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 한도 늘리는 증권사들, 유동성 경색에 촉각
목적은 “단기자금 안정 조달”···중동전쟁 악재 속 공시
증권사들 “조달 여력 양호하지만, 변동성 대응 차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일부 증권사들이 최근 기업어음(CP) 발행 한도를 잇달아 증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들은 최근 불확실한 시황에 대응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기 위한 방안으로 CP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날 현재 각 사의 기업어음 발행 한도는 한국투자증권 8조원, 삼성증권 5조원, 키움증권 7조원, BNK투자증권 2조원, 한양증권 5000억원이다. 증권사들이 증액한 기업어음 발행 한도의 규모는 한국투자·삼성·키움증권 3곳이 2조원이고 BNK투자증권 1조원, 한양증권 3000억원이다.
CP는 통상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사용하는 수단이다. 상환 시점이 금방 도래하기 때문에 채무 상환, 설비자금 등 장기간 차입이 필요한 용도보단 각종 금융상품을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유동성을 신속히 공급하려는 목적으로 발행된다.

◇ IMA·발행어음·기관전용 사모펀드 등 신사업에 재원 필요
해당 증권사들은 신사업에 공들이고 있단 공통점을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종합관리계좌(IMA)와 발행어음을 중심으로 이익 창출 구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두 상품 모두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대형 증권사만 출시할 수 있어 주요 수익원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이 두 상품을 비롯한 각종 금융상품을 거래하거나 직접 운용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재원을 제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의결한 신사업인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개시했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경영참여, 사업구조, 지배구조 개선 등을 목적으로 투자 대상인 기관의 주식 등에 투자하고 이를 운용하기 위해 설정되는 펀드다.
삼성증권은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펀드 운영을 책임지는 업무집행사원(GP)으로서 활동하고 펀드에 직접 출자할 수 있다. GP로 활동하는 동안 자금을 수시로 조달하는 것이 성과 달성에 유리하다.
키움증권도 발행어음 사업을 적극 영위하고 있고, 혁신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에 발맞춰 지분 확보 등 형식으로 모험자본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양증권은 삼성증권과 마찬가지로 기관전용 사모펀드 사업에 뛰어들었고, 연내 장외파생상품 매매중개업을 인가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 1분기 주식 거래대금 전월比 축소, 재원 확보엔 부정적
증권사들은 현재 중동 전쟁과 같은 이슈로 인해 자금 조달이 경색될 수 있는 상황에서 CP와 같은 자금조달 수단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증권사들은 중동전쟁의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주요 수익원인 주식 위탁 매매(브로커리지) 사업의 수익 흐름이 위축된 상황에 처했다.
하나증권이 최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동전쟁이 이어진 지난달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68조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예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쟁이 발발한 시점 이전에 비해 규모가 축소됐다.
중동전쟁이 증권사의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기업의 채권 발행(DCM), 상장·유상증자 등 기업금융 조달(ECM)과 같은 사업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도 존재한다. 전쟁으로 인해 경기가 불안정해지면 금리가 상승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도 커지고, 사업 확장에 투자하는 대신 긴축 경영을 펼칠 수 있어서다.

증권사들은 현재로선 다양한 사업을 통해 이윤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어, 중동 전쟁의 악영향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한도 증액 목적으로 기재한 '위기 상황 대비'가 중동 전쟁을 염두에 둔 표현은 아니다"라며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에 증액 목적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사들은 그간 각종 변수로 인해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된 국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글로벌 증시는 중동 전쟁에 앞서 미국의 글로벌 관세 부과나 인공지능(AI) 거품론, 한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 로봇 산업 급성장 등 각종 변수로 인해 등락을 반복해온 상태다. 증권사는 증시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CP를 비롯한 자금조달 경로를 다각도로 구축하고 있단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CP 발행 한도를 늘리는 것과 같은 사업적 결단은 장기간 검토한 후 이뤄지는 것이고, 증권사들이 최근 한도 증액을 공시한 시점에 공교롭게 중동 전쟁 기간이 겹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도 "CP는 변동성 큰 시황에서 자금을 빠르게 조달할 수 있는 측면에선 (증권사들이) 선호할 수 있는 수단이긴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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