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부풀린 삼천당, 검증 건너뛴 시장[삼천당제약 대해부②]

송영두 2026. 4. 2. 09: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2026년04월01일 20시56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송영두 임정요 김새미 기자] 삼천당제약(000250)이 올해 들어 급격한 주가 상승세를 보이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삼천당제약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27조원에 달했다. 황제주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다음 날 주가는 돌연 하한가로 직행했다.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미국 라이센스 계약을 발표한 직후여서 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졌다.

이번 주가 급등락은 단순한 계약 논란이나 단기 수급 이슈가 아니라 삼천당제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표면화되며 핵심 기술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약·바이오시장에서는 과거 금양 사태가 오버랩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양은 2021년 4월 2일 4220원이던 주가가 약 2년 만인 2023년 7월 28일 19만4000원까지 치솟으며 약 4500% 이상(약 46배) 급등했다. 배터리 소재 사업 진출 선언과 함께 2차전지 테마에 편승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후 금양의 주가는 빠르게 하락세로 돌아섰다. 2023년 하반기부터 조정이 시작되면서 2024년 10월 5만원대로 내려앉았다. 금융의 주가는 지난해 3월 21일 9900원을 기록한 뒤 거래마저 정지됐다.

금양 주가 급락은 리튬 광산 개발 및 소재 사업 실체와 수익화 시점에 대한 의문,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 등이 이유로 꼽힌다. 기대감 중심으로 형성된 밸류에이션이 실제 사업 진행 속도와 괴리를 보였기 때문이다.

삼천당제약 주가는 올해 초 20만원대 초반에서 출발해 지난 2월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주가는 지난 2월 말에 80만원대를 돌파했다. 이후 주가 상승 흐름은 더욱 가팔라지며 지난달 중순에는 100만원선을 넘어섰다. 주가는 지난달 30일 120만원대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찍었다. 주가가 불과 두 달 만에 5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그러나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급격한 조정이 나타나며 주가의 흐름은 급반전됐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블록딜에도 중대발표 호재에 베팅

삼천당제약 주가 급등의 출발점은 지난 2월 체결된 유럽 11개국 대상 경구용 GLP-1 제네릭 판권 계약으로 파악된다. 공시에는 3000만유로(당시 약 508억원) 규모만 명시됐지만 삼천당제약은 보도자료를 통해 총 5조3000억원 규모를 강조했다. 시장과 투자자들은 이를 대형 글로벌 계약으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순이익 60% 배분 구조까지 더해지면서 기대는 빠르게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인 시장 흐름과 다른 장면도 나타났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지난달 24일 약 2500억원 규모 블록딜 계획을 공개했지만 주가는 하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천당제약 측이 “곧 중대한 이벤트가 나올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은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리스크보다 추가 호재 가능성에 베팅했다.

이후 지난달 30일 10년간 15조원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미국 라이센스 계약이 발표되면서 기대는 정점에 달했다.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이어진 계약은 삼천당제약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삼천당제약의 경구용 플랫폼 기술 에스-패스(S-PASS) 기술에 대한 신뢰 역시 이 시점에서 극대화됐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판권 계약에서 삼천당제약이 제시한 수치는 확정 금액이 아니라 계약금, 마일스톤, 상업화 이후 수익을 모두 포함한 조건부 총액이었다. 한국거래소 역시 공시 검토 과정에서 해당 금액이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된 확정 수치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은 이를 확정된 미래로 받아들였고 주가는 그 기대를 그대로 반영했다.

문제는 이 기대가 형성되는 과정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일부 유튜버와 전문가, 시장 관계자들이 삼천당제약 S-PASS 기술에 대해 충분한 검증 없이 회사 IR과 보도자료 내용을 반복하며 혁신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 역시 기술 특허 안정성이나 사업 실현 가능성보다 5조원 규모 계약과 이익 90%, 60% 배분이라는 수치에 주목하며 회사가 제시한 미래를 사실상 확정된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다.

코스닥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상장된 KoAct 코스닥액티브와 TIME 코스닥액티브 ETF는 초기 포트폴리오부터 삼천당제약을 핵심 종목으로 편입했다. 특히 TIME 코스닥액티브에서는 상위 비중 종목으로 담기며 사실상 코어 종목 역할을 했다.

당시 삼천당제약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이었고 GLP-1 경구제라는 초대형 테마를 대표하는 종목이었다. 여기에 유럽과 미국 판권 계약 등 이벤트 모멘텀까지 겹치면서 액티브 ETF 입장에서는 편입을 피하기 어려운 종목이었다는 설명이다. 주가 상승 이후 ETF 편입이 이뤄지고 자금 유입이 뒤따르며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삼천당제약은 시장 기대를 가장 크게 반영한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삼천당제약 시가총액이 급증한 배경에는 ‘기술이 진짜일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기대에는 과거 알테오젠의 급등 사례를 기억하는 투자자들의 심리도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알테오젠(196170)은 과거 2010년~2015년 시총 5000억원 이하로 관심을 받지 못하던 회사였다. 정맥주사(IV)제형을 피하주사(SC)제형으로 바꾸는 기술을 확보했는데 시장 신뢰를 얻지 못하다 특허로 2018년 가치가 리레이팅(재평가)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삼천당제약 사태 핵심으로 S-PASS 기술의 불확실성이 꼽힌다. 삼천당제약이 S-PASS를 처음 시장에 공개한 시점은 2020년 2월로 파악된다. 2019년 IR에서는 관련 언급이 없었지만 이후 1년 만에 ‘No Needle Platform Biz’ 사업을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제시됐다.

같은 해 9월 IR에서는 S-PASS 기술 설명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홍보가 강화됐고 경구용 인슐린과 GLP-1, 엔브렐 등 다수 파이프라인이 동시에 제시됐다. 2021년에는 미국·일본·중국 파트너사 선정과 계약 협의, 실사 진행 상황을 공개했고 경구용 코로나·독감 백신 개발 계획까지 발표하며 플랫폼 확장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이 시점이 특허 리스크 인지 가능 시점과 겹친다는 점이다. 삼천당제약은 2019년 S-PASS 관련 특허협력조약(PCT) 특허를 출원했다. 하지만 국제조사 과정에서 특허성에 대한 부정적 판단이 내려졌다. 이후 특허를 자진 취하했음에도 이 같은 사실은 시장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고 사업 확대 메시지는 계속 이어졌다.

(자료=한국거래소, 그래픽=김정훈 기자)

계약 기대→공시 반복→협상 결렬 패턴

실제 사업 성과는 기대와 달랐다. 중국 파트너와의 경구용 인슐린 및 GLP-1 협력은 13차례 공시 끝에 중단됐고 경구용 코로나 백신 투자 협의 역시 반복된 공시 이후 결렬됐다. ‘계약 기대→공시 반복→협상 결렬’이라는 패턴이 이어졌지만 시장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결국 삼천당제약 사태는 과거부터 누적된 구조 위에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 제약·바이오업계 중론이다. GLP-1 시장이라는 초대형 테마, 경구 제형이라는 희소성, 대형 계약과 수익 배분 구조, 그리고 특허와 계약 구조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결합되며 기대가 극단적으로 확대됐다. 비정상적으로 확대된 기대는 지난달 31일을 기점으로 불확실성으로 전환됐고 기업 신뢰도에 균열이 발생하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삼천당제약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일본 공동개발 계약을 계기로 올해 초 강한 리레이팅이 반영됐다”며 “기술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가총액이 급격히 커지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가총액이 크게 확대된 만큼 오히려 S-PASS 기술이 입증되기를 바라는 시장 심리도 존재한다“며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과 주식시장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영두 (songzio@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