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산행 맞아요? 야근 산행인데!" [퇴근 산행 관악산]

남준식 기자 2026. 4. 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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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직장인과 관악산 사당능선 2.5km 야간산행
관음사 국기봉.
선유천 국기대에서 헤드랜턴 불빛이 별처럼 빛난다.

'운 안 풀리면 관악산 가라'는 역술가의 한마디에 관악산이 붐이라지만, 관악산은 원래부터 인기 많았다. 한강을 경계로 서울을 반으로 접어 보자. 서울을 대표하는 북한산과 포개지는 산이 관악산이다. 단지 북한산처럼 국립공원이 아닐 뿐이지, 도심과 맞닿은 접근성 덕분에 수도권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서울과 안양, 과천 시민 가운데 관악산 한 번 올라보지 않은 이는 드물다. 대부분 조망 좋고 역 가까운 '사당능선'으로 관악산을 처음 만난다. 주말의 사당능선은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같아서, 높은 확률로 앞사람 엉덩이를 보며 걸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평일의 사당능선은 어떤 모습일까. 그것도 낮이 아닌 밤이라면? 작은 일탈을 감행해 본다.

소란한 사당역을 뒤로 하고, 고요한 관음사로

퇴근 무렵 사당역 일대는 발 디딜 틈 없다. 서울과 경기 남부를 오가는 버스들이 부지런히 사람들을 실어 나르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기 줄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에서 출퇴근 시간에 가장 붐비는 곳을 꼽는다면 사당역이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그만큼 교통의 중심이 되는 곳이자, 관악산과 우면산을 오르는 산행의 관문이기도 하다.

사당역에서 관음사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제법 오르막이라 이미 사당역에서 산행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4번 출구에서 100m 정도 직진해 김밥집과 돼지갈비집 사이 골목으로 들어서면, 마치 이어폰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켠 듯 조용해진다. 일주문을 지나 관음사 담벼락을 끼고 오른편으로 오르면 학교 운동장 같은 공터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월간 <山>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집한 여섯 명의 직장인과 합류한다.

관음사 국기봉과 데크 전망대, 선유천 국기대를 거쳐 원점회귀하기로 한다. 정상의 인파를 피하면서도 사당능선의 주요 조망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실속형 코스다.

사당능선의 계단 뒤로 서울의 야경이 펼쳐진다.

계단 끝에 마주하는 서울의 불야성

오르막 돌길은 이내 계단으로 바뀐다. 계단은 천국으로 인도하는 길처럼 하늘을 향해 있다. 계단이 없던 시절에는 이 험한 바윗길을 어찌 올랐을지 상상하며 발을 뗀다. 바위 밟는 맛은 덜하지만, 능선을 따라 설치된 계단은 밤눈이 어두운 등산객에게 든든한 이정표가 된다. 마침 정월대보름이 갓 지난 달빛이 유난히 밝다. 차가운 철제 계단이 노란 달빛에 물들 때쯤, 헤드랜턴을 잠시 끄고 달빛에 몸을 맡겨 본다.

허공에 노출된 계단 위로 바람이 거세게 분다. 사진 촬영을 위해 멈춰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체온이 떨어진다. 배낭 속 바람막이를 꺼내 입던 게스트 중 누군가 농담 섞인 한마디를 던진다.

"이거 퇴근 산행 맞아요? 이 정도면 거의 야근인데!"

태극기가 휘날리는 관음사 국기봉을 지나 데크 전망대에 이른다. 경관이 워낙 좋아 '우수경관'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시야에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서울의 야경이 한껏 펼쳐진다. 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움집처럼 파인 자리에 둘러 앉아 김밥을 꺼내 먹는다.

사당능선의 계단 뒤로 서울의 야경이 펼쳐진다.

태극기 펄럭이는 바위봉, 선유천 국기대

관악산 품으로 조금 더 들어간다. 헬기장을 지나자 바위봉우리가 우뚝 서 있다. 두 손 두 발을 모두 써서 바위를 오르면 평평하고 넓은 바위가 펼쳐진다. '연주봉'이 아니라 '연주대'로 불리는 것처럼, 이곳 역시 선유천 '국기대'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신선이 노니는 샘이라는 선유천仙遊泉 약수터 위쪽에 있는 국기대라 하여 붙은 이름이라 전해진다.

선유천 국기대를 오르는 월간 직장인 독자. 

바위 가장 높은 곳에는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인다. 관악산에는 10개가 넘는 태극기가 꽂혀 있다.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공방 끝에 고지를 탈환한 국군이 봉우리마다 태극기를 게양했던 역사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선유천 국기대가 서울의 북서쪽을 바라보고 있어 여의도의 빨간 프레임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불을 훤하게 밝힌 서울대학교 캠퍼스는 관악산 깊은 골짜기까지 파고들었다. 이번 산행의 클라이맥스를 알리듯,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 든다.

"찰칵, 찰칵"

서울의 눈부시고도 기적 같은 야경이 사각의 화면 안에 담긴다.

선유천 국기대.

"서울과 구례를 8번 오갔어요"

오현석 _ 출판 마케터

군 장교생활을 포함하면 직장생활 5년차인데요, 내 세상이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럴 때면 북한산 백운대에 앉아 풍경을 바라봐요. 내가 사는 집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고, 지난주에는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거대한 불상을 발견했어요. 그렇게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이름 모를 산들까지 시선이 닿아요. 그러고 나면 '세상은 넓다'는, 그 잊고 살았던 한마디가 떠올라요.

지난겨울 드디어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을 봤어요. 2011년부터 총 8번을 올랐는데, 갈 때마다 구름이 꼈거든요. 그날 천왕봉에 모인 100명 남짓한 사람 중 '나보다 많이 시도한 사람이 있을까' 싶었어요.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데, 서울과 구례를 8번 오가며 있었던 일들이 스쳐지나갔어요. 하산 길에 배낭 플라스틱 버클들이 하나씩 부서져서, 주차장에 들어설 때는 보따리 들쳐 메듯 가지고 왔어요. 서울에 와서 새 배낭을 장만했어요.

"제주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감사해요"

홍은혜 _ 공공기관 근무

작년에 잠깐 다닌 회사에서 이명이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퇴사를 고민하는 차에 인왕산에 다녀왔습니다. '인왕산은 식은 죽 먹기'라는 말에 마음 편하게 출발했는데 이게 웬걸, 예상했던 것보다 험하고 힘들더군요. 같이 간 친구가 길을 잘못 들었다고 나중에야 고백했어요. 힘들어서 정상에 드러눕던 저를 보고 웃는 어른들과 내려와서 먹은 막걸리와 감자전이 오래 기억에 남아요.

제주도 바닷가가 고향이에요. 날씨가 좋으면 한라산의 윤곽이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여요.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그날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풍경이 좋았습니다. 어머니랑 소화 시킬 겸 다녔던 도두봉은 단골 코스였어요. 대학교 오름 동아리에서 민오름, 아부오름, 물오름 등 여러 오름을 올랐어요. 유별나게 좋은 순간이 있었다기보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숨 쉬듯 스며 살아갈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이 감사합니다.

"모험 같은 순간을 더 좋아해요"

한세영 _ 아웃도어 브랜드 마케터

머릿속이 복잡해서 정리가 안 될 때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집 뒷산을 오르곤 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발밑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나뭇잎 밟히는 소리, 비 온 뒤 올라오는 흙냄새, 천천히 달궈지는 몸의 온기 같은 것들. 머릿속을 채우던 생각들이 조금씩 흩어집니다. 뭔가를 해결하려고 간 건 아니었는데, 내려올 때쯤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있더라고요. 저는 등산 자체보다, 자연 속에서 숨을 고르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세상에서 잠깐 빠져 나와 있는 느낌이랄까요?

정해진 루트보다 모험 같은 순간을 더 좋아해요. 모르는 길을 찾아 나설 때 느끼는 희열이 있어서, 그게 제가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게 된 계기인 것 같아요.

"산에서 '살아 있구나' 느껴요"

최인영 _ 출판 디자이너

생각이 꼬리를 물고 튀어나오는 성향이라 혼자 등산할 때 비로소 생각의 고리를 끊고 자유로워졌던 것 같아요. 자주는 아니지만 '러너스 하이'처럼 '등산스 하이'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찰 준비로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을 때 연차를 내고 2박3일 전남에 있는 산을 찾았어요. 일행을 앞세우고 뒤에서 조용히 제 호흡에 집중하며 등산한 것이 괜찮아서 그 이후로 몇 번 더 혼자 산행했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는 항상 저를 산에 데려가는데 절까지만 산책시키곤 했어요. 운동이라고는 무심한 집이었는데 그래도 산에는 항상 갔죠. 그래서 등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코로나 이후 100대 명산도 끝냈지만, 지금은 한 달에 한두 번 다녀요. 호흡이 정돈되고 머리가 맑아지고 내 뜻대로 내 의지대로 다리를 운행할 때 '살아 있구나' 느낍니다.

"세상 모든 것이 아주 작게 보였어요"

김익준 _ 문화예술 기획연구

한때 '왜 그리 산에 오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서 그 답을 생각하며 등산을 했었던 적이 있었어요. 정상에 오르고 탁 트인 풍경을 보는데 세상 모든 것이 새우젓처럼 보이더라고요. 차도, 건물도, 사람도 모든 것이 아주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여서 세상 일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이 좋아 산에 오르는 것 같아요.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한바탕 고생한 적이 있어요. 물도 간식도 다 떨어져서 목마름으로 힘들었죠. 어느 중턱에서 등산객분들이 물과 간식, 과일까지 나눠 주셔서 마음이 따뜻해졌던 기억이 나요. 그 뒤로 저도 산에서 목말라 하는 낯선 등산객에게 먼저 "물 드릴까요?"하고 말을 걸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등산은 비장의 카드예요"

천진아 _ 캐릭터 마케터

회사에서는 생각과 행동 모두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방향으로 움직이잖아요. 그것조차 나의 일부인 건 맞지만 가끔 좀 억울해요. 등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즐거워요. 원하는 코스를 정해 뛰거나 오르고, 나름대로 예쁘게 코디해서 사진도 원하는 대로 찍어서 올리죠. 직업이 마케터라 평소엔 '필요한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이 점에서 큰 해방감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지리산을 갔던 게 벌써 4년 전인데요. '이번엔 꼭 가야지'라는 생각을 품고 삽니다. 산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그곳에 가면 분명히 좋은 시간이 기다린다는 걸 알고 있어요.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비장의 카드 같은 행복이 있다는 사실이, 팍팍한 현실 속에 든든한 뒷배처럼 느껴집니다.

가방 속에 가방 있다!부장님 눈 피할 패커블 배낭 2종

출근길 정장에 등산 배낭을 멜 수는 없고, 그렇다고 가죽 가방을 메고 산을 오르자니 어깨는 아프고 '모양'도 안 산다. 평소엔 사무용 가방 구석에 쏙 들어가 있다가 퇴근길에 '짠'하고 나타나는 배낭을 소개한다. 접거나 말아서 휴대·보관이 가능한 패커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경량 패커블 스트링 백팩

심플한 디자인에 콕 박힌 빨간 포인트 컬러가 일상복에도 잘 어울린다. 상단의 스트링을 쭉 잡아당겨 여닫는 방식이라 물건을 넣고 빼기 편하다. 내부 등받이 상단에는 백팩을 뒤집어 패킹할 수 있는 주머니가 있어 작은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고, 측면 포켓에는 물병을 넣을 수 있다. 어깨끈은 통기성 좋은 메시 소재라 쾌적하고, 전면 세로 지퍼 포켓은 자주 꺼내는 소지품을 넣기에 알맞다. 겉감은 물방울을 튕겨내는 코팅 처리가 되어 있어 갑작스러운 가랑비 정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블랙야크

UL패커블 백팩

처음 가격표를 보면 '응?' 싶다가도, 접어서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무게는 단 60g. 블랙야크에서 출시한 패커블 시리즈 가운데 가장 작고 가볍다. 수납부는 지퍼로 여닫는 메인 공간 하나뿐이다. 복잡한 포켓 없이 미니멀한 배낭으로 이만한 게 없다. '코듀라' 나일론 소재를 사용해 질기면서도 부드럽고, 장바구니처럼 쫀쫀하게 늘어난다. 건조 속도도 빨라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하다. 일상은 물론 여행, 출장, 등산에서 서브백으로 활용하기 좋다.

산행길잡이

관악산 사당능선 코스는 주로 관음사에서 시작한다. 사당역 4번 출구를 나와 100여 m를 직진한 뒤 김밥집을 끼고 우회전하면 호젓한 주택가가 나온다. 관음사까지는 도보로 약 20분 걸린다. 일주문을 지나 관음사 담벼락을 끼고 계단을 따라 오른쪽으로 오르면 공터가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갈림길이 나오면 '연주대'라고 쓰인 이정표를 따라 계속 오르면 된다. 오르막 돌길을 얼마 오르지 않아 계단이 나타나고, 서울 시내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태극기가 걸린 관음사 국기봉을 지나 우수경관 데크 전망대에서 쉬어 가기 좋다. 전망대에서 선유천 국기대까지는 능선을 따라 걸어 고도차가 거의 없다. 연주대로 향하는 세 갈래 길과 헬기장을 지나면 커다란 바위가 보이는데, 태극기가 꽂혀 있는 선유천 국기대다.

맛집(지역번호 02)

명돼지갈비(522-2975)는 사당역 인근의 인기 있는 노포로, 양념돼지갈비가 대표 메뉴다. 좌식과 입식 좌석이 모두 마련되어 있어 단체 모임에 적합하며, 신선한 고기와 푸짐한 반찬이 특징이다. 돼지갈비 300g(2만1,000원), 삼겹살 200g(2만1,000원), 갈매기살 200g(2만5,000원).

군산 은모래 해물탕 아구찜(588-2320)은 매일 신선한 해산물을 공급받아 요리한다. 해신탕과 해물탕, 해물찜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며, 시원하고 깊은 국물 맛과 신선한 재료의 조화가 돋보인다. 해신탕·활문어해물탕·찜(각 10만9,000원).

교통

사당역 4번 출구에서 관음사까지 도보로 20분 정도 걸린다. 관음사에는 차량 1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어 자가용 이용도 가능하다.

월간산 4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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