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대출 NO, 무주택 갭투자 OK'…시장 어디로?
대출규제 탓에 '갭매수' 여력 크지 않을 것
"오히려 전월세 시장 불안 요인" 우려도
정부가 1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오는 17일부터 다주택자·임대 사업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임차인이 있는 경우는 만기 연장을 허용하면서, 무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연말까지 매수하면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 계약 종료일까지 유예한다.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려는 조치인데, 한시적이나마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를 허용하는 셈이다. ▷관련기사: 연말까지 무주택자 토허구역 '한시적 갭투자' 열린다(4월1일)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에 따라 서울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보다는 외곽 중저가 중심으로 가격 하락 압력이 발생하고 매수세도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출 규제 탓에 거래는 많지 않을 수 있고, 임대차 시장 불안정성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내놓고 있다.

"매물 늘며 가격 조정"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위한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에 따라 현금 여력이 약한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시장에 출회되고, 가격 하락도 유도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를 끼고 여러 채를 보유했는데 현금 여력이 약한 레버리지 투자자, 대출 만기 일시상환 비중이 높은 경우, 금리 보유세 공실 부담이 누적된 비핵심지 다주택 보유자 등의 매도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오는 5월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맞물려 현금 유동성이 약한 일부 집주인들이 단기적으로 매물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며 "매물 가격 하락을 추가로 유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지켜보고 결정하려던 다주택자까지 주택 매각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에 맞춰 급매물이 출회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서울 핵심지보다는 수도권 외곽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함 랩장은 "이번 조치가 수도권 전반의 급격한 가격 하락을 이끌기보다는 대출 취약 물건 및 일부 지역 매물 증가 등 수도권 외곽 위주의 매물 출회, (상승) 호가 진정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양 위원도 "강남3구와 용산 등 핵심지는 상급지 갈아타기에 대한 수요가 병존하고 있어 가격 하방 압력이 제한적"이라며 "대출 의존도가 높은 수도권 외곽에서 가격 조정 압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대차 시장 불안 '우려'
한시적으로 세를 끼고 주택을 살 경우 자금조달 계획을 더욱 보수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었다. 양지영 위원은 "세입자가 있는 다주택자 매물은 잔여 임대차 기간이 4개월 미만인 경우에만 거래가 허용된다"며 "퇴거자금 대출 한도가 부족한 상황과 맞물리면, 매수 후에도 세입자를 내보내지 못해 입주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이번 대책에 따라 나오는 매물 물량 시장에 충격을 줄 만큼은 아닐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주택담보대출을 낀 아파트 투자를 차단한다는 정도"라며 "시장 전반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규모로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정책이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라는 목표와 달리 임대차 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출 규제로 인해 전세 매물은 더 감소하거나 월세화하고, 전세 보증금 반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함영진 랩장은 "이번 조치는 아파트 전세매물 축소와 월세화를 부를 수 있다"며 "매매시장 안정 효과와 달리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선 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 아파트 매물 증가 압력이 커지면서 전세 임차인들의 불안으로 인해 중저가 위주 아파트 거래 수요는 오히려 지속될 수 있다"며 "특히 생활안정자금 및 전세퇴거자금 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된 점은 역전세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요소"라고 우려했다.
수도권 전세가격이 이미 수억원대인 현실에서 1억원으로는 보증금 차액 보전이 불가능하고, 만기 연장 제한과 대출 한도 규제가 맞물리게 되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임대인을 중심으로 역전세로 인한 금융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위원은 "이번 조치는 아파트 임대 시장의 매물 감소, 가격 변동을 일부 심화할 여지가 있다"며 "기존 아파트 세입자 입장에선 임대시장의 매물 감소는 긍정적이지 않다"고 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김준희 (kju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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