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 온 집에 길고양이... 밥 챙겨줘야 할까요?"

장형인 2026. 4. 2. 08: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알고 싶어, 너와 너의 멍냥이 #꼬순다방
이사왔더니 등장한 길고양이
밥 주다 쌓인 인연으로 평생 가족까지
편집자주
반려생활 이야기, 트렌드, 동반 장소, 의학 정보 등을 담은 동그람이의 뉴스레터 <☕꼬순다방>에 소개된 내용을 일부 소개한 콘텐츠입니다. 모든 내용이 궁금하다면 뉴스레터 구독 후 확인해 보세요!

part1
가족이지만
아직 친해지는 중

보호자 제공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호자님 자기소개와 반려동물(뿌링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안녕하세요! '뿌링이'랑 밖에서 본 지 4개월, 입양한 지 4개월. '총 8개월' 동안 이론만큼은 빠삭하게 공부한 초보 집사 뿌링이 언니입니다.

저희 집 공식 귀여움 담당 뿌링이는 길고양이에서 집고양이로 신분 상승된 코리안 숏헤어 치즈냥입니다. 뿌링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성묘였어서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어요. 병원에서 치석이 쌓인 걸로 봤을 때 4~5살 추정하고 있어요! 새침데기 아가씨랍니다.

Q. 뿌링이와는 어떻게 가족이 되셨나요!?

뿌링이는 저와 제 친구가 월세를 아끼기 위해 살림을 합쳐 주택으로 이사 가서 만난 친구예요!그전에 살던 세입자 가족이 현관이랑 창문 앞에서 고양이 밥을 챙겨줬다고 하더라고요. 집 보러 갔을 때도 뿌링이가 있었는데, 그때도 귀여워서 "와! 고양이! 매일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었죠.

그렇게 이사를 왔는데, 정말 매일 밥 달라고 계속 기다리는 게 아니겠어요? 뿌링이에겐 미안하지만 저희는 동물을 돌볼 자신이 없었어요. 돈 아끼려고 간 건데 밥 챙겨준다고 돈 쓰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가끔 오면 간식만 주려고 했는데요. 정말 매일 아침마다 푸석한 털로 창문 앞에서 기다리는데, 좀 안쓰러웠어요. 그래서 한 끼, 두 끼 챙겨주던 게 입양까지 왔네요. 저도 이렇게 될지 몰랐어요.☺️

주인공 뿌링이 등장! 보호자 제공

Q. 뿌링이를 입양하고 뿌링이와 친해지기까지 긴 과정이 있었던 거 같아요.

입양 전 처음 밥 달라고 왔을 때는 제가 창문만 열어도 뒤로 도망갔었어요. 처음 츄르 줬을 때 뿌링이가 살면서 그런 걸 처음 본 건지 츄르 봉지를 손톱 세우고 엄청 때려서 봉지가 다 터졌었죠...

저희 옆에 간식을 두면 먹고 싶어도 절대 안 오고요, 저희 갈 때까지 기다릴 정도로 경계가 심했어요. 입양 초반에는 방에 들어만 가도 숨고, 옆에 서기만 해도 하악질했어요.

가장 힘든 순간은 데려오고 나서 2주 차 정도 됐을 때였어요. 고양이가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요. 보통 유튜브에 찾아보면 금방 적응하거나, 무서워서 구석에만 숨어있는 애들만 봤었거든요. 그런데 뿌링이는 엄청 울고, 문 앞에 장판도 뜯고, 창문에 붙인 결로 방지 스티커도 다 뜯어놨고요. 좁은 창문 틀에 올라가 나가려고 하고 혼자 커튼도 걷고 매달리고 그랬어요.

잘못된 일을 한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다시 내보내 줘야 하나 고민했죠. '하루만 더 지켜보자'가 반복되면서 조금씩 더 기다려 줬던 거 같아요. 한 달 정도 되니깐 "이제 내보내면 우린 쓰레기다" 싶어서 또 기다려줬는데, 점점 적응하는 게 보여서 견딜 수 있었어요.

밥 먹으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뿌링이. 보호자 제공
보호자 제공
입양 후 숨어지내던 뿌링이. 보호자 제공

Q. 현재 뿌링이와는 많이 친해지셨나요!?

지금은 정말 많이 가까워졌어요! 제가 침대에 있으면 심심하다고 밑에 앉아 빤히 쳐다보고, 옆에 바짝 붙어있어도 하악질 안 하고 참아줘요. 물론 아직도 손대면 엄청 성질내긴 하는데... 이 정도 거리감이면 이제 '같은 반 친구' 정도는 됐다고 생각합니다.

뿌링이를 입양하고 나서 가장 뿌듯할 때가 있었어요. 바로 뿌링이가 깨끗해진 모습을 볼 때예요. 입양 전 뿌링이는 오전엔 저희 집에서 쉬고, 오후엔 카센터에 가서 잠을 잤거든요. 그러다 보니 뿌링이 발이 항상 까만색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옥상에 잔디를 깔고 거기서 아침저녁 살 때부터 조금씩 깨끗해지더니, 지금은 하얀 털과 핑크색 젤리를 되찾았습니다.

part2
뿌링이가 집사보다
더 좋아하는 남친

도도한 고양이! 보호자 제공

Q. 우리 뿌링이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소문이 있어요. 뿌링이의 첫사랑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정확히 말하지만 남자친구는 아니고, 뿌링이 짝사랑 상대입니다.

뿌링이가 좋아하는 친구 이름은 '고등어'인데요 동네 주민분이 키우는 집 고양입니다. 제가 고등어 가족분에게 얘기를 들었는데, 고등어는 처음에는 어느 중국인 아저씨가 키웠던 고양이라고 해요. 고등어가 원래도 살가운 성격이라 여기저기 다녀서 지금 가족이랑도 알고 지내는 사이였대요.

근데 중국인 아저씨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면서, 고등어를 두고 가신 거죠. 고등어가 혼자 남으니 지금 가족분 집 마당으로 계속 들어왔고, 밥을 챙겨주다 보니 정이 들어 입양했다고 하셨어요. 벌써 한 7년 정도 되셨다고 하시며, 이제는 자기 가족이라고 하셨어요. 고등어 사진을 직접 보여주시며 말씀하실 때 그 애틋한 눈빛이 고등어를 볼 때마다 잊히지 않아요.

뿌링이의 짝사랑 고양이 고등어입니다. 보호자 제공

Q. 뿌링이의 연애를 지켜보는 '장모님'으로서의 솔직한 심정은 어떤가요? 사위가 마음에 쏙 드시나요!?

전 고등어 너무 좋아요. 동네에 고양이가 많은데, 고등어 같은 고양이 잘 없어요. 완전 인싸 고양이입니다. 성격도 살갑고, 살도 적당히 토실하고 귀여워요. 저희 동네 사랑둥이입니다.

저희가 처음 봤을 때 고등어는 그냥 길고양이인 줄 알고, 고등어도 같이 키우고 싶었는데요. 몰래 뒤를 밟아보니 가족이 있는 걸 알아서 포기했어요. 그 정도로 좋아합니다! 그래도 뿌링이가 너무 차여서 좀 불쌍하긴 해요. 뿌링이의 애절한 짝사랑 어느 정도일까?

즐거운 사냥놀이 시간! 보호자 제공

Q. 냥집사로 살면서 인생에서 변한 점이 있다면요?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졌어요. 전 사실 어렸을 때 수의사나 사육사가 꿈일 정도로 동물을 좋아했거든요. 고양이도 당연히 좋아는 했는데, 강경 강아지파였거든요. 근데 뿌링이를 키우고 나서 고양이가 더 눈에 보이고 귀여워 보여요.

어렸을 때야 마냥 귀여워서 동물을 키우고 싶었지, 클수록 꽤 긴 시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생겨서 (키우고 싶단) 생각이 사라졌었어요. 부모님이 왜 못 키우게 했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입양 후에는 털이 깨끗해 졌답니다. 보호자 제공

그래도 좋아하니깐 '결혼 후 자녀 양육 다 하고 키워야지'라는 미래 설계가 있었는데, 완전히 무너졌어요. 내가 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뿌링이를 두고 간다면 평생 생각날 것 같아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이거 때문에 이제 결혼할 때 상대방 조건이 <고양이 키울 사람>이 추가됐어요.

처음 보는 사람과 말할 때도 좋은 소재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저는 집에서 고양이 키워요"라고 하면 보통 사진 보여달라로 시작해서 긴 대화가 가능해지고 어색함을 풀 수 있는 거 같아요.

part3
앙큼 살벌 내 고양이에게

뿌링이의 완벽한 옆선. 보호자 제공

Q. 뿌링이와 만나고 냥집사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되셨어요. 뿌링이를 만나기 전 나에게 딱 한 문장만 전할 수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너 갑자기 고양이 키운다. 돈 좀 많이 모아둬라 병원비 비싸다."

Q. 앞으로 털뭉치 가족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점이 있을까요?

뿌링이 한테 해주고 싶은 건 많아요. 제가 가난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부유하진 않거든요. 비싼 건 못해주고 다 가성비, 싼 거 이런 제품만 사다 주고 있어요. 저도 오메가3나 영양제 다양하게 챙겨주고, 비싸고, 좋은 스크래처에 좋은 밥, 간식 양껏 먹이고 싶어요.

보호자 제공

그리고 뿌링이를 얼른 만질 수 있게 돼 양치를 시켜주고 싶어요. 오른쪽 어금니에 큰 치석이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염증은 아직 없으니 양치질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뽑아야 한다고 그랬거든요. 얼른 시켜봐야 할 텐데. 저러다 구내염 날까 봐 걱정돼요.

어서 빨리 뿌링이가 믿고, 의지하고, 고등어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돼 이것저것 관리 좀 해주고 싶어요.

Q. 먼 훗날 반려생활 이야기를 책으로 낸다면, 첫 문장은 어떤 문구로 하고 싶으신가요?

똑같이 굴러가던 지루한 내 삶을 변화 시킨 사랑스러운 주황 털뭉치.

동그람이 뉴스레터 꼬순다방 구독하기

장형인 동그람이 에디터 hijang@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