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건축물 기행] 산청군 장애인회관

knnews 2026. 4. 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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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을 품은 안식처… 장애는 없다

경호강이 한눈에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장애인들 편안히 머무는 공간으로 설계
풍경과 다양한 색·천장 높이로 리듬감
자연으로 다가가는 복도·데크 등 눈길


장애는 신체에 머물지 않고 마음으로 번지기 쉽다. 그 곁을 지키는 가족의 고통 또한 적지 않다. 장애를 가진 자식을 둔 부모들의 간절한 소망은 아이보다 단 며칠이라도 더 살아, 자식이 홀로 남겨지지 않기를 바란다. 설계자로서 우리는 신체적 장애가 마음의 장애로 이어지지 않기를, 가족들이 잠시나마 편안히 쉴 수 있기를, 그리고 관련 일을 하는 분들에게도 좀 더 편하고 좋은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산청군 금서면 매촌리에 위치한 장애인회관. 이곳은 경호강과 시오리길이 맞닿아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이다. /배길효 작가/

산청군 금서면 매촌리에 위치한 장애인회관. 이곳은 경호강과 시오리길이 맞닿아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이다. /배길효 작가/

◇강과 산 사이, 풍경을 가로지르는 수평선의 건축

대지는 경호강보다 약 30m 높은 곳, 4단의 석축과 소나무가 가득한 언덕 위에 있었다. 수평으로 구성된 산과 강의 경계에 스며들기 위해, 건축 역시 하나의 수평선을 더하는 형태가 돼야 했다. 건축은 산과 강의 경계에 살며시 얹혀진다.

경계에 있기에 진입 공간에서 바라보는 앞모습과 강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전혀 다른 이중적인 공간이 됐다.
산청군 금서면 매촌리에 위치한 장애인회관. 이곳은 경호강과 시오리길이 맞닿아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이다. /배길효 작가/

산청군 금서면 매촌리에 위치한 장애인회관. 이곳은 경호강과 시오리길이 맞닿아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이다. /배길효 작가/
주변을 향해 열려 있는 산청군 장애인회관 복도 공간.

주변을 향해 열려 있는 산청군 장애인회관 복도 공간.
건물로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부담감을 줄이고 자연을 가리는 것을 최소화하고자, 2개 층 중 1개 층을 땅에 묻어 몸을 낮췄다. 낮고 길게 누운 건축은 오는 이에게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강을 바라보는 부분은 경호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열린 공간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자연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데, 중정을 통해 1층의 활동 모습을 관찰하고 그 너머로 경호강을 본다. 길게 뻗은 건물은 언덕 형상에 따라 30도 꺾여서 한쪽 면은 경호강이 흘러오는 모습을 맞이하고, 다른 한쪽 면은 강과 평행하게 놓여 있다. 1년 내내 흐르는 맑은 강물은 마음의 시름을 잊게 한다.
경호강을 향해 열려 있고 끊임없는 순환하는 건물 동선.

경호강을 향해 열려 있고 끊임없는 순환하는 건물 동선.
경호강을 향해 열려 있고 끊임없는 순환하는 건물 동선.

경호강을 향해 열려 있고 끊임없는 순환하는 건물 동선.
장애인 공간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대개 야생의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조심스럽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에서는 자연을 보다 가까이 느끼게 하고 싶었다. 2층에서는 복도에서 연장된 연결 통로를 통해, 1층에서는 경사지에서 들어 올려진 외부 데크를 통해 끊김 없이 걸을 수 있다. 복도는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니라 자연으로 다가가는 매개체다. 장애인만을 위한 공간이므로 스스로 움츠러들지 않고 편하고 안전하게 자연에 다가간다.
목재로 마감된 다목적 공간.

목재로 마감된 다목적 공간.
끊임없이 순환하는 복도 공간.

끊임없이 순환하는 복도 공간.

◇따뜻하고 다양한 공간

여기에 사는 사람들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주고 싶었다. 경호강에 면한 공간에서는 강을 바라보고, 그 반대쪽은 남측 햇빛을 받는다. 중복도로 구성된 사무실 영역조차 고측창을 통해 빛이 들어와 항상 밝다.
끊임없이 순환하는 복도 공간.

끊임없이 순환하는 복도 공간.
녹색의 복도와 노란색 미시기문.

녹색의 복도와 노란색 미시기문.
외벽은 아이보리빛 라임스톤으로, 다목적실의 내부는 목재를 사용했다. 공간 변화를 다채롭게 만들고 싶었기에 다양한 색을 사용했다. 예산의 한계로 인해 페인트칠을 활용한 색채 사용 외에 대안이 없기도 했다. 바닥과 천장은 백색을 주로 사용하되, 이동 방향이 보이도록 복도 중간과 벽체와의 경계에 어두운 계통의 타일로 마감했다. 실내외의 경계가 되는 출입문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노란색 반자동 미서기문을 달았다. 고측창의 빛을 더 극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높은 부분은 어두운 녹색으로, 진입부 계단실은 붉은색으로 마감했다. 이러한 색들은 공간 변화를 증폭시킨다.
붉은 색의 계단실.

붉은 색의 계단실.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계절과 날씨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경치와 다양한 색, 천장 높이의 변화로 리듬감을 주어 공간은 풍부해진다. “빨간 데로 와, 녹색으로 와, 나무로 와” 등 공간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해진다. 사람들이 다니는 것이 즐겁기를, 머무는 것이 따뜻해지기를, 서로의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전해지기를 바랐다.

경호강을 향해 열려 있고 끊임없는 순환하는 건물 동선.

경호강을 향해 열려 있고 끊임없는 순환하는 건물 동선.

◇설계 및 시공 과정

지질 조사 당시 장비 진입이 어려워 추정치로 설계를 진행했는데, 공사 전 지내력 측정 결과가 나오지 않아 파일 공사를 추가하게 됐다. 정해진 예산에서 기초 공사비가 늘어나자 다른 부분에서 공사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날렵했던 처마 디테일, 돌로 마감하려던 연결 복도, 진입부의 석재 천장 디테일이 사라졌다. 석축과 대비되는 위치에 놓였던 게비온 패널은 사비석으로 대체됐다. 지키려 했던 데크 사이의 소나무들도 시공상의 이유로 벌채됐다.

시공자와의 이견과 상주감리인의 변경은 상황을 더욱 힘들게 했다. 힘든 과정에서도 우리를 지탱했던 것은 발주처의 변함없는 신뢰와 이 땅이 가진 힘이었다. 덕분에 당초 의도했던 산책 동선은 지켜낼 수 있었다. 준공 후 식당 공간의 부족이나 장애인 이동에 대한 안전 보강 등 민원이 있었다. 설계 단계에서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설계자의 책임이 크다. 다만, 차량 활용이 많은 장애인시설에 비해 다소 좁았던 주차 공간은 운동장 주차장을 활용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산청군 장애인회관 전경.

산청군 장애인회관 전경.

◇장애인 회관

장애인 회관은 관련 단체들과 장애인들이 머무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주민들이 기피하는 장소로 여겨지기에 주민 생활공간과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도, 이용자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교통이 편리한 곳을 택한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결국 과거 헬기 착륙장이 있었던, 사람들이 잘 찾지 않던 언덕에 자리 잡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그 언덕은 경호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전국 대부분의 장애인시설이 비슷한 고민에서 비롯된 장소에 놓이지만,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언젠가 장애를 안을지도 모를 ‘내가 머물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시선은 조금 더 관대해질 수 있을 것이다. 신체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점점 나아져 가기를 기대해 본다.

공사 중에 대지와 경호강 사이에 ‘시오리 길’이 생겼다. 산청읍에서 동의보감촌까지 이어지는 이 산책로는 계절마다 변하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장애인 회관은 거주자들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공간이기에 대중에게 완전히 개방된 곳은 아니지만, 길을 따라 걷는 도민들이 조용히 건물을 바라보거나 조심스럽게 방문 요청할 수 있다. 이 수평의 건축이 휴식과 안식의 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건축 개요

위치: 경상남도 산청군 금서면 매촌리

대지면적: 6876㎡

용도: 노유자시설(사회복지시설)

규모: 지상 2층

건축면적: 1172.61㎡

연 면 적: 1865.91㎡

외부마감: 라임스톤, 사비석

설계: 건축사사무소 사람인 송인욱

설계: 건축사사무소 사람인 송인욱

송인욱(건축사사무소 사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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