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어디까지?…영유아 인지교습 제한 논란
[EBS 뉴스12]
이른바 '4세 고시'로 불릴 만큼 과열된 영유아 사교육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핵심은 '인지 교습', 그러니까 주입식 수업을 하루 3시간까지만 허용하겠다는 건데요.
그런데 현장에선 벌써부터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속을 피할 구멍이 워낙 많다는 건데, 진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서울 대치동의 반일제 유아 영어학원 시간표입니다.
6~7세 반 기준, 오전에만 문장 쓰기와 단어 읽기, 파닉스에 미국 교과 기반 수업까지 모두 4개 수업이 빽빽하게 이뤄집니다.
수업 시간을 모두 합치면 약 2시간 40분. 정부가 정한 '하루 3시간 제한' 규정에는 걸리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학원들이 지금처럼 운영해도 규제 대상에서 비껴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영어나 수학이나 국어와 관련된 교과 중심의 교습도 (지금도) 그런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서 3시간에 해당하는 게 크게 와닿지는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또 다른 쟁점은 '놀이'와 '학습'의 모호한 경계입니다.
정부는 글자나 숫자를 반복 주입하는 행위를 '인지 교습'으로 보고 3세 미만은 금지, 3세 이상은 3시간으로 제한하겠다고 했습니다.
'A는 애플'을 10번씩 따라하게 하거나, 숫자를 반복시켜 외우게 하는 수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실제 수업은 놀이와 학습이 뒤섞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명확히 구분이 어렵습니다.
특히 점심시간이나 체육활동 등 일상에서 영어를 쓰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역시 규제 대상인지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신소영 대표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굉장히 경계가 모호하기도 하고 또 실제 행정적인 조치를 취할 때도 사교육 업장에서는 '직접적인 지식 목적이다' 이렇게 인정할 리는 만무하잖아요. 그래서 사실상 이 부분을 행정적으로 단속하기는 굉장히 쉽지는 않을 거다."
규제를 피해 학원을 더 쪼개 이른바 '뺑뺑이'를 돌리거나, 고액 개인과외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우려도 큽니다.
실제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도 "3시간이면 사실 그대로 운영된다", "이후로는 개인과외로 돌리면 된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회에서 정부안보다 엄격한 '40분 교습 제한' 법안이 발의됐을 때도, 교육청조차 단속의 실효성과 편법 운영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명확한 기준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대책이 자칫 사교육의 변칙 확산과 음지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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