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호랑이' 될라... '트럼프 달래기' 나선 유럽 "미국 없인 나토도 없다"
"미국 없이는 나토도 없다"며 진화
"미국 공백 메우려면 최소 10년"
2년 전 개정된 미 국방수권법은
'상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탈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강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작심 발언에 유럽 회원국들이 “미국 없인 나토도 없다”며 하루 만에 진화에 나섰다. 막대한 자금과 군사력을 제공한 미국이 발을 빼면 나토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대로 “종이호랑이”나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국방수권법상 나토를 탈퇴하려면 상원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발 빼기’는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더 유럽적인 나토가 구성되고 있고, 유럽이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수습에 나섰다. 스투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친구’로 알려져 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도 “미국 없이는 나토도 존재할 수 없다”며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감정적 상황 속에 차분한 순간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토 없이는 미국의 힘도 존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만 해도 “패트리엇은 폴란드 영공과 나토 동부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이전할 계획이 없다”며 미국의 패트리엇 방공시스템 중동 차출에 공개 반기를 들었다.
“미국∙이란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거부한 유럽 회원국들이 △미 군용기에 대한 영공폐쇄 △기지 사용 불허 △방공자산 중동 재배치 거부 등 비협조로 일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탈퇴’를 진지하게 거론하기 시작했다. 전날 로이터,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각각 “나토 탈퇴를 절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나토 탈퇴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관계가 틀어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소음”이라고 일축하며 “나토는 가장 강력한 단일 군사동맹으로 영국 국익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동시에 이번 주 안에 35개국이 참여해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방안을 논의하는 외무장관 회의를 열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미국 공백 메우려면 최소 10년 필요"

유럽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년 전부터 나토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긴 했지만 전날 인터뷰는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 가장 명확하고 신랄했다”며 “나토를 주도해온 미국의 탈퇴는 사실상 나토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공백을 당장 메우기도 힘들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나토 대사를 지낸 줄리앤 스미스는 로이터에 “유럽이 자국 방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지만 미국이 제공하는 역할과 책임을 떠맡으려면 10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며 “그들이 손가락 하나 까딱해서 미군의 수송, 정보 감시, 정찰 능력을 하룻밤 사이에 확보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의회 승인 없이 탈퇴 불가"... 2년 전 루비오가 주도

냉전시기 옛소련의 위협과 공산주의 팽창을 막기 위해 1949년 미국과 캐나다, 유럽이 창설한 나토는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공동으로 방어한다’는 집단방위 조항(나토헌장 5조)을 중심으로 서방의 안보를 책임져 왔다. 32개 회원국 중 현재까지 탈퇴한 국가는 없다. 탈퇴와 관련해선 ‘어느 당사국이든 미국에 1년 전에 통보하면 탈퇴 가능하고 미국 정부는 다른 정부에 탈퇴를 통보하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만으로 탈퇴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4년에 개정된 국방수권법은 상원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나 추가 법률 제정 없인 나토를 탈퇴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현재 의석 분포상 공화당이 전원 참여해도 최소 14표를 민주당에서 가져와야 한다.
공교롭게도 해당 법안은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주도했다. 법안 통과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어떤 미국 대통령도 상원의 승인 없이는 나토에서 탈퇴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던 루비오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선 “나토 체제가 미국이 유럽을 지켜주는 구조일 뿐이라면 좋은 협력이 아니다”라며 탈퇴 검토를 시사했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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