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90년 전 베를린의 금메달, 아직도 일본으로 남아 있다…손기정 국적 바로잡기 다시 뛴다

김종석 기자 2026. 4. 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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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OC 기록엔 여전히 ‘기테이 손’과 일본…광복 80년 지나도 끝나지 않은 이름 찾기
- 손기정기념재단, 삼일절부터 SNS·서명운동 본격화…서울마라톤 연계 홍보도 전개
- 국적 회복은 단순한 표기 수정이 아니다…빼앗긴 이름과 역사 되찾는 싸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생의 국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캠페인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손기정기념재단 제공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한국 스포츠사에서 이보다 더 뜨겁고, 더 아픈 우승 장면은 많지 않습니다. 식민지 조선 청년 손기정 선생은 세계의 가장 높은 시상대에 올랐지만, 가슴에는 원하지 않았던 나라의 국기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였고,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렸습니다. 그 한 장의 사진은 단순한 스포츠 기록을 넘어 빼앗긴 나라의 설움과 꺾이지 않는 민족의 자존심을 함께 품은 역사적 상징이 됐습니다.

그런데 90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바로잡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기록 속 손기정 선생의 국적입니다. 그의 이름은 여전히 일본식 영문 표기인 '기테이 손(Kitei Son)'으로 남아 있고, 국적 역시 일본으로 적혀 있습니다. 광복을 맞았고, 대한민국이 세계 스포츠 강국으로 우뚝 섰지만 정작 한국 스포츠사의 가장 상징적인 영웅 한 사람의 이름과 국적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셈입니다.

이 오래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이 다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손기정기념재단은 올해 손기정 선생의 국적 정정 캠페인을 한층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손기정 마라톤에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국적 정정 운동의 취지를 알리며 공감대를 넓혔다면, 올해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90주년을 맞아 더 넓고 더 강한 방식으로 대중과 만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 출발점은 3월 1일 삼일절이었습니다. 재단은 이날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시민 참여 캠페인에 들어갔습니다.

동아일보가 일장기를 지우고 보도한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우승 시상식 사진. 동아일보 캡처

인스타그램 계정(@sonkeechung)에는 손기정 선생의 삶과 정신을 다시 조명하는 콘텐츠가 순차적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손기정기념관과 러닝센터, 체육공원 등 손기정 선생의 이름이 살아 숨 쉬는 공간들도 함께 소개합니다. 과거의 영웅을 박제된 인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러너와 시민이 현재형의 역사로 다시 만나도록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재단의 행보는 이미 러닝 현장으로도 옮겨졌습니다. 지난달 열린 국내 최고 권위의 2026 서울마라톤 겸 제96회 동아마라톤에 맞춰 러닝 플랫폼 동마클럽 인스타그램(@dongmaclub)을 통해 국적 정정 홍보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를 휩쓴 러닝 열풍은 이제 단순한 건강 트렌드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나누는 장으로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손기정 선생 국적 회복 운동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뛴다'는 행위가 이번에는 기록 경쟁이 아니라 역사 회복의 뜻을 모으는 실천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손기정 선생 국적 정정 캠페인. 손기정기념재단 제공

무엇보다 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서명운동입니다. 손기정 선생의 이름은 알지만, 정작 IOC 기록에 아직도 일본 국적과 일본식 이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 보도는 역사 교과서의 상징적 장면으로 익숙하지만, 그 싸움이 지금까지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은 의외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재단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손기정 선생의 국적 회복은 몇몇 관계자의 문제나 특정 단체의 과제가 아니라, 시민이 함께 목소리를 낼 때 비로소 힘을 얻을 수 있는 시대적 과제라는 판단입니다.

사실 손기정 선생의 국적을 바로잡는 일은 단순한 행정적 수정이 아닙니다. IOC 홈페이지 한 줄의 표기를 바꾸는 문제로 축소해서도 안 됩니다. 그것은 식민지 시절 강제로 빼앗긴 이름을 되찾는 일이고, 세계 스포츠사 속 한국인의 존엄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손기정은 평생 자신이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말해온 인물입니다. 그 외침은 한 개인의 정체성 선언을 넘어, 나라를 빼앗긴 시대를 살았던 모든 조선인의 절규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늦었지만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베를린의 금메달은 이미 한국인의 것이었고, 손기정의 심장도 처음부터 끝까지 조선의 것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기록까지 제자리를 찾게 만드는 일입니다. 더 많은 시민의 서명과 더 큰 공감이 모일 때, 손기정 선생의 이름은 비로소 '기테이 손'이 아니라 '손기정', 그리고 일본이 아니라 대한민국으로 다시 서게 될 것입니다. 90년 전 베를린에서 시작된 그 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다시 이어 뛰어야 할 차례입니다.

손기정 선생 국적 정정 캠페인 포스터. 손기정기념재단 제공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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