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농사보다 개를 먼저 길렀다… 국제연구진, 고대 개 디엔에이 분석
1만5800년 전 구석기 후기 개 표본
기존 고대 개 화석보다 5000년 앞서

개와 늑대의 유전적 차이는 단 1~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일부 늑대들은 후기 구석기 시대 인간의 곁으로 와서, 개가 되었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늑대가 어떻게 개가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유전학·고고학·행동학을 아우르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왜 늑대는 개가 되기로 했을까. 주된 가설은 인간이 남긴 먹이를 차지하러 왔다는 ‘자기 가축화·공생 가설’이 있다. 또 인간이 어린 늑대를 데려와 함께 사냥하고 생활하는 사이 점차 개로 바뀌었다는 ‘양육·협동’ 가설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개는 인간의 가장 오랜 가축이자 친구로, 인간의 진화와 사회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되어왔다.
최근 이런 인간과 개의 ‘오랜 우정’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최대 5000년 앞선다는 연구가 나왔다. 지난 25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개의 가축화와 기원에 관한 새로운 유전적 증거를 제시하는 두 편의 논문이 공개됐다. 두 논문에서 가장 오래된 개 화석은 최소 1만4200년에서 최대 1만5800년 전 구석기 시대 서유라시아와 튀르키예 등지에 분포했다. 지금껏 가장 오래된 개의 유적은 1만900년 전 러시아 중석기 유적인 ‘베레티야 유적’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연구 결과는 인간이 농사를 시작하기 전, 수렵채집인 시절부터 개를 길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개의 역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윌리엄 A. 마시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 연구원과 라치 스카스브룩 옥스퍼드대 박사 등 연구진은 유럽 여러 고고학 유적에서 발견된 고대 갯과 동물 8마리의 유전체를 분석해 고대 및 현대의 늑대·개와 비교했다. 그 결과, 6마리가 현대 및 고대 개와 유사한 유전체를 지니고 있었고, 그중 2마리가 후기 구석기 시대 개로 밝혀졌다. 튀르키예 아나톨리아 고원 ‘피나르바시 유적지’ 화석은 1만5800년 전 개로, 영국 서머싯주 ‘고프 동굴’의 표본은 1만4300년 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두 화석에서 핵 유전체 데이터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전에 늑대인지 개인지 명확지 않았던 화석들의 ‘정체’도 개로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박사를 중심으로 한 국제연구진 또한 유럽과 그 주변 지역에서 발견된 개와 늑대 화석 216구의 유전체를 분석해 가장 오래된 표본을 찾아냈다. 가장 오래된 표본은 스위스 타잉겐 ‘케슬러로흐 동굴’에서 발견된 고대 개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 결과 1만4200년 전 것으로 나타났다. 이 표본은 앞선 연구에서도 핵 유전체 분석으로 후기 구석기 개로 밝혀진 것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개들이 서로 다른 지역과 시기, 다른 수렵채집 집단에 속해 있었지만, 유전적으로는 매우 유사했다는 사실이다. 후기 구석기 당시 튀르키예 피나르바시 지역에는 아나톨리아 수렵채집인이, 영국 고프 동에는 마들렌 수렵채집 문화가 분포했다. 두 곳은 각각 서부 유라시아 동쪽 끝(튀르키예)과 서쪽 끝(영국)에 자리 잡고 있어 인간들의 혈통은 유전적으로 확연히 달랐지만, 그들이 기르던 개는 거의 한 가족처럼 유사했다.

스카스브룩 박사는 “그렇다고 개들이 스스로 유럽 전역을 돌아다녔을 거라 보진 않는다”면서 “또 다른 수렵채집 집단이 개를 데리고 이동하면서 개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설명했다. 고대 인간 사회도 지금처럼 개를 서로 교환하거나 다른 집단으로부터 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자들은 약 1만6000년 전 유럽 남동부에 존재했던 에피그라베티안(최후빙하기 수렵채집) 문화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개도 함께 퍼져나갔을 거라 보고 있다. 그는 개가 수렵채집 집단에 “새로운 사냥 방식, 동물을 안전하게 지키는 법 그리고 추운 밤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살아있는 담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수렵채집인들은 개를 어떻게 대했을까. 피나르바시 유적과 고프 동물의 개 화석은 “현대 인간과 개 사이 상호작용이 이미 당시에도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위원소 분석에 따르면, 피나르바시에 살았던 사람들은 자신이 먹던 것과 같은 물고기를 개에게도 먹였고, 죽으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매장했다. 고프 동굴에서도 인간과 개는 모두 잡식성 식단을 먹었다. 이들은 장례 의식의 하나로 ‘식인 행위’를 했는데, 고프 동굴에서 발견된 개의 아래턱뼈에서도 같은 흔적이 발견됐다고 한다. 마시 연구원은 “이는 매우, 매우 가까운 상호작용이었음을 의미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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