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과 ABC론, 민주당은 왜 분열했나

김영화 기자 2026. 4. 2. 07: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으로 촉발되었던 민주당 기존 지지층과 새 지지층 간의 갈등이 검찰개혁 잡음을 계기로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지지층 분화의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3월18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검찰개혁안 논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민주당 ㄱ 의원은 최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 출연을 고민하고 있다. 과거 자주 출연했지만 최근 ‘공소취소 거래설’을 계기로 뉴스공장이 당내 갈등의 진원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김어준 책임론’이 제기되었고 일부 정치인들은 뉴스공장 출연 보이콧 선언을 했다. “법적 대응의 여부를 떠나서 분명하게 유감 표명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하는 게 공적 매체로서 책임을 다하는 조치 아니겠나.” ㄱ 의원은 출연 자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겠지만 출연이 부담스럽긴 하다고 털어놨다.

한 친명계 의원 보좌직원 ㄴ도 뉴스공장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초선의원 입장에서는 이름을 알리기 좋은 매체였다. 한번 갔다 오면 후원금이 2000만원씩 들어오다 보니 의원들도 (뉴스공장에) 많이 의지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기 선명한 의제 설정을 통해 여권 정치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보좌직원은 “김어준씨와 뉴스공장이 잘못된 정보로 이재명 정부를 흔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어준씨가 김민석 총리와 강훈식 비서실장의 해외 출장을 두고 “이 대통령의 차기 주자 육성 방식”이라 평하자, 김민석 총리는 “공직 수행은 무협소설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공소취소 거래설에서도 ‘정부 고위 관계자’로 지목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황당한 음모론”이라며 반박했다. 보좌직원 ㄴ은 “이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지만 마치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처럼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의원들 사이에서도 뉴스공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라고 말했다.

김어준씨와 뉴스공장을 향한 비판은 새롭지 않다. 보수진영에서는 ‘충정로 대통령’이란 표현까지 쓰며 김어준씨가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해왔다. 음모론 논란 또한 공소취소 거래설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여권 내부의 ‘거리두기’는 낯선 현상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3월18일까지 ‘범여권 인사 108명이 663회 출연할 정도(〈주간조선〉 보도)’로 여권 정치인들은 뉴스공장과 가까운 사이를 유지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 김어준씨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목소리는 드물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11월 초선의원들을 만나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가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윤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이 표가 있는 곳에 가는 걸 말릴 수는 없다”라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공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정치 유튜브에 대해 스스로의 윤리 원칙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국민의힘이 부정선거론에 끌려다니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뉴스공장 방송에서 공소취소 거래설을 제기한 장인수 전 MBC 기자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지만 뉴스공장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어준씨는 “출연자가 말한 내용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라며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무고죄로 대응하겠다고 응수했다. 공소취소 거래설에 대해 “당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라고 했던 정청래 대표는 정작 검찰개혁 당정청 협의안이 나온 뒤 바로 다음 날인 3월18일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종안 도출의 막전막후를 직접 설명했다. 〈시사IN〉이 뉴스공장에 다수 출연했던 의원들에게 당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지만 대부분 대답을 피했다. “그에 관해서는 일절 말하고 싶지 않다. 노코멘트 하겠다(민주당 의원 ㄷ).” “당원들 사이에서 너무 첨예해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죄송하다(민주당 의원 ㄹ).”

민주당의 뉴노멀이 된 당정 갈등

공소취소 거래설이 불거진 3월10일부터 열흘간 뉴스공장 구독자 2만명이 이탈했다. 이탈층은 이 대통령의 새로운 지지층을 일컫는 ‘뉴이재명’ 지지자들로 추정된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으로 촉발되었던 민주당 기존 지지층과 새 지지층 간의 갈등이 검찰개혁 잡음을 계기로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앞서의 ㄱ 의원은 “(정권교체로) 맞서 싸울 상대가 사라지고, 당대표의 카리스마도 예전처럼 강력하지 않다. 당권을 선점하기 위한 작업들은 분명히 있다. 다만 유튜브 채널이 정치적으로 나서는 것은 문제적이다. (검찰개혁 등 이슈에서) 원사이드한 입장을 정해놓고 몰고 간다는 느낌이 크다”라고 말했다.

“뉴스공장 때문에” 검찰개혁 추진에 혼란이 빚어졌다고 보는 이재명 대통령 지지층과 “뉴스공장 덕분에” 숙의의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평가하는 검찰개혁 강경파가 맞붙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지지층 분화가 나타나는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총리 간의 차기 당권 다툼일까, 김어준씨와 이재명 대통령의 팬덤 분화일까, 혹은 검찰개혁 강경론자와 신중론자의 노선 갈등인가. 아니면 가치와 이익 혹은 이념과 실용주의의 대결인가. 전에 없던 여권 내 갈등 양상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대통령 집권 1년 차는 여당과의 호흡이 가장 잘 맞는 시기로 평가된다. 정권 지지율이 높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0개월간 당정 엇박자가 여러 차례 노출되었다. 여당 대표가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보다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쏟아졌다. 뉴스공장의 ‘공소취소 거래설’이 나오던 시기에 전개되던 검찰개혁 논쟁은, 이러한 여권 내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랐다가 임시 봉합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16일 X(옛 트위터)에 “과도한 선명성 경쟁 때문에 기득 세력의 반격에 명분을 줄 필요가 없다”라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3월24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관계자 ㅁ은 이 혼란상을 ‘민주당의 뉴노멀’이라고 해석한다. “이재명 대표 원톱 체제에서 사실상 2인자가 없었다. 차기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한 계파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보니 의견 차이를 조율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 대신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자기 정치의 판이 여기저기 열린 것이다.” 실질적인 2인자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저마다 차기 권력을 노리는 ‘각개전투’가 펼쳐지다 보니 1인 1표 논란부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검찰개혁안까지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는 얘기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난 2월2일 합당을 제안한 정청래 대표를 향해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직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국혁신당 ㅂ 의원은 “정치인이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과 그것을 ‘반명 행보’라 낙인찍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라고 비판했다. “반명이라는 ‘허수아비’ 때리기를 해야 본인들에게 정치적 이익이 생기는 것 아니겠나. 지지율이 70%에 육박하는 시기인데 (여권 정치인들이) 대통령과 차별화할 이유가 전혀 없다.” 친명 대 반명 구도가 현실에 적용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친명’ ‘반명’ 논란 자체가 대통령의 위상과 고민을 더 갉아먹고 있다고 본다. 친명계가 아니라 친명계라 불리고 싶은 사람들의 정치투쟁 아니겠나.”

이런 가운데 유시민 작가가 3월18일 유튜브 채널 〈최욱의 매불쇼〉에 나와 주장한 ‘ABC론’이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유 작가에 따르면 여권 지지층은 A(가치 중심), B(이익 중심), C(교집합)로 나뉘는데 A 그룹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지탱해온 민주당의 핵심 코어 지지층”이고, B 그룹은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는 척하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본인의 정치적 성공”이라고 분류했다. 그러면서 B 그룹을 향해 “이들은 위기가 오면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돌을 던질 사람들”이라며 날을 세웠다. 반대 측에서는 ‘제2의 수박 논쟁’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3월18일 유시민 작가가 유튜브 채널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ABC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당내 갈등이 잇따르자 청와대는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시민 작가의 ABC론에 대해 “어떤 사람이 A형, B형으로 딱 나뉘겠나. 자꾸 언론이 논쟁을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와 정부가 몰두하는 추경이나 중동 관련 문제는 다 덮이고 ABC론만 다루다 보니 좀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 ㅅ은 “우리가 지금 당권 경쟁을 할 정도로 상황이 여유 있지 않다. 김어준씨와 유시민 작가 모두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으니 그 상황에 취해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막후에서 영향을 끼치지 말고 차라리 입당해서 당대표로 출마하시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비판했다.

현재의 갈등을 당권 경쟁의 틀로만 보면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 ㅁ은 ABC론이 여권 내부의 중요한 세대 균열을 드러낸다고 분석한다. 겉으로 보면 당권 경쟁의 모습을 띠지만 이미 지지층 내부에 틈이 벌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 분기점을 대선후보 시기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선언으로 본다. “86세대 운동권과 결별하겠다는 일종의 주류 교체 선언이었다. 유시민 작가가 언급하는 ‘가치’가 결국 지금 세대에겐 낡은 이념과 진영 논리로 읽힌다. 반면 ‘이익’ 그룹이 시류에 맞게 타협하고 실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쪽일 수도 있다.”

검찰개혁 관련 이견이 커지는 양상 역시 민주당 내부의 노선 갈등과 무관치 않다. 검찰개혁 강경파로 분류되는 민주당ㅇ 의원은 “당권 갈등이 아닌 관점 차이”라고 해석했다. “검찰개혁의 목적은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즉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취지다. 그게 전통적인 지지층이 바라보는 관점이다. 그런데 정부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보는 쪽에서는 ‘피해자 보호’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러한 관점이 결국 검사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게 맞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형사사법은 억울한 피고인을 만들지 않는 쪽으로 발전해왔고 권력분립이라는 본질에 맞게 가야 한다.” 그는 무엇보다 과거 역사에서 검찰이 저지른 잘못이 있기 때문에 보완수사권을 용인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거의 다른 당에서 나올 법한 메시지”

반면, 민주당의 새로운 지지층에게 이러한 관점은 ‘검찰을 악마화하는 구시대적 문법’으로 받아들여진다. 민주당 관계자 ㅁ은 ‘뉴이재명’ 그룹의 주요 특징으로 진영 논리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꼽는다. “이들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과 검찰개혁 추진을 86세대 의제로 보고 이에 저항했다. 즉 민주당 내부 ‘기득권 대 반기득권’의 싸움으로 볼 수도 있다.” 달리 보면 민주당의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민주당 내에는 검찰개혁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간극이 굉장히 크다. 옛날로 치면 거의 다른 당에서 나올 법한 메시지 차이다.” 최근 몇 년간 가치와 실용주의 간의 노선 차이가 생겨나면서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여권 내에서 벌어져왔다.

3월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뉴이재명을 논하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검찰개혁 갈등이 우선 일단락되었지만 진짜 뇌관은 보완수사권 존치 문제에서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 크다. 당내 강경파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지만 청와대와 법무부는 존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앞서의 ㅇ 의원은 “당과 정부가 서로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굳이 공개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검찰개혁을 오랫동안 주장해왔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히 소통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이 미진하면 민주당 지지층이 더 분화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지지자들이 민주당이나 이재명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식어가는 과정이 있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도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으니 그걸 포함해서 토의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과정 관리가 중요한 거지 결론은 비슷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처럼 갈등이 노출되지 않도록 물밑 조율에 나설 것이라는 분위기가 읽힌다. 당과 청와대 모두 소통의 리더십을 언급하고 있지만, 정치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지층 분화와 당권 투쟁, 어느 것이 먼저인지 모호한 가운데 한번 벌어진 민주당의 틈이 좀처럼 좁혀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