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SNS로 악순환…‘병행=가품’ 굳어질까 걱정” [짝퉁과의 전쟁 ④]

김진 2026. 4. 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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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차 병행수입 업체 ‘밀라코’ 대표 인터뷰
“55만원→6만원? 죽어도 못 가져올 가격”
SNS 저가 가품 확산에…판로·브랜드 포기
“가품 이미지에 대형 유통사도 외면 단계”
8년차 해외 명품 병행수입 업체 ‘밀라코’를 운영하는 남상현 대표. 사진은 유튜브 채널에서 가품 판매를 지적하는 모습.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여기 ‘아미’ 보이시죠? 할인율 90%로 한정 수량이 준비했어요. 이 ‘꼼데(꼼데가르송)’는 진짜 평생템입니다.”

한 라이브 커머스 쇼핑앱의 채널. ‘꼼데 아미 스투시 초특가 최대 90% 할인’ 문구가 붙은 영상을 클릭하자 걸그룹 출신 연예인 A씨가 등장했다. A씨는 정가 55만5000원인 프랑스 컨템포러리 브랜드 ‘아미’의 후드티를 6만1900원에 판매했다. 정가 45만5000원의 아미 맨투맨은 4만3900원에 선보였다. “말이 안되는 가격이라 놓치면 손해”라고 강조하는 A씨 옆으로 ‘OOO님이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았습니다’ 알림이 연달아 올라왔다.

해외 명품 병행수입 업체 ‘밀라코’ 운영 8년차에 접어든 남상현 대표는 지난달 20일 경기도 성남시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아미 후드티는 환율을 고려했을 때 원가가 20만원 정도다. 우리는 6만원대에 죽어도 가져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블로그 등을 통해 병행수입 가품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병행은 가품’이라고 생각하는 게 속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병행수입 업체는 해외 브랜드사와 정식으로 유통 계약을 맺은 현지 ‘부티크’를 통해 상품을 확보한다. 브랜드사의 시즌 생산량이 정해지면 부티크에 물량을 발주한다. 부티크는 ‘코스트(Cost·본사 출하가격)’에 맞춰 상품을 공급한다. 코스트와 소비자 유통가 차이는 약 2.5배다.

남 대표는 “가품 판매 업체도 해외 에이전시 등을 통해 수입한다”며 “방식 자체는 병행수입이 맞지만, 정품과 디테일이 다르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차이는 생산국과 수입국이다. 남 대표는 “브랜드 상품의 원산지와 수입국은 대부분 유럽연합(EU) 국가지만, 가품은 중국(CN)이나 제3국가”라며 “미국(US)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산지와 수입국 중 하나라도 부합되지 않으면 FTA 협정상 관세를 내야 한다”며 “브랜드사에서 원가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품을 낮은 단가에 파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남 대표의 계산에 따르면 현지 코스트가 50유로 중반대인 아미 티셔츠는 환율과 관세·부가세 등을 더했을 때 12만원까지 수입 원가가 늘어난다. 하지만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선 절반 가격에 판매되는 상품이 적지 않다.

남 대표가 지난해 판매 중단을 결정한 한 라이브 커머스 앱에서 판매됐던 아미의 의류 상품. 정가 50만~40만원대 상품들이 4만~6만원대에 판매됐다. [김진 기자, 앱 캡처]
“바로 옆 채널서 연예인 가품 팔이”…판로·브랜드 포기

남 대표가 판로를 넓히기 위해 찾은 라이브 커머스 앱에서도 저가 가품이 판매됐다. 남 대표는 “가품 판매자들이 똑같은 시간에 옆 채널에서 방송을 하고 있었다. 개그맨 B씨는 춤까지 추면서 팔더라”며 “오히려 제가 ‘왜 이렇게 비싸게 파냐’는 소리를 듣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40만 팔로워를 가진 유명 인플루언서의 인스타그램에서 남 대표가 취급하는 셀린느 선글라스와 똑같은 상품이 반값에 팔리기도 했다.

남 대표는 지난해 해당 커머스 앱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핵심 브랜드도 포기했다. 남 대표는 “아무래도 가품이 많이 유통되는 브랜드를 피하게 됐다”며 “잘 팔리는 브랜드와 부티크를 다시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피해는 병행수입 상품의 신뢰 하락이다. 남 대표는 “병행수입은 재판매나 리셀 모두 가능하다”며 “가품업자들이 병행수입이라면서 ‘재판매·리셀 금지’를 강조하니 가품 이미지가 생겼다”고 호소했다. 그는 “백화점 같은 대형 유통사들이 병행수입 상품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가품 판매자에게 직접 연락한 적도 여러 차례다. 소위 ‘셀럽’으로 불리는 연예인 출신, 유명 인플루언서도 있었다. 남 대표는 “DM을 보내서 ‘이거 정품 맞나요’ ‘왜 리셀이랑 재판매가 금지되나요’라고 물었는데 차단당했다”며 “다른 인플루언서는 ‘수수료 받고 판매만 하는 것뿐이다. 나는 모른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셀럽한테 수수료까지 주면서 SNS에서 물건을 파는 이유는 페널티를 주는 정식 플랫폼에서 절대 팔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음지에 있어야 할 가품 업체들이 규제가 없는 신규 플랫폼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매출이 중요한 신규 플랫폼들은 오히려 이걸 지원해주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젊은 층이 주로 사용하는 SNS를 통한 가품 판매가 늘면서 피해 브랜드에도 변화가 생겼다. 남 대표는 “원래는 고가의 루이비통이나 샤넬, 프라다가 대표적이었다”며 “요새는 메종 키츠네, 아미, 아크네스튜디오, 마리떼 등 상대적으로 저가인 컨템포러리 브랜드까지 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바지사장 날리고 법인 바꿔 영업…“관세청서 잡아야”

그는 가품 업체들이 SNS까지 진출한 원인으로는 가벼운 처벌을 꼽았다. 남 대표는 “초범은 크게 처벌받지 않는 걸로 안다”며 “그래서 대부분의 가품 업체들이 ‘바지사장’을 세워놓고, 걸리면 법인만 날리면서 판매를 계속한다”고 꼬집었다.

현행 상표법 제230조에 따르면 위조상품을 유통·판매·보관하다 적발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동종 전과가 없는 초범의 경우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다.

남 대표에 따르면 가품들은 관세청 신고 시 ‘유령 품번·품명’을 이용해 국경을 넘고 있다. 남 대표는 “존재하지 않는 품번을 만들면 관세청의 단속 시스템이 잡아낼 수 없다”며 “품번 대신 ‘OOO 티셔츠’라고 신고해 단속을 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생업이 있는 병행수입 업자들은 일일이 신고하기 어렵다”며 “관세청 단계에서 잡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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