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줄이고, 노하우 살리고”…정년 후 재고용, 정년 연장 대안 될까
퇴직자 고용 늘수록 청년 일자리 감소…엇갈린 시선도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산업계에 '정년 퇴직자 재고용' 바람이 불고 있다. 인건비 부담은 줄이면서도, 숙련된 전문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면서다.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잇따라 정년퇴직자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며 노동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청년 고용 위축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날 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협약을 통해 내년부터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공식 도입한다고 밝혔다. 숙련된 기술 등 전문성을 보유한 직원을 대상으로 본인 희망 시 최대 1년간 추가 근무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사무직과 기능직 모두 적용 대상에 포함해 제도 활용 범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가 정년 후 재고용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4대 그룹 모두가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게 됐다. 계열사 및 직군별로 적용 대상은 다르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년 후 재고용이 안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시도다. 삼성전자는 명장 등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시니어 트랙' 제도를 통해 정년 후 재고용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3자녀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정년 후 재고용하는 것을 제도화했다. 현대차는 생산·기술직을 대상으로 최대 2년(만 62세)까지 계약직 근무가 가능한 '숙련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이 정년 연장 대신 재고용을 택하는 이유는 '인건비 효율화'와 '숙련 기술 전수'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 합의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기존 호봉제가 유지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지만, 재고용 방식은 퇴직 이후 별도 계약을 맺는 촉탁계약직 등의 형태로 임금을 낮춰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년 연장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재고용을 통해 비용 부담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라며 "기술직뿐만 아니라 회사 운영 전반에 도움이 되는 인력이라면 재고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사원' 수준의 인건비로 수십 년의 노하우를 갖춘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정밀 제조나 특수 공정 등에서는 신입 인력이 단기간 숙련도를 쌓기 어려운데, 이로 인한 기술 공백을 재고용 인력으로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년 후 재고용으로 채용된 직원은 통상 5000만~6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흐름은 고숙련 전문 직종이 필요한 제조업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포스코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해 기술직 중심으로 확대해 왔으며, 정년 후 재고용에 대한 필요성과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현재는 선별 채용에서 사실상 100% 재채용까지 확대됐다.
재고용의 역설…청년 고용 감소 우려는 숙제
다만 정년 후 재고용 확대로 인한 청년 고용 감소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청년층에서는 고령층의 재고용이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같은 이유로 정년 후 재고용을 비롯한 정년 연장 관련 논의에 반기를 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시행된 정년 연장으로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용 시 임금 감소에 따른 갈등도 변수다. 동일한 직무에 투입되면서도 낮은 임금을 받는 구조인 만큼 노동계 반발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은 "정년 후 재고용을 단기간 내 법적으로 의무화할 경우 현재 임금체계의 경직성을 해소하기 어려워 청년 고용 위축 등 의도치 않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초기에는 유인 체계를 통해 자율적으로 재고용 제도의 확산을 유도하고, 점진적으로 기업에 재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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