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생산중단에 중동전쟁 장기화까지…골판지 상자 '대란' 오나

골판지 상자를 만드는 원재료인 골판지 원지 공장에서 잇달아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지 수급 불균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원지 가격이 인상된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중동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상자업계는 추가적인 악재에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 24일 골판지 원지기업 아세아제지 세종공장에서 끊어진 종이(지절된 파지)를 처리하던 작업자가 와인더 팔파 설비 하부로 추락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아세아제지 세종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에서 조업이 중단됐다. 조업 중단 분야의 매출액은 3486억원으로 아세아제지 연간 매출액(2024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의 약 39%를 차지한다.
앞서 2월 7일 또 다른 골판지 원지기업인 한국수출포장공업 오산공장에서도 화재 사고가 발생해 조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해당 공장에서는 연간 약 25만톤의 골판지 원지가 생산되는데 이는 국내 전체 공급량의 약 5%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상자업계에서는 골판지 원지 공장에서 연이어 생산 중단 상황이 발생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양제지 생산 공장 화재 사건의 전례가 있어서다. 2020년 10월 국내 골판지 원지 공급량의 약 8%를 담당하는 대양제지 안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생산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원지 파동이 발생했고 그 이듬해 9월까지 골판지 원지 가격이 세 차례에 걸쳐 인상됐다. 당시 누적 인상률은 45%에 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골판지 원지 중에서도 대표 지종인 'KLB' 원지의 수급 불균형 심화가 특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공급 부족에 대비해 벌써부터 사재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골판지 상자업계는 최근 인상된 원지 가격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을 우려한다. 지난해 12월 골판지 원지기업들은 지종별로 톤당 7만원에서 10만원까지 원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여기에 장기화되고 있는 중동전쟁도 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라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석유화학 기반 제품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고, 골판지 상자의 부자재 또한 심각한 수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전쟁 발발 이후 골판지 상자의 주요 부자재인 인쇄용 잉크는 22% 올랐고, 접착제 용도로 쓰이는 포리졸은 55%, PP밴드와 포장용 랩은 각각 20% 인상됐다.
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경제 성장률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등을 우려해 골판지 원지 기업들은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수익성 악화 및 경영 부담이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골판지 상자의 최종 수요기업들이 택배사와 같은 대기업인 것과 달리 다수의 골판지 상자 제조기업들은 2000여개의 중소·영세기업으로 구성돼 있어 현재와 같은 원가 상승을 자체적으로 감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골판지 상자 수요기업에 골판지 상자 제조기업과 고통 분담을 통한 상생협력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며 "골판지 상자 공급 부족으로 인한 포장재 물류 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당국과 유관 기관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