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병원에 가면 비만약을 쥐여줬다…마약류 '나비약' 공장된 동네 의원
식약처 마약류 전담수사팀에 덜미

비만이 아닌 사람 24명에게 7년간 마약류 식욕억제제로 알려진 '나비약'을 5만여 정가량 불법 처방한 의사가 검찰에 넘겨졌다. 이 의사는 환자가 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10년 이상 1만7,000정에 달하는 약을 장기 처방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일 경기 용인시 소재 가정의학과의원 의사 A씨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마약류로 분류되는 펜터민·펜디메트라진 성분의 식욕억제제를 치료 목적을 벗어나 과다·중복 처방하고, 대면 진료 없이 처방전을 발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9년 1월 29일부터 올해 1월 24일까지 약 7년 동안 비만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체질량지수(BMI) 20 안팎) 24명에게 총 907차례에 걸쳐 식욕억제제 5만2,841정을 처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욕억제제는 식약처 가이드라인상 4주 이내, 총 처방기간 3개월 이내로 사용하도록 권고돼 있다.
A씨는 비만이 아닌 사람이 약을 계속 요구한다는 이유로 12년 3개월간 총 1만7,363정을 처방하기도 했다. 접수대에서 진료 절차 없이 곧바로 처방전을 내주거나, 이전 처방 기간이 끝나기 전에 재방문한 사람에게 중복 처방을 하기도 했다.
알약의 제형이 나비 모양을 닮아 일명 '나비약'으로 불리는 펜터민 등 식욕억제제는 의존성과 금단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심혈관계 이상이나 불안·불면·우울증 등 정신신경계 부작용 위험이 있어 치료 외 목적의 처방이 엄격히 제한된다. 수사를 진행한 강권수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팀장은 "투약자 대부분이 '식욕억제제를 먹지 않으면 불안하다', '약 없이는 밥을 못 먹겠다'고 말하는 등 약에 대한 뚜렷한 의존성을 보였다"며 "본인이 중독이라는 상태를 모르는 상태에서 의사에게 처방을 요청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번 건은 지난해 9월 식약처가 마약류 전담 수사팀을 꾸린 이후 의료인의 마약류 불법 처방에 형사 조치를 취한 첫 번째 사례다.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A씨의 장기 처방 정황을 포착하고, 외부 전문가의 의학적 타당성 검토를 거쳐 오남용 의심 정황을 확인한 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강 팀장은 "연간 수억 건에 달하는 데이터 속에서 특정 의사의 처방 빈도와 횟수가 비정상적으로 튀는 패턴을 분석해 A씨를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마약류 전담 수사팀은 식욕억제제뿐 아니라, 프로포폴 불법 처방·사용 건으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중독이 의심되는 투약자 24명에게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하는 24시간 상담센터인 '1342용기한걸음센터' 이용을 안내해 재활을 돕도록 했다. 투약자에 대해서는 검찰이 추가 수사를 거쳐 사법 처리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식욕억제제뿐 아니라 ADHD 치료제,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 전반에 대해 치료 목적 외 불법 처방·사용을 적극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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