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사립대가 '지역 혁신'의 거점이다 [지금, 대학을 묻다]
편집자주
'벚꽃 피는 시기로 망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한국의 대학은 위기다. 상아탑의 권위를 지키면서도 변화한 사회에 맞는 인재 배출에도 충실한 새로운 대학의 좌표를 전문가 칼럼 형식으로 제시한다.

한국의 지방 사립대학 위기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자주 오해한다. 위기의 원인을 일부 부실대학의 문제로 축소해 이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다르다. 지방 사립대 다수는 이미 대형 대학이 아니라 중소규모 대학이다. 그리고 위기는 특정 대학의 실패가 아니라 이러한 구조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방 사립대의 다수는 학생 수 1만 명 미만의 구조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2025년 사립대학재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방권 사립대학 57개교 중 48개교가 1만 명 미만이다. 그중에서 5,000명 미만 대학이 31개교로 64.6%를 차지한다. 좀 더 세분화해서 본다면 재학생 3,000명 미만인 곳도 상당수일 것이다. 지방 사립대학의 표준형은 이제 대형 종합대학이 아니라 중소규모 대학인 것이다.
문제는 정책과 사회의 시선이 여전히 대형 대학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입학생 수가 줄면 정원을 줄이고, 학과를 줄이고,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이런 축소 전략만으로는 지방 대학의 미래를 열 수 없다. 대학 입학 정원이 현 수준을 유지하고 해당 출생아가 모두 대학에 진학해도 신입생 충원율은 2036년 80.8%, 2040년 58.8%, 2043년 53.8%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대학진학률이 73.2%(최근 3년간 평균)일 경우 2036년 신입생 충원율은 59.1%, 2038년 신입생 충원율은 50.0%로 더 낮게 예측된다. 이 수치는 수도권과 지방을 모두 합친 결과이기 때문에 지방만 놓고 본다면 더 심각할 것이다. 따라서 이는 개별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구조의 문제를 구조조정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지방 중소규모 사립대의 진짜 약점은 단순히 작다는 데 있지 않다. 학생 감소가 곧바로 등록금 감소로 연결되고, 등록금 감소가 다시 교육여건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있다. 실제로 지방권 사립대의 학교당 평균 등록금 수입은 수도권보다 낮다. 반대로 국고보조금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크다. 학교당 평균 국고보조금을 보면 수도권 137억 원, 비수도권 149억 원이다. 정부 재정지원이 지방 대학 생존에 더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이는 지방 대학이 자율적 혁신의 주체가 되기보다 외부재정에 기대어 버티는 구조로 굳어질 위험을 내포한다.
따라서 이제 필요한 것은 등록금 의존형 대학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필요한 대학으로의 전환이다. 해법은 분명하다. 지방 중소규모 사립대학을 더 이상 대형 대학의 축소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축소의 대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역 혁신의 거점으로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
첫째, 학과 중심 대학에서 지역문제 해결형 클러스터 대학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방대학은 대형 종합대학의 학과 구조를 그대로 축소한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지역 산업, 지역사회 문제를 중심으로 여러 전공이 협력하는 지역문제 해결형 구조로 바뀔 필요가 있다.
둘째, 학령기 신입생 중심 대학에서 평생교육형 모듈 대학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대학이 18세 신입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방대학은 재직자, 전직 희망자, 성인학습자까지 포괄하는 모듈형 교육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취업지원 대학에서 지역정주 지원 대학으로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지방대학의 성과를 단순한 취업률로 평가하는 방식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앞으로는 졸업생의 지역정착률, 지역 산업과 경제에 대한 기여도, 유학생의 지역 정주 성과 등과 같은 지표를 통해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평가해야 한다.
지역기업 인력공급, 외국인 유학생 정착, 지역서비스 인재 양성, 로컬창업 생태계 구축 같은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지방대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구자억 서경대 혁신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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