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식 '매립형 손잡이' 규제 …중국이 과한가 우리가 한가한 걸까

김필수 교수, 김정덕 기자 2026. 4. 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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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전기차 등장에 위협받는 안전
매립형 도어 손잡이가 대표적
위기 대응 어려운 잘못된 설계
中 내년부터 매립형 도어 금지
韓 한미 FTA 탓하며 위험 방치
후진적인 자동차 정책 괜찮나

이제 중국에선 2027년부터 '매립형 도어 손잡이(내외부)'를 장착한 신차를 팔 수 없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매립형 손잡이'가 달린 기존 차량은 2029년까지 모두 리콜해 손잡이를 교체해야 한다. 중국이 이렇게 극단적인 정책을 펼쳐놓은 이유는 하나다. 소비자 안전을 위해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미 FTA를 핑계 삼아 아무런 논의도 진행하지 않는다. 이대로 괜찮을까.

테슬라의 매립형 도어 손잡이는 국내 자동차관리법에 위배되지만, 한미 FTA에 막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자동차는 편리한 이동 수단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단단하고, 고속으로 움직이며, 불에 타는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늘 다양한 사고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래서 자동차를 만들고, 시험하고, 운행하고, 수리하는 등 자동차의 모든 영역에선 안전을 강조한다. 가능한 한 인명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중에서도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의무 규정을 이행해야 한다. 전세계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다. 이게 지난 140여년간 자동차 업계를 지탱해온 버팀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전기차와 함께 무너진 안전 = 그런데 이런 의무들이 전기차 제조사의 등장과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의 의무를 잘 모르던 전기차 제조사는 안전의식이 부족했다. 그 과정에서 전기차는 기존에 없던 기술들을 접목하면서 내연기관차가 준수해온 각종 의무 규정들을 비껴갔다. 그저 편리하고, 효율적인 전기차에 화려한 옵션을 달아 팔면 그만이었다.

전기차 제조사의 등장과 함께 무너진 안전 의무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매립형 도어 손잡이'다. 매끈한 외부 디자인을 지향하는 매립형 손잡이는 돌출형 손잡이보다 훨씬 미래지향적이다. 공기 저항을 덜 받기 때문에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게 안전함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 안전 위협하는 매립형 도어 손잡이 = 특히 내부 손잡이를 매립형으로 디자인한 건 악수惡手 중 악수다. 일례로 테슬라가 생산하는 전기차 모델은 전부 내부 손잡이가 매립형으로 장착돼 있다. 이 때문에 비상시 전기차의 전원이 끊기면 손잡이가 나오지 않아 내부에서 문을 열고 탈출하기 어렵다.

테슬라 측은 "일부 모델의 경우 도어 트림(문 안쪽의 부자재)을 들춰 조작하면 전원이 끊긴 후에도 문을 열 수 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복잡하고 인지하기 어렵다. 심지어 모델3의 뒤쪽 도어 트림엔 이 기능조차 없다.

그래서 탑승자가 급하게 차에서 탈출해야 할 때, 골든타임을 놓치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모든 이들이 비상시에도 이성적이고 침착하게 수수께끼를 풀 듯 도어를 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자동차의 내부 도어 손잡이를 직관적으로 설계해온 건 그래서다.

[사진|뉴시스]
외부 손잡이를 매립한 경우도 위험하긴 매한가지다. 실제로 겨울철에 차량 외부가 얼어붙어 손잡이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구급대원들이 도어를 열지 못하면서 구조에 난항을 겪은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생사를 다투는 상황에서 1~2초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외부든 내부든 매립형 손잡이는 분명 안전하지 않은 디자인이다. 기존 디자인보다 구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차량 운전자나 탑승자의 실수가 아닌 만큼 제조사의 법적 책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조치는 이뤄지지 않는다.

■ 한미 FTA에 막힌 국민 미래 = 필자는 매립형 손잡이의 문제점을 이미 수년 전부터 언급해왔다. 그 덕분에 2011년 11월 국회에서 전기차 비상 탈출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고, 테슬라의 국내 자동차관리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자동차관리법의 상위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제동이 걸렸다. 당시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했던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공무원은 미국 측에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끝났다.

이후 테슬라 전기차는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도 국내에 그대로 보급됐다. 2020년(서울)과 2024년(경기 안성) 테슬라 운전자가 탈출에 실패해 사망한 사고까지 발생했는데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제 매립형 손잡이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들도 사용하는 디자인이 됐다. 외부에만 적용하는 디자인이긴 하지만, 언급했듯 외부 구조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위험한 건 똑같다.

"전기 공급이 끊겨도 기계적 시스템으로 개폐가 가능하다"는 제조사의 해명은 1~2초를 다투는 상황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민은 점점 위험에 빠지는 상황인데, 한미 FTA로 인해 해법을 못 찾고 있는 셈이다.

■ 중국의 대응과 시사점 = 여기서 눈여겨볼 게 중국의 대응이다. 중국은 2027년 1월부터 자국 내에서 판매하는 신차에 한해 매립형 도어 손잡이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내ㆍ외부에 모두 해당한다. 매립형 손잡이가 달려 있던 기존 전기차들은 2029년까지 모두 리콜해서 교체하도록 했다.

수입차도 예외가 아니다. 매립형 도어 손잡이를 리콜할 경우, 도어 전체를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파격적이다. 중국 역시 숱한 사고를 겪고 난 후 이런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여전히 한미 FTA를 이유로 들이밀면서 국민의 위험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처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인가.

[사진|뉴시스]
정부 앞엔 선택점이 적지 않다. 중국처럼 과감하게 전체를 도려내 소비자 안전을 확실하게 챙기거나, 외부 매립형 손잡이는 놔둔 채 가장 심각한 내부 매립형 손잡이만 리콜할 수도 있다. 기존에 판매된 차량의 소급 적용은 제외하고, 신차에만 매립형 손잡이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미국 눈치를 보면서 상황 자체를 외면하고, 테슬라에 면죄부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분명한 게 있다. 중국의 안전 기준이 우리나라보다 더 높다면 과연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겠냐는 거다. 이를 용납할 국민이 몇이나 될지도 의문이다. 우리가 중국보다 늦었지만,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소한 앞으로 나올 신차에는 매립형 도어 손잡이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간단한 명제를 어기면 '자동차 후진국'으로 밀리는 것도 한순간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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