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이후 남겨진 시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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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역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모임 '공간너머'가 오는 4월 4일부터 15일까지 포항 갤러리포항에서 기획전 '화상(火傷) 2026, 영덕 불확실한 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5년 경북 산불 피해 지역 가운데 영덕 해안가 노물리와 석리 일대를 중심으로 기록한 사진 작품 24점을 선보이며, 재난 이후의 삶과 기억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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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부터 15일까지 포항 갤러리포항
손진국·이정철·안성용·최흥태·강철행·황정희등 6명 작가
영덕 노물리·석리 중심 24점 선보여



포항지역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모임 ‘공간너머’가 오는 4월 4일부터 15일까지 포항 갤러리포항에서 기획전 ‘화상(火傷) 2026, 영덕 불확실한 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5년 경북 산불 피해 지역 가운데 영덕 해안가 노물리와 석리 일대를 중심으로 기록한 사진 작품 24점을 선보이며, 재난 이후의 삶과 기억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2022년 울진 산불 현장을 기록한 사진전 이후 다섯 번째로 이어지는 작업이다. 특히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로 기록된 울진 산불의 연장선에서, 또 다른 피해 지역인 영덕을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참여 작가는 강철행, 손진국, 안성용, 이정철, 최흥태, 황정희 등 6명으로, 전시는 6개의 파트로 나뉘어 각기 다른 시선과 서사를 담아낸다. 이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산불 이후 지역 주민들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와 시간을 포착하고 이를 문학적 서사로 확장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불길이 휩쓸고 간 직후의 극적인 장면보다 시간이 흐른 뒤 정리된 공간 속에 남아 있는 미세한 흔적과 잔여에 주목한다. 불에 타 사라진 집터와 그 위에 남겨진 사물의 파편, 중장비에 의해 부서진 채 흩어진 생활의 흔적들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삶의 붕괴와 회복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임시 거처로 옮겨진 주민들의 삶과 일상의 기반을 잃은 채 이어지는 불확실한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며 재난 이후의 현실을 조용히 증언한다.
특히 일부 작업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피해의 외형보다 보이지 않는 기억과 감정의 층위를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정리된 폐허와 비어 있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 남겨진 작은 흔적들은 오히려 더 큰 상상과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재난의 본질과 인간의 삶을 다시 성찰하게 만든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이 스스로를 치유해 가는 자정(自淨)의 과정과 이를 바라보는 사진가들의 냉철한 시선이 교차하며, 전시는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이는 빠르게 식어버린 사회적 관심 속에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흔과 기억을 환기시키며, 다시 찾아올 생명의 계절을 기다리는 전야제와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공간너머는 2022년 1월 창립 이후 ‘기록은 기억을 뛰어넘는다’는 가치를 바탕으로 지역의 풍경과 문화, 역사적 현장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창립 직후 울진·삼척 산불을 첫 전시로 선보인 이후 약 3년에 걸쳐 산불 피해 지역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작업을 이어왔고, 2024년에는 경상북도문화재단 공모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번 전시 기간에는 ‘개별 작가와의 시간’을 예약제로 운영해 관람객과 작가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작품에 담긴 이야기와 현장의 맥락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간너머 손진국 사진작가는 “이번 전시가 재난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는 지역의 이야기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기록을 통해 기억을 확장하고, 지역 사진문화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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