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아의 책 사이, 삶 한 장] 한 권의 책이 삶을 바꾸는 순간

윤민아 기자 2026. 4. 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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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끝내 책으로 돌아오는가. 사진=AI이미지 

[한국독서교육신문 윤민아 기자]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는 책 한 권쯤은 있다. 언제 읽었는지,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흐릿해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책을 읽던 시간과 느낌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어떤 문장은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어떤 장면은 삶의 어느 순간 문득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깨닫게 된다. 책은 읽는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을.

"책은 읽을 때가 아니라, 떠오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는 종종 책이 사람을 바꾼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변화는 생각보다 드라마틱하지 않다.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삶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변화는 아주 조용하게,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힘든 시간을 보내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문장이 떠오르고, 그 문장이 지금의 나를 조금 버티게 해줄 때가 있다. 혹은 어떤 선택의 순간에서 책 속 인물의 이야기가 스쳐 지나가며 생각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그 책이 내 안에 남아 있었다는 것을.

책은 정보를 주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우리를 변화시킨다. 생각하는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삶을 바꾸는 힘이다.

그래서 독서는 늘 결과로 측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몇 권을 읽었는지, 얼마나 빨리 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 책이 내 삶 속에서 어떻게 남아 있는가이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조용히 지나갔던 시간들이었다. 그중에는 분명 책을 읽던 순간들도 포함되어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한 페이지를 넘기던 시간,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붙잡고 오래 고민하던 순간들. 그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전의 칼럼에서 우리는 책이 머무는 공간을 이야기했고, 읽는 태도를 돌아보았으며, 아이와 함께하는 독서와 가정의 분위기를 이야기했다. 동네 책방과 도서관을 지나, 결국 우리는 다시 한 사람의 읽기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읽기는 결국 삶과 맞닿아 있었다.

"읽는다는 것은 결국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더 많이 알기 위해서일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일까. 그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책이 우리를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는 사실이다.

책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삶 속에서 오랜 시간 머문다. 우리는 그 질문을 안고 살아가면서 조금씩 생각이 깊어지고, 시선이 넓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진다.

그래서인지 사람은 결국 다시 책으로 돌아온다. 바쁜 시간 속에서 멀어졌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책장을 펼치게 된다. 그 안에서 위로를 찾기도 하고, 방향을 찾기도 하며,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읽고 싶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책은 우리를 바꾸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책을 읽는 시간은 세상을 향하는 시간이 아니라, 나에게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한 권의 책이 삶을 바꾸는 순간은 특별한 장면 속에 있지 않다. 그것은 아주 평범한 하루 속에서, 조용히 스며들 듯 찾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은 오래 남는다.

오늘도 누군가는 책을 펼친다. 그리고 그중 한 권은, 언젠가 그 사람의 삶 속에서 다시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읽는다. 지금 당장 변하지 않더라도, 언젠가의 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