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출회 끝물”…복합규제에 강남 다주택자 ‘매도냐 증여냐’ 기로 [르포]

정유정 기자 2026. 4. 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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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주담대 만기연장 금지·5월 양도세 중과 등 겹쳐
공인중개사들 “급매물 출회 마무리 국면…추가 매물 글쎄”

강남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아파트 '급매물'을 포함한 매물 안내가 붙어있다.(정유정 기자 @oiljung)

정부가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만기연장까지 불허하는 등 복합 규제의 고삐를 죄고 있지만, 강남 지역 부동산 현장은 예상 외로 차분한 분위기다. 매물의 추가 출회를 기대하기보다는 “나올 물건은 다 나왔다”는 진단이 중개업소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2일 강남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은 “정책 발표 하루 만에 분위기가 확 달라지진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다층적인 규제가 이미 나오거나, 예고됐기 때문이다. 전날 금융당국은 17일부터 다주택자·임대사업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만기연장을 막는다고 발표했다. 5월 9일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되고, 6월 지방선거 이후에는 보유세 강화까지 예고돼 있다. 사실상 보유부터 대출, 매도까지 모든 고리를 옥죄는 연쇄 규제다.

이미 선제 매도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 매물은 1~3월 진짜 많이 나왔다”며 “이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허가에 최소 보름이 걸리는 만큼 5월 9일 양도세 중과 전 계약을 완료하려면 실질적으로는 4월 20일이 데드라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나올 만한 매물은 거의 다 나왔고, 거래될 건 거래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미 빠르게 늘어나는 양상이었다.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8145건으로 지난해 연말(5만7612건)보다 35.6% 증가했고, 증가세는 성동·송파·광진·서초·강남 등 한강벨트에 집중됐다. 서초구 아파트 매물만 해도 이날 기준 9741건으로 지난해 연말(8108건)보다 20.1% 늘었다.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괜찮은 가격의 급매는 이미 많이 소화됐고, 지금은 호가를 더 낮추지 않으면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추가 급매물이 쏟아진다기보다 남아 있는 물건을 두고 매도자와 매수자가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매물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수요 관망세도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서초구의 한 중개사는 “3월까지 매수자들이 지켜보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메이플자이 전용면적 84㎡(25평)가 40억~41억8000만원 선에서 매매가 이뤄지는데, 매수자는 앞자리가 3이 되길 원하고, 매도자는 4를 지키고 싶어 하면서 눈치싸움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종전과 다른 구조의 거래도 등장했다. 강남구의 또 다른 중개사는 “대출이 막히다 보니 원래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나 사업자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사려던 수요자들이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매수자가 부족한 자금 일부를 매도자가 근저당 설정 방식으로 보완해주면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사례도 실제로 있다”고 말했다. 매도자는 기한 내 매각이 필요하고, 매수자는 대출이 막혀 거래가 어려운 만큼 양측이 조건을 조정해 절충점을 찾는 셈이다.

매도 대신 증여를 택하는 다주택자도 적지 않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상담 고객 10명 중 1명꼴로 증여를 묻는다”며 “인기 없는 지역·단지는 매매를 위해 호가를 20% 이상 낮춰야 하는데, 그 정도면 차라리 증여세를 내고 자녀에게 넘기겠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5월 이후 매물 추가 출회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장의 시각은 엇갈렸다. 강남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양도세 혜택이 사라지는 이상 굳이 팔 이유가 없어지는 만큼 5월부터는 매물이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하반기 보유세 강화가 현실화되면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그 이후 다시 시장에 나올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시간이 지나면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버티는 다주택자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고이란 기자 photoeran@(이투데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