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더] 세종학당장 “쿠바, 에너지 부족·최악 전염병… 한글학교에 온정을”
![정호현 쿠바한글학교장 겸 세종학당장이 아바나 세종학당 현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2/dt/20260402105238589aiay.jpg)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쿠바에서 15년 넘게 살았는데, 그런 광경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요즘 새로운 풍경을 자주 봅니다.”
1일(현지시간) 전화 인터뷰에서 정호현(54) 쿠바 한글학교 교장 겸 세종학당 학당장은 걱정과 한숨이 반반쯤 섞인 채 말을 이어갔습니다.
정 교장은 쓰레기통을 뒤지는 분들 보기가 민망하고, 겸연쩍어서 다른 휴지통을 찾아 하루에도 몇 번씩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배회한다고 했는데요. 며칠 전에는 배가 고프다며 문을 두드리며 음식을 구걸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쿠바에서 노숙자도,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도, 음식을 구걸하는 사람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요즘 보게 됩니다. 여기 와서 지금, ‘최악’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쿠바는 에너지의 6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특히 세계 최대 석유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에 기댔습니다. 그러나 올해 1월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에 압송되면서 지원이 뚝 끊겼고, 정전 등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겪는 중입니다.
정호현, 2011년 쿠바 정착후 2022년 한글학교 출범·학당장 겸임
연료 부족에 청소차도 멈춰… 쓰레기 부패하며 전염병 위험 가중
학생들 2시간 수업 받기 위해 2~3시간씩 걸어 등교… “지원 절실”
“에너지 봉쇄 후에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교통이에요. 연료가 없으니 차가 다니지 않아요. 자전거나 전기 오토바이, 삼발이라 불리는 현지 이동 수단 등을 간간이 이용하죠. 학생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옵니다. 2시간 수업받기 위해 2~3시간씩 걸어오시는 학생들도 있어요. 그렇게 수업에 참관하는 학생들이 전체의 50%가 넘어요.”
에너지난이 가중되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쓰레기입니다. 연료 부족으로 청소차가 다니지 못하면서 골목길은 거대한 쓰레기장이 돼 가고 있다고 정 교장은 지적했습니다. 특히 덥고 습해지기 시작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거리에 나뒹구는 쓰레기는 전염병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합니다.
“덥고 습한데 쓰레기가 쌓이면 굉장히 빨리 썩어요. 그래서 전염병도 돌 것 같아 걱정이에요. 덥고 냄새나면 모기가 들끓거든요. 치쿤구니아, 뎅기열에 걸릴까 봐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심해요. 의료시스템도 무너져 병원에 가도 치료도 제대로 못 받습니다.”
![쿠바 아바나에 있는 한글학교에서 17일(현지시간)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교사와 학생 모두 쿠바 현지인이다.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2/dt/20260402105239899uzcp.jpg)
정 교장은 전력난 속에 도심이 쓰레기로 뒤덮이는 가운데 전쟁에 대한 불안은 별로 없지만, 인플레이션과 가난에 대한 불안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달러에 24 쿠바 페소였던 환율이 현재는 암시장에서 1달러에 500 쿠바 페소가 넘는다고 합니다.
문제는 어려움의 파고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전력난, 식량난, 교통난 등 살아가는데 작지 않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30여가구에 달하는 교민 중에서 쿠바를 떠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정 교장은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힘들수록 “웃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고국의 온정은 조금쯤 필요할 것 같다면서요.
“한글학교나 세종학당에 라면이라도 보내주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단체들도 있어요. 그냥 보내면 미국의 봉쇄 탓에 올 수 있을지 모르겠고, 또한 미국이 허가해 준다고 해도 이 난리 통에 어디로 새어 나갈지 모르니, 외교 행랑에 담아서 먹을 거라도 보내주셨으면 감사하겠어요.”
유은규 기자ekyoo@dt.co.kr
유은규 기자 ekyo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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