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첫 시립미술관, 시민 사랑방 같은 공간 만들고파”
김해의 도시 에너지·흐름 보여주고
AI 시대 속 인간 존재 본질 되짚어
‘운동장 앞 미술관’ 열린 공간 지향
4일 시민 참여 개관식으로 공명 시작

운동장 앞 미술관.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을 이보다 더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김해종합운동장 내에 자리하고 있지만, 미술관은 정면에서 시민을 맞이한다. 정적 속에 긴장감이 흐르고, 고요 속에는 움직임이 스며든다. 서로 다른 두 리듬이 공명한다.
"미술관과 운동장, 미술과 스포츠의 결합은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어요. 고대 그리스에서 올림픽과 함께 발달한 것이 인체 누드 조각이잖아요. 현재는 김영원 작가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인체를 표현해 현대 조각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곳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에서 예술과 스포츠의 향연이 펼쳐질 거예요."
'운동장 앞 미술관'의 초대 관장인 최정은(55)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 관장은 자신이 수립한 직무수행계획서의 일부를 기자에게 공개했다. 개관 1년 차인 올해부터 2030년까지의 중기 계획도 담겼는데, '예술과 스포츠의 공명'을 토대로 기반 조성부터 운영 자립화까지 마스터플랜이 수립돼 있었다.

예술과 기술을 연결해 미래로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은 '예술로 그리는 미래, 모두와 함께하는 미술관'을 비전으로 삼는다. 가야 철기 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김해의 정체성을 토대로 인간 본질과 가치를 풀어내고 미래 문화를 함께 사유한다. 운동장·스포츠를 비롯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을 주요 전략 키워드로 포함한 이유다.
"과거 철 제련 기술은 지금으로 치면 반도체 기술이잖아요. 김해는 오래전부터 기술 도시로서 역사가 있었어요. 현재 대기업의 후방을 뒷받침하는 것도 김해의 산단입니다. 제조업체 수를 생각해도 기술 도시로서 부족함이 없어요. 그래서 관람객들이 예술을 통해 기술 도시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미래를 상상하게 하려고 합니다."
기자가 미술관을 찾은 지난달 31일은 막바지 개관 준비가 한창이었다. 전시실에서는 작품 설치가 진행 중이었다. 때때로 작업 소리도 울렸다. 제2전시실도 마찬가지. 이곳에서는 앞서 최 초대 관장이 언급한 전략 키워드인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을 구체화한 특별전이 개최된다. <경계는 울리고 생은 넘친다>가 그것이다.


핵심 가치는 인간·다양성·포용
기술 사회(정치적·사회적·경제적 문제를 과학 기술을 이용해 해결하려는 사회)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가치는 무엇일까. 바로 '인간'이다.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이 핵심 가치 3가지(인간·다양성·포용) 중 인간을 가장 먼저 내세운 점도 AI 시대 속 변하지 않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되짚기 위해서였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김영원'을 만난다.
"김영원 작가는 사실상 평생 인간을 탐구한 작가거든요. 처음에는 인간의 외형을 재현하고, 그다음에 해체하고 절단하고 실험하며 점점 내면에 대해 파악하면서 근원적인 세계로 나가는데요. 평생 인간을 탐구했던 김영원 작가를 통해서 관람객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될 겁니다."
최 초대 관장은 제1전시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이곳에서는 <김영원, 형상을 넘어 울림으로>가 열린다. 조각·회화·영상 등 38점을 통해 김영원 작가의 작품 세계 흐름을 조망한다. △인체의 재해석 △해체와 재구성 △기(氣)의 발현 △공명과 확장 등 흐름으로 이어져 외형에 대한 재현에서 내면, 나아가 공명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마주한다.


큰맘 먹고 가는 곳 아닌 동네 사랑방
지하 5층 제1전시실과 지하 4층 제2전시실을 관람하고 지하 3층에 들어서면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의 원형(작품 최초 틀)을 만난다. 김영원 작가의 대표작이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은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포용과도 맥이 닿는다.
세종대왕상 원형과 어울려 제3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공동으로 여는 전시로, 23인(팀)의 작품 140점을 통해 AI 시대 '읽기와 쓰기'의 의미 변화를 살펴보고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재탐색한다.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은 연면적 5807㎡ 규모로, 전시실 3개를 비롯해 수장고·도서 공간·아카이브실·교육 체험실·카페 등으로 이뤄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일상과 예술이 연결되는 '아고라형 공공 미술관'을 지향한다. 김해 미술 연구와 지역 작가 발굴로 지역 예술 진흥의 기반을 마련하고, 전시·교육·문화 프로그램으로 시민 문화 향유와 사회적 참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미술관 건축 구조 자체가 굉장히 열린 구조로 돼 있어요. 아파트·상가 등과 인접해 편하게 TV 보다가 '오후에 미술관 가볼까' 하고 올 수도 있고요. 격식을 차려 오는 미술관이기보다는 좀 편하게, 아무 때나 찾을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스포츠 경기 관람하러 왔다가 작품도 감상하는 그런 곳이요."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은 4일 오후 3시 개관식을 연다. 첫 행사는 '비전을 그리다'로, 시민 참여 초크아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공명을 시작한다.
/류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