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해협, 수입 국가들이 스스로 지켜야” [트럼프 대국민연설]
이란 군사력 파괴…보호 매우 쉬운 일
한국戰 등 언급하며 유가상승 잠깐일뿐
“전쟁은 미래투자·전후 美번영” 성과 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백악관에서 이란 전쟁에 대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2/ned/20260402113502281bjdj.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에는 이란과의 협상 진행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미군의 희생을 애도하고, 이란의 해·공군을 무력화했다고 자화자찬하는 행간에는 향후 2~3주간 이란을 강력히 타격하겠다는 엄포가 있었다. 그동안 이란과 협상이 잘 되고 있다는 주장을 전제한 뒤 이란에 협상을 압박했던 ‘양면전략’과는 다소 다른 결의 언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은 이용하는 국가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책임 회피형 발언도 이어갔다. 그의 갑작스런 대국민 연설을 두고 종전 시나리오를 구체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기대가 무색해진 대목이었다. 전쟁의 성과를 나열하고, 이란 전쟁은 역대 다른 전쟁보다 짧고 유가 상승도 제한적이라 강조하는 그의 연설에서 전쟁의 여파를 최소화하고 서둘러 종전하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대해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란의 정권 교체를 이뤘다 주장한 그는 “그사이에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며 이란과의 협상이 진행중이라 밝힌 후, “이 기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주요 목표물을 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발전소를 매우 강력하게, 아마 동시에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는 6일까지로 제시한 발전소 공격 유예기간 중 의미있는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강공을 통해 종전 방안을 찾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쟁의 가장 큰 변수가 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해서는 이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이 미국에서 석유를 구입하거나, 스스로 해협을 지키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미국)는 지구상에서 석유와 가스 생산량 1위 국가”라며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거의 수입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수입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석유가 필요하지 않다. 과거에도 필요하지 않았고, 지금도 필요하지 않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여파가 미국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에는 “미국으로부터 첫번째 제안을 하고 싶다, 우리는 자원이 많다”며 미국산 에너지를 이용하거나, 직접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결하라 말했다. 그는 “뒤늦은 용기를 내라. 해협으로 가서 스스로 (석유를) 가져가고 지키고 활용하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란과의 전쟁은 매우 짧은 편이고, 유가 급등 여파도 잠시일 뿐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전쟁은 3년 1개월 2일, 베트남 전쟁은 19년 5개월 29일, 이라크 전쟁은 8년 8개월 28일”이었다고 역대 미군이 참전한 전쟁들을 열거하며 이란 전쟁은 32일이었다 강조했다. 또 “유류 공급을 재개하면 유가는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 말했다.
‘호르무즈 무관론’을 내세우며 자체 종전하는 방안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개 연설과 인터뷰 등에서도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됐던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연설하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대해 “유럽 국가가 하게 두자. 한국이 하게 두자”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핵 무력’은 북한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가까운 곳에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는데도,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등의 요청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주한미군은 현재 2만8500명 안팎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4만5000명이라며 잘못된 숫자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기 종전 후 필요시 ‘정밀 타격(spot hits)’ 등으로 추후 조치를 하는 방안도 내비쳤다. 그는 미군 철수 시점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꽤 빨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군의 철수가 이뤄지면 필요에 따라 “우리는 (이란의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을 하기 위해 돌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미군이 이번 전쟁은 조기 종전한 후, 향후 이란이 핵무기 등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다시 보일 경우 해당 시설을 특정 목표로 삼아 부분적으로 정밀하게 타격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미국의 자체 종전 구상을 두고, 그 후폭풍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거부했던 동맹들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부활절 오찬 연설에서 한국을 콕 집어 불만을 표출한 것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에는 탈퇴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거부 등으로 압박을 하고, 한국에는 무역·안보 분야에서 보복성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에서 상호관세 위헌 판결이 나온 이후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한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들을 상대로 ‘과잉 생산 및 생산역량’, ‘강제노동에 의한 생산품 수입’ 등을 문제 삼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미국에 대한 부당한 무역 조치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향후 보복성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 발간한 연례 ‘국가별 무역 장벽(NTE) 보고서’에서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법과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등을 무역장벽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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