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금리에 너도나도 돈 뺀다"…은행권 예·적금 한달새 9.7조↓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이 연 7%를 돌파한 가운데,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2%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에 따른 은행권의 이자장사가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5대 은행의 수신자금이 한 달 새 약 9조 7000억원 가량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잔액이 한 달 새 약 9조 4000억원대 급감했고, 적금잔액도 약 25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인데, 낮은 수익률에 실증을 느낀 안정지향형 투자자들조차 은행 대신 증권시장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수신자금 이탈은 정기 예·적금의 영향이 크다.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937조 4565억원을 기록해 한 달 전 946조 8897억원 대비 약 9조4332억원 급감했다. 한 달 전인 2월에는 정기예금 잔액이 한 달 동안 약 10조 167억원 급증한 바 있는데, 한 달 새 증감 규모가 유독 두드러진 모습이다.
정기적금 잔액은 지난달 말 46조 1577억원을 기록해 2월 말 46조 4090억원 대비 약 2513억원 감소했다. 월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지난해 1월 9541억원 감소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이처럼 예적금이 인기를 얻지 못하는 건 이자수익률이 바닥을 향하는 까닭이다. 이날 5대 은행이 판매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 대표 상품의 최고금리는 연 2.85~2.95%에 불과하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2.95%로 가장 높고,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 각각 연 2.90%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연 2.85%를 기록했다.
이에 안정지향형 투자자들도 2%대 수익률만 안겨주는 은행 예금에 흥미를 잃는 모습이다. 실제 이를 방증하듯,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2월 말 684조 8604억원에서 약 15조 477억원 급증한 699조 9081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증시 대기자금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10조 3000억원을 기록해 2월 평잔 105조 9000억원 대비 약 4조 4000억원 증가했다.
증시 변동성 확대 여파로 주식 투자가 어느 때보다 '고위험 고수익'의 성향을 띠면서, 안정지향형 투자자들도 대기자금을 은행 파킹통장에 예치하는 모습이다. 더불어 은행 예금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원금 지급을 보증하는 증권사 종합투자계좌(IMA)도 은행 정기예금 잔액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정기예금 금리가 2%대에 그치는 가운데,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7%를 넘어섰다. 이날 5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5년물 금리는 연 4.46~7.03% 수준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_혼합'이 연 4.87~6.27%,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가 연 4.46~5.87%,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2(혼합)'이 연 4.524~5.724%,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이 연 5.54%부터, 농협은행의 'NH주택담보대출_5년주기형'이 연 4.43~7.03%로 각각 집계됐다. 고정금리 상단 7% 돌파는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1월 중순 연 4.13~6.29%에 견주면 하단은 약 0.29%p, 상단은 약 0.72%p 각각 상승한 셈이다.
예대금리 추세가 반비례하면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는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이날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2월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1.37~1.60%p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의 예대차가 약 0.03%p 확대된 1.60%p, 농협은행이 약 0.09%p 확대된 1.58%p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국민은행이 약 0.05%p 줄어든 1.41%p, 우리은행이 약 0.06%p 줄어든 1.39%p, 하나은행이 약 0.18%p 하락한 1.37%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