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신한은행] “안녕하세요 늦깎이 졸업생 김지영입니다” 어쩌면 농구보다 어려웠던 레포트 작성 ③

“드디어 퇴근이다!” 바쁘게 하루를 마치고 비로소 들어선 내 방. 눕기만 해도 잠이 들 것같은 피곤함과 노곤함에, 눈꺼풀은 무겁기만 하다. 쉬는 시간이 짧기에, 이 시간을 온전히 여가만으로 채우는 게 ‘국룰’이다.
그러나 김지영은 100%를 여가로 채우지 못했다. 노트북을 켰고, 시선을 다소 의외의 장소로 옮겼다. 다름 아닌 온라인 강의와 과제 지옥.
‘프로농구 선수가 웬 강의와 과제?’라고 의문이 들 법한 지점이었다. 알고 보니 김지영은 코트 밖에서 부지런히 공부를 이어가 대학을 졸업한, 늦깎이 졸업생이었다. 물론 실제 대학교에 다닌 것은 아니다. 김지영을 대졸자 신분으로 만든 건 어떤 제도 하나다. 바로 학점은행제.
학점은행제는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 및 자격을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학점이 누적되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학위취득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정식으로 대학을 다니지 않더라도, 학사 학위를 얻을 수 있기에 학습에 있어 다양한 기회를 준다.
김지영 역시 이 절차를 통해 최근 한양대 학사 학위(체육학)를 취득, 대학 졸업식까지 참석했다. “학점은행제로 졸업했어요. 3년 반에서 4년을 부지런히 한 결과, 드디어 졸업할 수 있었어요.”
그렇기에 김지영의 노트북에는 농구 뿐 아닌, 대학 강의가 밤마다 틀어져 있었다. 피곤하고, 지루한 순간도 있었지만 집중력은 웬만한 대학생 뺨쳤다. 학점도 아주 높았다고 한다.
“학점이요? 나름 잘 땄어요. 정확히 숫자는 기억 안나는데(웃음). 꽤나 고득점을 받아서 뿌듯했습니다.” 코로나19 시절 대면 강의 없이 온라인 강의만 진행했을 때, 그저 신나기만 했던 기자의 대학 시절을 다시 한 번 반성…
취지에 맞게 일반 학생들과 똑같은 대학 과제 역시 주어졌다. 김지영 역시 수 많은 과제와 레포트 지옥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에게 자문까지 구했다고 한다.
“레포트 쓰는 것도 저에게는 되게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그런데 조금 ‘이렇게 쓰는 게 맞나?’라고 생각이 들면서 어려운 게 생겼죠. 대학에 간 친구한테 ‘나 레포트 쓰는 법 좀 알려줄래?’라고 해서 카페에서 만나서 방법을 전수받기도 했죠. 친구가 ‘지영아, 너 이거 이런 식으로 하면 안돼!’라고 자주 말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웃음).”
최근의 대학생들은 AI 없이 못 산다. 과제를 할 때나, 시험 공부를 할 때도 늘 AI의 도움을 받아 문서를 요약하고, 모범 답안을 찾기 바쁘다. 이는 김지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는 Gemini(구글 AI 어시스턴트) 썼어요. ‘이 논문에 이렇게 나와 있다는데 맞아?’라고 많이 물어봤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걸 막는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절대 못 막아요.”

“제가 아무리 프로까지 갔어도, ‘너 어느 대학 나왔니?’라고 먼저 물어보는 게 한국 사회라는 걸 제대로 느꼈어요. 한편으론 공부 대신 농구를 선택한 건데, 이거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게 너무 싫었달까요? 학벌로 트집 잡히기 싫기도 하고,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해지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운동 선수는 공부와 무관하다는 편견도 없애고 싶었죠. 그리고 제가 솔직히 농구를 천년 만년 계속할 건 아니잖아요? 언제까지 할 지 모르니까 그거에 대한 대비를 해 놓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김지영의 소신은, 또 하나의 경험을 만들었다. 농구 이외의 분야도 바라보는 건, 세상을 더 넓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사진_김지영,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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