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미국인들에 편지... “대립 무의미” 종전 의사 밝혀

파리/원선우 특파원 2026. 4. 2.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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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리전 치르는 것이 미국 우선주의인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AP 연합뉴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대립의 길로 계속 가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대가를 요구하며 무의미한 일”이라며 전쟁 종식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페제시키안은 이날 프레스TV, 타스님 통신 등 이란 매체를 통해 공개한 ‘미국인과 전세계인을 상대로 한 서신’에서 이같이 밝히고, 현재 진행되는 이란 전쟁 종전 협상을 가리켜 “대립과 협력 사이의 선택은 미래 세대의 운명을 결정지을 실질적이고 중대한 선택”이라고 했다.

페제시키안은 이 서신에서 자국의 핵·미사일 개발을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이란 주변에 미군의 병력, 기지, 군사력이 가장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 자국의 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을 포기할 국가는 자명하게도 없을 것이다. 이란이 해왔고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오직 방어와 대응일 뿐”이라고 했다.

페제시키안은 1953년 미국이 개입해 모하마드 모사데크 총리 정부를 축출하고 레자 팔라비 왕정을 복고시킨 사건, 미국이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지원한 역사를 열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란의 민주주의의 진전을 가로막고 독재를 부활시켰으며, 이란인들의 마음속에 미국 정책에 대한 깊은 불신을 심어줬다”며 “미국이 이란에 길고 광범위한 제재를 부과하고, 마침내 이란을 향해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감행함에 따라 그 불신이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고 했다.

국제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이란이 교육, 의료, 산업 전반에서 발전을 이룩했다고 자평한 페제시키안은 “이 전쟁은 정확히 미국 국민의 어떤 실질적인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이러한 행동들을 정당화할 만한 객관적인 위협이 이란으로부터 존재했느냐”며 “무고한 어린이들을 학살하고, 암 치료용 제약 시설을 파괴하며, 한 국가를 ‘석기 시대’로 돌려놓겠다는 식의 과장된 폭격 위협이 미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더욱 훼손하는 것 외에 대체 무슨 이익이 있느냐”고 했다.

그는 지난해 6월 ‘한 밤의 망치’ 작전과 지난 2월 ‘장대한 분노’ 작전으로 자국을 선제 공격한 미국에 대해 “협상 도중 두 차례나 공격을 감행한 것은 미국 정부가 외세 침략자들의 탐욕을 실행하기 위해 내린 파괴적인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리인으로서, 이스라엘 정권의 선동에 의해 이 침략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며 “오늘날 미국 정부의 우선순위 목록에 진정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있기는 한가”라고 했다.

페제시키안의 이날 서신 공개는 ‘국외 불개입’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미국 내 매가 세력과 반(反) 트럼프 진영에 전쟁의 부당성을 설득함과 동시에, 국제적인 반미(反美) 여론까지 자극하며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협상에 쓸 수 있는 ‘여론전 카드’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다음은 페제시키안 대통령 서신 전문.

자비롭고 자애로우신 알라의 이름으로

수많은 왜곡과 조작된 서사 속에서 진실과 더 나은 삶을 찾고 있는 미합중국 국민들과 모든 사람들에게

이란은 지금의 이름, 정체성, 그리고 존재 자체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되어 온 문명 중 하나입니다. 이 문명은 여러 시대에 걸쳐 역사적, 지정학적 우위를 점했음에도 불구하고, 근현대사에서 결코 전쟁 도발, 침략, 식민지화, 패권주의의 길을 택한 적이 없습니다. 세계 열강들의 점령, 침략, 강압적인 압박을 겪었으며 주변 여러 국가에 비해 강력한 군사적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먼저 전쟁을 시작한 적이 없으며, 도리어 침략자들을 용맹하게 물리쳐 왔습니다.

이란 국민은 미국, 유럽, 주변국 국민을 포함한 다른 어떤 민족과도 적대감이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외국의 개입과 압력에 직면했을 때조차도 이란인들은 항상 ‘국민’과 ‘정부’를 구별해 왔습니다. 이는 일시적인 태도가 아니라 이 민족의 사고와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원칙입니다.

따라서 이란을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도, 오늘날의 객관적 현실과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권력 구조의 정치적, 경제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산물입니다. 즉, 압박을 정당화하고,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며, 방위 산업을 배불리고, 전략적 시장을 관리하기 위해 ‘적(敵)’을 만들어낼 필요성 때문입니다. 이러한 틀 안에서는 위협이 존재하지 않으면 위협을 조작해 냅니다.

오늘날 이란 주변에 미군의 병력, 기지, 군사력이 가장 집중적으로 배치된 것도 바로 이러한 접근 방식의 결과입니다. 이란은 적어도 미국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단 한 번도 먼저 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습니다.

최근 이러한 기지들을 거점으로 한 미국의 침략은 그러한 군사적 주둔이 지닌 위협적인 성격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여 자국의 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을 포기할 국가는 자명하게도 없을 것입니다. 이란이 해왔고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오직 방어와 대응일 뿐, 공격이나 전쟁, 침략의 시작이 아닙니다.

이란과 미국의 관계는 애초에 대립을 바탕으로 형성되지 않았으며, 양국 국민 간의 교류는 적대감이나 긴장 없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 경로가 어긋난 전환점은 1953년 쿠데타였습니다. 이란의 자원 국유화에 맞서기 위해 이루어진 이 개입은 민주주의의 진전을 가로막고 독재를 부활시켰으며, 이란인들의 마음속에 미국 정책에 대한 깊은 불신을 심어주었습니다.

이 불신은 (미국이) 혁명 이전 정권을 지원하고, 강요된 전쟁(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사담 후세인을 지원하며, 가장 길고 광범위한 제재를 부과하고, 마침내 이란을 향해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감행함에 따라 날이 갈수록 깊어졌습니다.

이러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약화되기는커녕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강해졌습니다. 문해율의 3배 증가(30%에서 90%로) 등 눈부신 발전, 고등 교육의 성장, 신기술의 진보, 보건 서비스의 확대, 그리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획기적으로 강화된 인프라는 이 나라의 내적 역량과 적응력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언론의 내러티브와 무관하게 직접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물론 제재, 전쟁, 침략이 용맹한 이란 국민의 삶에 미친 파괴적이고 비인도적인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의 공격을 포함해 계속되는 군사 행동은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시각과 감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지극히 인간적인 현실입니다. 자신의 목숨, 집, 도시, 그리고 미래로 전쟁의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은 그 원인 제공자에게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이쯤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 전쟁은 정확히 미국 국민의 어떤 실질적인 이익에 부합하는 것입니까? 이러한 행동들을 정당화할 만한 객관적인 위협이 이란으로부터 존재했습니까? 무고한 어린이들을 학살하고, 암 치료용 제약 시설을 파괴하며, 한 국가를 ‘석기 시대’로 돌려놓겠다는 식의 과장된 폭격 위협이 미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더욱 훼손하는 것 외에 대체 무슨 이익이 있습니까?

이란은 협상의 길을 걸어왔고, 합의에 도달했으며, 약속을 이행했습니다.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립으로 향하다가, 협상 도중 두 차례나 공격을 감행한 것은 미국 정부가 외세 침략자들의 탐욕을 실행하기 위해 내린 파괴적인 결정들이었습니다.

에너지 및 산업 시설 등 이란의 핵심 인프라를 향한 공격은 이란 국민을 직접적인 표적으로 삼은 조치이며, 이는 전쟁 범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그 파장이 이란의 국경을 넘어설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러한 공격은 불안정성의 확대, 인적 및 경제적 비용의 증가, 긴장의 악순환 조성, 그리고 수년간 지속될 원한의 씨앗을 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길은 힘의 상징이 아니라, 혼란의 상징이자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무능함의 상징입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리인으로서, 이스라엘 정권의 선동에 의해 이 침략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스라엘이 이란을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시켜 자신들의 범죄로부터 세계 여론을 분산시키고, 이란을 향해 조작해 낸 비현실적인 위협으로 초점을 맞추려 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제 이스라엘은 마지막 미군 병사와 미국인들의 마지막 세금 1센트까지 쥐어짜내어 이란과 전쟁을 치르게 하고, 그 비용을 이란, 지역 국가들, 그리고 미국에 떠넘긴 채 자신들은 안전 지대에 머물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오늘날 미국 정부의 우선순위 목록에 진정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있기는 한 것입니까?

저는 여러분이 전쟁의 일부이기도 한 목적을 지닌 언론의 선전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이란을 방문했던 여러분의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이란에서 고등 교육을 마친 후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가르치고 연구하거나 가장 중요한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란인들의 통계를 살펴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사실들이 언론이 여러분에게 말하는 이란의 모습과 일치합니까?

오늘날 세계는 대립의 길을 계속 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대가를 요구하며 무의미한 지점에 이르렀습니다. 대립과 협력 사이의 선택은 미래 세대의 운명을 결정지을 실질적이고 중대한 선택입니다. 이란은 수천 년의 영광스러운 역사 동안 수많은 침략자들을 마주해 왔습니다. 역사 속에서 그 침략자들에게 남은 것은 오명뿐이며, 이란은 여전히 자랑스럽게 굳건히 서 있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이슬람 공화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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