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2.4조 유증…재무 건전 확보 vs 주주가치 훼손
이사회 책임까지 번진 거버넌스 쟁점으로 떠올라

벼랑 끝 재무구조에 유상증자 단행
한화솔루션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총 72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해 약 2조 3976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조달 자금 가운데 약 1조 5000억원을 채무 상환에, 나머지 9000억원을 시설 투자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유상증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수익성 둔화 및 재무 체력의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
한화솔루션 2025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4139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고 당기순손실도 1486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 흐름이 이어졌다.
2025년 부채비율은 196.3%에 달했고 순차입금은 약 12조 6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사실상 재무 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200%에 근접한 상태다. 여기에 1년 내 상환해야 할 유동성 차입금만 4조원 이상으로 단기 유동성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영업활동에서는 현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구조도 확인된다. 최근 몇 년간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를 이어왔고 차입 확대에 의존해 투자와 운영을 병행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화학 사업의 업황 둔화에 더해 주력인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글로벌 공급과잉과 미국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로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이자까지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024~2025년 동안 약 2조 300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 및 비용 절감 등 자구책을 추진했으나 신용도 하락 압력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현재 신용등급은 현재 AA-(부정적)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번 증자를 통해 1.5조원 규모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등급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장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떨어져도 향후 만기 도래할 조 단위 회사채의 차환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빚 갚고 태양광 '게임체인저' 도약 승부수
한화솔루션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는 약 2조 4000억원으로 차입금 축소와 이자비용 절감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확보한 뒤 태양광 고효율 기술 등 미래 성장 동력 투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1조 5000억원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 한도대출 등을 상환해 2026년 기준 연결 부채비율을 150% 미만으로 낮추고 순차입금은 약 9조원 수준으로 관리한다. 장기적으로는 오는 2030년까지 연결 부채비율 100%, 순차입금 7조원 수준으로 재무 건전성을 지속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9000억원이 투입될 미래 먹거리는 '페로브스카이트-텐덤 셀' 양산이다. 기존 실리콘 태양광 셀의 이론적 효율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한화솔루션이 북미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를 따돌릴 수 있는 유일한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미국 내 최대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인 솔라 허브를 기반으로 밸류체인 수직 계열화를 완성시키겠다는 구상으로 모듈을 포함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에너지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주주가 비용 부담" 시장 반발 거세
다만 시장에선 한화솔루션의 이번 증자 결정을 두고 반발이 거세다. 재무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자본 확충 자체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자본 사용 구조와 관련 지적이 나오는 모습이다.
자금 사용 구조를 살펴 보면 전체 조달액 중 과반 이상이 채무 상환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번 증자는 성장 투자라기보다 재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다. 특히 투자 대상인 탠덤셀 역시 2029년 상업화를 목표로 하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단기적인 실적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DS투자증권은 "1.5조원 규모의 채무 상환으로는 차입금을 의미 있게 줄이기 어렵다"며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재무 구조에선 미래 기술 투자가 우선순위가 되기 어렵다며 투자 타이밍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iM증권은 "과거에도 자산 매각과 자본 조달을 반복해 왔지만 차입금 축소에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유상증자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주주총회에서 발행가능 주식 수를 대폭 확대한 점까지 맞물리며 향후 추가 증자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증자 시점도 논란을 키운 요인이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40% 수준의 증자가 발표되며 투자자 충격이 컸으며 실제 증자 발표 직후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약 18% 급락하며 시장의 부정적 평가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충분한 사전 소통 없이 진행된 의사결정 방식이 주주 신뢰를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이번 이슈를 두고 지배구조와 이사회 책임 문제로 규정한 배경이다. 포럼은 논평에서 "자금조달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절차적 공정성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이사회가 개정 상법이 요구하는 '전체 주주 이익 관점의 의사결정'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유상증자 결의 이틀 전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가 선임된 점을 언급하며 이사들이 충분한 검토 없이 의사결정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경우 개정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를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포럼은 이번 증자가 기존 주식 수 대비 약 40% 이상의 대규모 희석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일반 주주에 대한 영향 분석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며 최근 한화 계열사 전반에서 반복되는 자본조달 방식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한편 한화솔루션은 2일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 설명회, 6일엔 싱가포르·홍콩에서 정원영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유상증자 설명을 위한 해외 로드쇼에 나설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재무 안정성과 미래 성장 동력을 동시에 확보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