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악화+AI사업 전환…비트코인 총 채굴능력, 6년 만에 첫 감소

이정훈 2026. 4. 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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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트코인 네트워크 해시레이트, 2020년 이래 처음 줄어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채굴 수익성 줄어 채굴자 네트워크 이탈
채굴 대신 수요 많은 AI컴퓨팅 및 고성능컴퓨팅으로 사업 전환도
"전쟁발 에너지값 상승 한몫…연말 채굴업자 AI매출 70% 육박"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해도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 그나마 수요가 많은 인공지능(AI) 및 고성능 컴퓨팅 쪽으로 옮겨가는 채굴업자들이 더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의 해시레이트(hashrate)는 6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비트코인 하나 당 채굴 원가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는 채굴자들이 동원한 컴퓨팅 연산 능력의 총합으로, 네트워크가 더 많은 연산을 수행할수록 51% 공격 등 조작이 어려워져 보안이 강화된다. 특히 해시레이트는 채굴 참여가 늘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가격이 오르면 채굴 수익성이 좋아져 해시레이트가 오르고, 가격이 떨어지면 채굴자가 이탈해 해시레이트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디지털 자산운용사인 코인셰어스(CoinShares)는 1일(현지시간) 내놓은 ‘2026년 1분기 비트코인 채굴 보고서’에서 올 1분기 비트코인 네트워크 해시레이트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 하락했다고 밝혔다. 또 작년 10월 초 약 12만4500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까지 45% 이상 급락했고, 이에 해시 가격(hash price)도 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압박 받았다고 밝혔다. 해시 가격은 채굴업계에서 단위 해시파워당 채굴자가 하루에 벌어들이는 수익을 의미하는 지표다.

이 같은 해시레이트 하락은 채굴 수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과거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자사 시설을 AI 워크로드 처리에 맞게 개조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코인셰어스에 따르면 상장 채굴업체들의 비트코인 1개당 가중평균 현금 생산원가가 2025년 4분기 약 7만9995달러까지 뛰었다. 여기에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고, 많은 경우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중동의 이란-미국 분쟁으로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 분쟁으로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채굴에서는 재생에너지 도입이 광범위하게 확산한 상태다. 케임브리지대 디지털 채굴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채굴업체의 약 53%가 지속가능한 에너지원를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에너지 가격 상승은 여전히 채굴업체들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렇다보니 지난 한 해 동안 상장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하이퍼스케일러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을 상대로 650억달러가 넘는 AI 및 고성능컴퓨팅(HPC) 계약을 발표했다. 코인셰어스는 보고서에서 상장 채굴부문에서 발표된 AI/HPC 계약의 누적 규모가 7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많은 기업들이 이제는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이터센터 운영업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인셰어스에 따르면 AI 인프라는 비트코인 채굴과 비교해 메가와트(MW)당 3배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

일부 채굴업체들은 AI 전환을 위한 시설 개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채도 떠안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렌(IREN)은 비트코인 중심 사업에서 AI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AI 확장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37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AI 클라우드와 코로케이션 서비스까지 마케팅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의 주요 사업부문별 매출 추이
이에 코인셰어스는 “상장 채굴업체들은 올해 말까지 전체 매출의 최대 70%를 AI에서 올릴 수 있으며, 이는 현재의 30%에서 상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AI 인프라 전환은 많은 채굴업체들에 매력적인 선택지지만, 모든 기업이 이를 택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업체들은 여전히 비트코인 채굴에 전념하면서 좌초 재생에너지(stranded renewables)나 플레어 가스(flare gas) 같은 저비용의 간헐적 에너지원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코인셰어스는 AI 인프라 전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거시경제 여건이 AI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채굴 수익성이 회복될 가능성도 있어 이 전환이 영구적인 변화라기보다 “상대적인 수익률”에 따른 움직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채굴과 AI 워크로드를 동시에 운영하거나, 필요에 따라 서로 전환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인프라를 갖춘 기업들이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 사례 중 하나가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하이브 디지털 테크놀로지스(Hive Digital Technologies)다. 이 회사는 기존에 개발하던 ‘비트코인 공장’을 AI 데이터센터로 개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프랭크 홈스 US글로벌인베스터스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이자 하이브 디지털 테크놀로지스의 회장은 블로그 게시글에서, 하이브가 단순한 ‘비트코인 공장’ 이상을 건설해왔다며 “산업용급 인프라, 이중 전력 시스템, 저렴한 재생에너지 접근성을 갖춘 적응형 디지털 전력 셸(shell)”을 설계해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티어1 셸(Tier I shells)”은 이후 “티어3, AI 대응형 데이터센터(Tier III, AI-ready data centers)”로 업그레이드되며, 기존 개발 프로젝트들이 직면하는 토지 매입, 용도지역 변경(zoning), 각종 인허가 절차를 상당 부분 건너뛸 수 있게 해준다.

홈스는 이 사업이 원래는 많은 채굴업체들에게 ‘부업(side hustle)’처럼 시작됐지만, 지금은 매력적인 경제성을 갖춘 “본격적인 사업 모델(full-fledged business model)”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채굴업체들이 이미 저렴한 농촌 지역에서 상당한 전력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고, 다양한 재생에너지원에도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AI 데이터센터 성장에 제약이 되는 핵심 문제는 주로 물류, 공급망, 그리고 전력 접근성에 집중돼 있다. 기존 시설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강점을 바탕으로, 하이브 같은 전직 채굴업체들은 오늘날 데이터센터 개발이 마주한 많은 어려움을 우회할 수 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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