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기관 “이란, 협상에 부정적”…현 상황 유리하다 판단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 권력자들이 종전 협상에 소극적이며 현 전쟁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조기 종전 구상이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정보당국자의 분석을 인용해 이란 지도부는 현재 전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판단하고 있으며, 서둘러 협상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며칠간 이란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실질적인 협상에 응할 의지가 없다는 평가가 정보기관 전반에서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외교적 협상 채널 자체는 열어두고 있으나, 미국의 의도를 신뢰하지 않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이 핵 협상 국면에서 두 차례 군사 공격을 감행한 점이 이러한 불신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평가는 이란 측 공개 발언과도 일치한다. 이란 외무부는 자국이 휴전을 요청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허위”라고 반박했다. 이란 정부는 오히려 미국이 진정으로 전쟁 종식을 원하는지 확인하려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이란 및 파키스탄 당국자들에 따르면 테헤란은 단순한 일시적 휴전이 아닌, 근본적인 전쟁 종료 조건에 대한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대국민연설에서 작전이 거의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며 미군이 2~3주 내에 더 강력한 공격을 기해 작전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이란이 장기전을 선택할 경우 이러한 구상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전쟁의 중대 변수가 되고 있다. 이란군이 유조선 공격을 통해 해협 통행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해협 안전 확보를 휴전 조건으로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 왔으나 1일 대국민연설에서는 해협을 이용해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나서서 봉쇄를 풀라고 촉구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황과 별개로 이란 내부 권력 구조의 변화도 외교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NYT는 꼽았다.
초기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강경파 성향의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지도자로 부상하면서 타협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명수비대 내 강경 세력이 정부 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양보 없는 대응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시 상황 속에서 이란 정부 내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협상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감청을 우려한 이란 지도부가 통신 사용을 제한하면서, 누가 협상 권한을 갖고 있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미 당국의 판단이다.
핵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문제 역시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란은 자국의 우라늄 농축 활동이 민간 목적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이를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탄도미사일 역시 이란이 핵심 억지력으로 간주하고 있어 양보 가능성이 낮다. 이란은 이러한 요구를 국가 주권 침해로 인식하고 있다.
외교적 중재 시도도 이어지고 있지만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파키스탄이 중개 역할을 자처하며 중국의 개입을 설득하고 나섰고, 양국은 최근 공동 성명을 통해 적대 행위 중단과 해협 통행 재개를 촉구했다. 중국 역시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적극적인 개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이 단기간 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가능성이 낮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판단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기 종전 전략에 중대한 변수일 수밖에 없다. 이번 전쟁이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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