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광주형 일자리’ 수익 20%↓…캐스퍼 흥행에도 노사갈등에 발목

정경수 2026. 4. 2. 15: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주형 일자리’ 출범 5년
매출 3년째 1000억대 정체
영업이익 21% 감소
캐스퍼 수요 증가에도 1교대 체제에 생산 ‘병목’
노조 농성 130일째…임금 인상·2교대 도입 놓고 대치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에서 직원들이 캐스퍼 일렉트릭 생산 작업을 하고 있다. [GGM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의 ‘광주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수익성 제고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유일한 생산 차량인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생산 확대가 지연되면서 매출이 정체되고 이익은 감소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GGM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1242억원)과 비슷한 수준인 1258억원이다. 2022년 1048억원, 2023년 1065억원에 이어 수년째 1000억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외형 성장세가 사실상 멈춘 가운데 비용 부담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3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1% 감소했다.

수익성 제고에 발목을 잡은 것은 ‘수요 부족’이 아닌 ‘노사 갈등’이다. GGM이 현대차로부터 위탁받아 생산하는 캐스퍼는 꾸준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캐스퍼 판매는 국내 2299대, 수출 7512대로 전년 대비 각각 3.6%, 4.9%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내수와 수출 합계 2024년 5만448대에서 2025년 6만1559대로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출 비중이 75% 수준까지 확대되며 글로벌 수요도 뒷받침되고 있다.

그럼에도 생산량은 좀처럼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GGM은 현재 단일 교대(1교대)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생산 확대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 올해 생산 라인 증설도 진행 중이지만, 생산 능력이 연 6~7만대 수준에서 크게 증가하진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캐스퍼 출고 대기 기간은 최대 24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 노조가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노조 인정과 2교대 도입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4일 농성 101일째를 맞아 열린 집회 모습. [금속노조 제공]

이 같은 상황의 배경에는 장기화된 노사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GGM 노조는 노조 인정과 임금 체계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해 말부터 130일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측과의 협의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생산 확대의 핵심 해법으로 2교대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2019년 체결된 ‘노사상생발전협정서’의 취지를 강조하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2교대 전환은 처음부터 핵심 요구로, 생산 확대와 노동 강도 완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현재는 주 52시간 체제에서 주말 특근으로 생산량을 맞추는 구조여서 노동 강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2교대로 전환하면 현재 설비에서도 생산량을 배로 늘릴 수 있고,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통해 임금 인상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출퇴근 시간, 식당 운영, 통근 버스 등 운영 전반에 변화가 필요한 만큼 TF 구성을 통한 논의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GGM의 노사 갈등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당초 GGM은 업계 평균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지자체가 주거·보육 등 사회적 임금으로 이를 보완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그러나 광주시가 약속했던 주거 복지 지원은 지연되거나 축소됐고, 지난해 노조 결성과 파업을 계기로 무노조 실험 역시 사실상 막을 내렸다.

GGM의 대주주인 광주시와 현대차 입장에서도 2교대 전환을 통한 생산량 증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캐스퍼가 유럽과 국내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이어왔지만, 2021년 출시된 모델로 풀체인지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 장기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현재 출고 대기가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경우 이를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최근 소비 트렌드가 중대형 차량과 소형 SUV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경차 수요는 감소하는 추세다. 국산 경차 판매량은 2012년 약 22만대로 최다를 기록한 후 지난해 역대 가장 적은 7만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2교대 전환에 따른 추가 인력 채용과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 비용 부담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경차는 구조적으로 판매 마진이 낮은 만큼 생산 비용이 증가할 경우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다.

광주 광산구 덕림동 광주글로벌모터스 전경. [광주시 제공]

일각에서는 현재 구조가 지속될 경우 사업 지속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위탁 생산 모델은 지속적인 원가 절감이 필수지만, 생산량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와 임금 인상으로 영업비용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만큼, 출범 5년이 지난 지금은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구조적 문제인 만큼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노란봉투법 등 노동 관련 제도 이슈까지 더해질 경우 갈등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