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와주세요”…내년엔 라이더도 최저임금 받을까[점선면]

조해람 기자 2026. 4. 2. 07: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점(사실들): 정부 “플랫폼 최임 논의해달라”
선(맥락들): 해외는 이미 ‘보장’ 추세
면(관점들): 사람답게, 안전하게
한 배달 노동자가 잠시 멈춰 서서 종이에 무언가 쓰고 있다. 한수빈 기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도로를 달리는 배달라이더들. 그들이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돼서, 배달라이더처럼 플랫폼 등을 통해 일감을 구하는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정해진 최저임금이 없습니다.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 웹툰작가 등도 마찬가지고요.

고용 형태가 복잡해지면서 이런 노동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무려 870만명이 이렇게 일한다는 통계도 있어요. 달리 말하면 일하는 사람 3명 중 1명은 최저임금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뜻인데요. 내년에는 이들도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단순히 ‘임금 보장’으로만 끝나는 게 아닙니다. 함께 알아볼까요?

점(사실들): 정부 “플랫폼 최임 논의해달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절차가 닻을 올렸습니다. 지난달 31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2027년 최저임금 심의요청서’를 보냈고, 이에 따라 최임위는 이달 중 첫 회의를 열 예정이에요. 27명의 위원(공익위원·노동계·경영계 각 9명씩)으로 구성되는 최임위는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여름쯤 내년 최저임금을 정합니다.

노동부는 이번 심의요청서에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도급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할지 여부’를 논의해달라고 적었어요. 정부가 이 요구를 한 건 처음이에요. 2024년과 2025년 최임위에서는 노동계가 요구해 회의 안건으로 올랐지만, 따로 논의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죠. 정부는 경영계가 요구하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여부’도 최임위가 논의해달라고 했습니다.

선(맥락들): 해외는 이미 ‘보장’ 추세

오늘 레터의 주제인 ‘도급제(비임금) 노동자 최저임금’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추정해본 결과, 특수고용 등 비임금노동자 규모는 2019년 669만명에서 2024년 869만명으로 늘었어요. 하지만 최저임금법 등 기존의 노동법은 ‘근로계약’을 중심으로 짜여 있어서,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배달라이더 등 비임금노동자들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죠. 비임금노동자가 많아지면서 이들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최저임금도 중요한 보호 수단 중 하나고요.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해요. 미국 뉴욕시는 2018년 우버 등 플랫폼 택시기사의 최저운임을 보장한 데 이어 2023년 배달라이더의 최저임금을 정했죠. 영국은 일감 건수·작업량에 따라 노동자가 보장받아야 할 ‘공정 보수(Fair Rate)’를 두고 있습니다. 스페인과 호주, 대만 등도 배달라이더의 최저임금을 보장합니다. 각자의 일감에 따라 돈을 버는 사람이더라도, 플랫폼에 종속된 채 일한다면 ‘노동자’로 보고 노동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마다 일감의 수와 작업량이 다른데 어떻게 최저임금을 계산할까요? 두 가지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영국의 한 딸기농장에서 일하는 앤디는 딸기 1㎏을 딸 때마다 1138원을 받습니다. 영국 최저시급인 2만2820원(2024년 4월 기준)을, 이 농장 노동자 1명의 1시간 평균 수확량인 20㎏으로 나눈 값입니다. 미국 뉴욕은 택시기사의 거리당 요금과 시간당 요금을 각각 ‘유효 운행률(앱에 로그인해 있는 시간 중 승객을 태우고 운행한 시간의 비율)’인 58%로 나눈 뒤, 둘을 더해 최저운임을 계산해요.

한국 노동계는 작업량을 기준으로 보수를 정하는 ‘도급제 최저임금’과, 어떤 형식으로 일하든 건마다 최소 보수를 정하는 ‘최저보수제’라는 두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법적 근거가 있어요. 최저임금법 제5조3항은 시급·월급 등으로 임금을 정하기 어려운 도급제 노동자 등의 최저임금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면(관점들): 사람답게, 안전하게

비임금노동자 최저임금은 단순히 ‘최저 생계를 보장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최소한의 보수를 보장받으면 더 안전하게, 인간답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죠.

최저임금이 정해지지 않은 탓에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은 과로와 산재 위기에 내몰립니다. 배달의민족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산재 승인 건수 1위 기업이었습니다. 배달 시장이 성장한 것도 있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무리하게 운행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화물차 기사의 최소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과적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일하는 모든 사람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든 비임금노동자 최저 소득 보장을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노동계 추천 최임위원인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노동부가 올해 최임위에 도급제 최저임금 관련 연구용역안을 가져올 예정이라고 한다”며 “특고·플랫폼 노동자 보호 논의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최임위 회의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경영계가 요구하는 ‘업종별 차등 최저임금’ 이야기도 다뤄보겠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점선면>의 다른 뉴스레터가 궁금하시다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 https://buly.kr/AEzwP5M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