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2년 전 그 연구진 또"...왜 '위치 추적'에 집착하나

조형준 2026. 4. 2. 09:2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도기사

2년 전 '범용 GPS 시스템' 만든 KAIST 연구팀
이번엔 '와이파이' 기반.."위치 주권 지켜야"

위치 추적 시스템 개발을 이어오고 있는 한동수 KAIST 교수(오른쪽)


◆ GPS 위치 추적 방식의 한계

지난달 대전에서 발생했던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안전공업 화재 참사는 시민들에게 큰 아픔을 안겼습니다. 특히 연락이 두절됐던 직원 14명이 모두 숨지면서 너무나 많은 인명 피해를 남긴 대형 참사로 기록됐습니다.

화재 초기, 소방당국은 현장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진화 상황과 실종자 수색 현황 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14명의 실종자에 대한 취재진들의 질문이 이어졌는데, 소방당국은 "GPS 신호 등을 이용해 위치를 추적 중"이라며 "공장 근처에 있는 걸로 파악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위치 추적할 경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 GPS 기반 추적입니다. 처음에는 군사 목적으로 사용됐던 GPS는 1980년대부터 민간으로까지 확대돼 현재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GPS가 가지고 있는 한계도 명확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실내와 지하 등 위치에 따른 제약입니다. 건물 안이나 지하로 내려가게 되면 위성 신호가 약해지거나 차단되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위치를 계산하기 위한 위성 신호가 벽이나 천장 등에 의해 끊기거나 반사되는 건데, 이런 경우 내 위치를 정확히 잡지 못해 오차가 수십 미터까지 커지거나 측정이 아예 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게 됩니다.

무선랜을 활용한 새로운 위치 추적 방식을 설명하고 있는 한동수 교수

◆ 2년 전 'KAILOS' 만든 그 연구진.."이번엔 와이파이"

지난 2024년 실내외 통합 범용 GPS 시스템인 'KAILOS'를 개발한 KAIST 연구팀 기억하시나요? 당시 무선 신호 인프라가 설치되지 않은 현장에서도 위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KAILOS 연구팀이 이 GPS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의 실마리를 다시 한 번 찾아냈습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와이파이', 무선랜 신호입니다.

지난 8년간의 연구 끝에 공개한 이번 기술은 휴대전화에 연결된 와이파이 신호와 주소 정보를 결합하는 경우 매우 뛰어난 위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설령 내 위치가 건물 내부나 지하여도 문제 없습니다.

건물 내 좁고 복잡한 복도에서도 연구원의 휴대전화 무선랜 신호가 정확히 추적됐다 
 
◆ 실제 체험 해보니.."층간 이동도 명확하게"

KAIST에서 만난 연구팀이 보여준 이번 기술의 모습은 놀라웠습니다. 실증이 이뤄진 곳이 건물 7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를 들고 이동하는 연구진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모니터 위의 파란 점으로 표시됐습니다.

건물 내 실제 연구원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모습
 
연구실이 모여있는 좁고 복잡한 복도였지만 현재 연구원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표현됐습니다. 심지어 계단으로 한 층 아래로 내려가자 입체 도면상에 층간 이동을 했음도 나타났습니다.

단순히 건물 내부, 외부를 구분하는 정도에서 완전히 벗어난 정확도였습니다.

위치 인프라 구축을 위한 민관 협동을 강조하는 한동수 교수 
 
◆ "독자적 위치 주권 확보 위해 나서야"

다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특정 장소에서 수집되는 무선랜 신호와 해당 위치 정보를 연계해 '라디오맵'이라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게 당장 쉽지는 않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한동수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TJB에 "국가 단위 라디오맵 구축은 특정 기업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를 중심으로 통신사, 플랫폼 기업, 연구기관이 협력해, 민관 공동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교수는 취재 내내 '위치 주권'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KAILOS에 이어 이번 기술까지, 결국 핵심은 우리가 스스로 구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위치 인프라의 마련이었습니다.

국가 단위 라디오맵을 민관 협동으로 만들어 관리하면서 외국 기업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 만의 독자적인 국내 위치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 그는 위치 인프라에 대해 "단순한 편의 기술을 넘어서는 국가 데이터 주권과 직결되는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연구진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유입니다.

(사진=KAIST)

조형준 취재 기자 | brotherjun@tjb.co.kr

Copyright © T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