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반하고도 뭉개는 사업주와 그를 찔러 죽이고 싶다는 노동자

이동철 2026. 4. 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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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생일 축하를 겸해 처가 식구들과 경주로 여행을 다녀왔다.

사업주로서는 악법이겠지만 노조 없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그나마 근로기준법이 사업주의 일방적 탐욕을 제어하는 장치라는 점을 설명하려 했지만 잘 전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 내 인사 관리와 법률검토 시스템이 잘 정비된 이들 조직에서는 제도적 점검을 통해 노무 관리자가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에 완충작용을 하기에 앞서 나타난 것처럼 사업주와 피해 노동자가 직접적 감정적 대립이 격화하는 사례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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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장모님 생일 축하를 겸해 처가 식구들과 경주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제 막 벚꽃이 피기 시작한 남녘에는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했다. 꽃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온 저녁 시간. 각자의 사는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근로기준법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지방에서 큰 규모의 세무법인을 운영하는 큰동서 형님은 직원들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회사에 피해를 준 직원을 해고하려 하는데 해고 예고수당을 줘야 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냐며 근로기준법을 '악법 중의 악법'이라 평가했다.

노동조합에서 일하는 막내동서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닐 테지만 묵묵히 듣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사업주로서는 악법이겠지만 노조 없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그나마 근로기준법이 사업주의 일방적 탐욕을 제어하는 장치라는 점을 설명하려 했지만 잘 전달되지는 않았다.

가족이기에 근로기준법을 두고 벌어진 큰 형님과 나의 대립은 그날 해프닝으로 마무리되겠지만 노동현장에서는 감정적 골의 깊이가 더 커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역의 어느 중소제조업체에서 월급을 밀린 노동자가 관할 고용노동지청에 신고했더니 사업주는 밀린 월급을 동전으로 바꿔 가져가라고 했단다. 피해 노동자는 사업주의 기행에 "칼로 찔러 죽여버리고 싶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방적 해고 후에,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통해 피해 노동자가 복직 판정을 받더라도 사업주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끝까지 가보자고 복직을 거부하는 예도 많다.

막무가내인 사업주에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면 경제적 손실이 클 것이기에 노동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복직을 시키거나 피해 노동자에게 적절하게 보상하고 고용관계를 마무리하시라 조언했다. 그러나 사업주는 피해 노동자도 피가 말라 보라며 제품 불량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더 나갔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에 따른 노동자와의 분쟁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은 유독 중소영세기업 사업주에게 도드라진다. 상담 경험상 많은 중소영세 사업주들이 근로기준법을, 사업을 하다 보면 신경을 써야 하는 사회적 제도나 관행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거추장스러운 규제나 절대 악으로 바라본다.

과거에는 오히려 대기업의 전근대적 사업주가 마음에 안 드는 직원에 대해 "저 ×× 잘라버려"라고 폭주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 내 인사 관리와 법률검토 시스템이 잘 정비된 이들 조직에서는 제도적 점검을 통해 노무 관리자가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에 완충작용을 하기에 앞서 나타난 것처럼 사업주와 피해 노동자가 직접적 감정적 대립이 격화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러한 세태는 각박한 경제환경 때문이다. 안정적인 인사노무 역량을 갖춰 놓은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중견기업과 달리 사업주가 직접 노동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중소영세기업에서는 하루하루가 노사 간 감정대립의 연속이다. 사업주로서는 매출은 줄고 경영은 어려운데, 내가 손쓸 수 없는 외부 환경요인으로 물가는 계속 오르고 경영환경은 악화한다. 노동자들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환경이 불만스럽다.

그렇더라도 사회적 합의로 마련된 근로기준법이라는 노동기준을 무시하고 사업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업주에게 근로기준법의 기본적 원리를 차분하게 이해시키고 고용된 노동자들과의 갈등 조정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

지역의 경제단체나 생산성본부 같은 곳에서 실질적 중소영세 사업주의 경영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하면 좋겠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leesey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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