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트럼프의 입, 믿을 수 있는가?

전 세계 경제를 수렁으로 밀어 넣은 중동전쟁의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직 방심은 이릅니다. 그동안 종전 발언을 되풀이하면서 세계를 뒤흔들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을 100%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세계의 시선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1일 오후 9시, 한국시간 2일 오전 10시로 쏠립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 전쟁에 관해 ‘중요한’ 최신 상황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연설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이란 공습을 발표하며 개인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리 촬영한 대국민 연설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이후 다수 공개 연설과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공식 대국민 연설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번 연설을 통해 일방적 종전 선언 또는 구체적인 종전 구상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3월 31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행사에서 대이란 전쟁을 종료하는 시점에 대해 “아주 곧(very soon)”이라며 “2∼3주” 이내를 거론했습니다. 그는 “그 전에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들이 합의를 원하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나보다 더 합의를 원한다. 하지만 꽤 짧은 기간에 우리는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종전 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봉쇄로 국제 유가 급등의 원인이 된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우리는 그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언급은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마무리하지 않은 채 종전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나와 합의를 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란이 장기간 석기시대로 접어들고 그들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게 되면 우리는 떠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체 설정한 전쟁 목표가 달성됐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이르면, 이란과의 종전 또는 휴전 합의 여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 등에 관계없이 전쟁을 끝내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한편으로 다른 목소리도 나옵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이란이 보유한 핵 물질과 그들의 야망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면 우리는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한다”며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군사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란이 합의할 의지가 없다면, 우리는 폭탄으로 협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국은 현재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종전을 앞두고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우선 전쟁 종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후 수시로 “곧 끝날 것”이라는 발언을 되풀이 했지만 전쟁은 한 달이 넘도록 지속하고 있습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까지 최소 12차례에 걸쳐 전쟁 종식이 임박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실제 전황은 거리가 있습니다. 미 육군 정예 82 공수사단 소속 수천 명이 중동에 도착했고, 해병 약 2500명도 가세하는 등 병력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상전 가능성도 흘러나옵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관련 언급이 불러온 파장입니다. 그의 말에 따라 세계 경제가 출렁거렸습니다. 국제 유가와 글로벌 증시가 어떻게 변동했는지, 모두 체감했습니다. 최근처럼 극심한 롤러코스터는 없었습니다. 어디 그것뿐입니까. 전쟁과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던 쓰레기 종량제 봉투 대란도 발생했습니다. 중동전쟁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우리 생활 깊숙하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 말의 ‘약발’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글로벌 증시가 1일 일제히 반등에 나섰는데 그 배경을 살펴보면 흥미롭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발언 때문이 아니라 조기 종전 가능성을 시사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시장이 움직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종전도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란의 의사와 상관없이 미국이 종전을 선언하고 손을 뗄 수도 있습니다. 약간 황당합니다. 싸움은 상대가 있어야 하고, 끝내려면 상대가 항복을 하든지, 아니면 서로 합의해야 합니다. 이란이 항복 선언도 하지 않았는데, 미국이 일방적으로 종전을 선언하고 물러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다못해 길거리 싸움도 이렇게 끝나지 않습니다. 만약 이란이 종전을 받아들이지 않고 미국과 이스라엘, 인근 국가를 계속 공격하면 어떻게 합니까.
이쯤 되면 미국이 왜 전쟁을 시작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서라면 피해가 너무 크지 않습니까. 이란은 초토화됐고, 전쟁과 관련 없는 무수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 세계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미국 작가 헤밍웨이의 소설 제목이 생각납니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대신 ‘누구를 위해 전쟁은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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