 하는 롱패스에 의존했다. 일본은 스코틀랜드전에서 0-0이 이어지자 후반 도중 3-4-2-1에서 공격수를 한 명 더 올린 3-1-4-2전형으로 전환해 골을 만들어냈다. 상황에 따라 대형을 바꿀 수 있는 플랜B가 준비돼 있다는 뜻이다.

이 격차는 일본이 같은 전술을 8년간 다듬으며 쌓아 올린 완성도에서 비롯됐다. 일본 대표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2018년 취임 이후 8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꺾는 돌풍을 일으키며 일본 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뒤에도 재계약한 감독이 됐다. 이후에도 스리백 기반의 역습 전술을 꾸준히 다듬어 지난해 10월 브라질(3-2 승)에 이어 잉글랜드까지 잡으며 A매치 5연승을 달렸다.

한국은 같은 기간 감독이 네 번 바뀌었다. 스리백 전환도 월드컵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같은 3-4-2-1전형이라도 8년간 다듬어 온 팀과 반년 남짓 시험해 온 팀의 짜임새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스리백에 부족한 건 숫자가 아니라 시간, 그리고 그 부족한 시간 안에 채워 넣어야 할 디테일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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